비밀번호

1996년 1월 어느 날, 군대에서 썼던 글이다. 군대 밖에 있는 학교 선배는 나에게 가끔 편지를 써서 퀴즈를 냈다. 아마 그 전에 암호에 대한 편지를 보냈던 것 같다.

날씨가 한마디로 개갔다. 음침하고 왠지 비가 올 것 같고, 안개가 낀 것 같기도 하고. 1996년 1월이 서서히 가고 있으니 한 달 전의 95년도 마치 1년 전처럼 느껴진다. 부대 총원이 80명쯤 되는데 내 위로 18명쯤, 그러니까 밑으로 60명쯤 있는 셈이다. ‘아, 권력이란 이런거구나’하는 생각을 하게 된다. 나에게 주어진 권력(그것을 권력이라는 말로 표현해도 될런지 모르겠지만)을 최소한 줄여보려고 노력하지만 계급 사회에서는 누군가가 권력을 행사하지 않으면 조직 체계가 흐트러지는 게 또한 속성이니 아주 혼란스럽다.

OO형에게 오래간만에 편지가 왔는데 그 사람의 암호는 “NO”였다고 한다.
“암호를 알고 계십니까?”
컴퓨터가 물었다.
온갖 비밀번호를 눌렀지만 맞지 않았다.
암호는 “NO”였다.
솔직하게 살자는 철학을 반영한 비밀번호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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