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 관계중심의 ‘사람네트워크’로

1997년 2월 24일자 한겨레 신문에는 풀뿌리 네트워크 싹튼다라는 기사를 우연히 봤다. 기사의 큰 줄기는 ‘시민단체들이 상업망으로부터 독립하여 시민단체들만의 독립적인 네트워크를 구상하고 있다’, ‘APC(Association for Progressive Communication)에도 참여할 예정이다’, ‘그래도 중요한 것은 전자네트워크가 아니라 사람네트워크이다’… 등등이다.

다른 내용들은 다 차치하더라도 시민단체들에게 여전히 중요한 자산은 정보네트워크보다 사람네트워크다라는 말이다. 이 말에 덧붙여 기사에서는 “정보를 자발적으로 생산해내는 자발성과 종횡으로 이어지는 사람 사이의 관계를 더욱 유기적으로 유지하는 일이 전제되어야 한다”고 말하고 있다.

이 기사를 보면서 드는 생각 중의 하나는 ‘꽤 일찍부터 시민단체는 인터넷이라는 네트워크를 어떤 방향으로 활용해야 하는지를 매우 잘 알고 있었구나’라는 것이었다. 사람을 변화시키고, 세상을 변화시키는게 시민단체의 주된 관심사이기 때문에 이러한 생각이 특별할 이유도 없을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사람네트워크’라는 단어에 순간 눈이 갈 수밖에 없는 이유는 말과는 달리 시민단체들이 ‘사람들간의 네트워크 구축’이라는 이상에 미쳐 도달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원인이야 여러가지가 있을 것이다. 누구 말대로 시민단체는 빨리 지름길로 달려가고 싶으나 그때 당시 형편없이 늦었던 통신회선이 이유일 수 있을테고, 인터넷에 마음껏 접속하고 인적 네트워크를 이룰만한 .. 바로 사람들이 사이버공간에 많지 않았기 때문일 수도 있다.

그리고… 이.. 사람들간의 네트워크를 거대한 상업망이 미리 선점해버렸기 때문일 수도 있다. PC통신 시대를 접고 인터넷 열풍이 불면서 다음, 드림위즈, 네띠앙 등.. 거대 포털사이트들과 커뮤니티를 주요 테마로 내건 프리책, 아이러브스쿨 등이 바로 그런 곳들이다.

98년과 99년 사이에 인터넷비지니스 전문가들은 커뮤니티에 엄청난 관심을 쏟아부었다… 커뮤니티.. 이게 바로 사람들간의 네트워크 아니겠는가, 물론 그들이 커뮤니티에 관심을 가진 것은 커뮤니티가 제대로 구축이 되어야 사람들이 떠나지 않고 오랫동안 머물고, 커뮤니티가 많아질수록 또다른 커뮤니티가 생성되면서 한 기업의 비지니스 네트워크 안에 존재하는 사람이 많아진다는.. 그래서 결국은 상거래를 할 수 있는 토대가 형성되고, ‘돈’이 된다는 이유 때문이었다.

이야기가 잠시 겉돌았지만 포털사이트나 커뮤니티 사이트들의 각종 커뮤니티들의 주제들을 살펴보자. 특히 정치/경제/사회/문화 등을 유심히 살펴보기를…. 사람들이 들끓고 있는 곳은 당연히 시민단체가 관심을 가지고 있는 주제들은 아니다. 그러나 지금 각 단체가 1년 내내 고생을 해도 조직해내지 못할 사람들이 우리가 관심을 가지고 있는 바로 그 주제들을 중심으로 모여있다는 사실을 알 수 있을 것이다.

투자비용이 많이 들고, 고도의 기술력을 필요로 하는건 사실이지만 초창기의 시민단체들이 고민했던 수준과 물질적인 뒷받침을 보면 그리 어려운 일만은 아니지 않았을까라는 생각을 해본다. 97년 당시의 논의는 분명 요새 어느 CF 카피처럼 “사람과 사람을 이어주는 커뮤니케이션”이 중심이었을 것이다. 그러나 실제 흐름은 “정보의 제공과 단체의 홍보”를 중심으로 이루어졌다는 느낌이다.

지금은 조금씩 나아지고 있다고 평가되지만 여전히 시민단체의 인터넷 네트워킹은 “사람네트워크”보다는 “정보네트워크”에 초점이 맞추어져 있다. 사람이 모이지 않는 곳에 올려진 정보란 무용지물과도 같다. 또한 정보는 사람이 만들어낸다. 사람이 정보를 만들어내고, 이 정보를 보기 위해 사람들이 찾아오고, 다시 정보가 재가공되고, 전파되고……..

시민단체의 홈페이지는 <홍보중심>에서 <정보제공중심>으로, 여기서 다시 <행동중심>으로 바뀌어왔다고 볼 수 있다…. 다소 늦긴 했지만 이제 환경보호에 관심있고, 정치개혁에 관심있고, 경제민주화에 관심있고, 부정부패 척결에 관심있는… 꼭 이런 것이 아니어도 좋겠다. 그냥 “차카게 살자”에 관심있는 사람과 사람 사이를 이어주는 <관계중심>으로 이동을 해야 할 때가 아닐까?

그래야만 단체가 참여를 호소하고, 행동을 권유하는 수준을 뛰어넘어 사람들이 자기들끼리 알아서 자발적으로 제안하고, 권유하고, 참여하고, 행동하는 시민운동이 될 것 같다. 관계가 좋은 사람들끼리는 일도 잘 벌이지 않은가? 쌩판 모른 사람들 보다는…..

**** 쓰고 보니 그동안 성과를 너무 부정적으로 평가한거 같다.. 잘하고, 성공한 경우는 나중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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