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티후지운동의 사례 – 국내

안티후지홈페이지를 혹시 기억하시는지요? 홈페이지 주소는 http://antifuji.org/입니다. 오래간만에 들어가보니 “반민주 반인권 악법 테러방지법, 즉각 폐기하라”는 주장이 메인화면에 내걸려있네요. 밑으로 계속 내려가다보니 이라는 메뉴가 보입니다.

이곳에 들어가보면 “대리점의 잘못된 행위로 인한 소비자 피해에 대하여 본사의 손해배상 안티후지운동본부 첫 선례 수립”이라는 승리의 메시지가 팝업창으로 연결되어 있습니다.

이 홈페이지를 운영한 사람은 허인학원의 원장 허인씨인데 이 분이 안티후지 홈페이지를 만든 경위는 이렇습니다. 학원을 운영하는 허인씨는 99년 11월 복사기를 점검하다가 황당한 사실을 발견합니다. 복사기의 관리를 맡은 후지제록스의 대리점에서 5만 2천원하는 정품 토너값을 받아갔음에도 불구하고 사실은 2만원짜리 비정품 토너를 넣은 것이었습니다.

이런 사실에 분개한 허인씨는 후지제록스의 본사쪽에 항의했지만 “후지제록스 본사와 대리점은 독립법인이니 그 책임은 그 복사기의 판매와 관리를 맡은 대리점에 있다”는 대답을 들을 뿐이었습니다. 그 뒤 1년여동안 본사와 밀고 당기는 씨름을 한 허인씨는 결국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홈페이지 제작법을 스스로 배워서 안티 후지 홈페이지를 만들게 됩니다. 한 평범한 소비자가 기업에 맞서 싸우는 소비자운동가가 되는 순간입니다.

결국 안티후지운동은 3차례에 걸친 사이버시위와 본사에 대한 지속적인 항의를 통해 다음과 같은 성과를 이끌어냅니다.

첫째, 대리저의 사기행위로 인하여 소비자가 입은 복사기기계장치의 손해에 대하여 본사가 직접 수리하는 선례를 남겼습니다. 그리고 대리점의 사기행위로 인한 소비자의 실질손해액을 본사가 보상하였습니다.

둘째, 안티후지운동본부가 시종일관 주장한 대리점의 잘못된 행위에 대하여 본사가 선배상하고, 내부구상권을 행사하라는 주장에 대하여 본사와 대리점의 계약사항에 제20조 손해배상에 관한 항목을 추가하였습니다. [이상 안티후지운동본부 사건 경과 참고]

현재 이 홈페이지는 영구히 보존되어 있습니다. 안티후지운동은 앞서 말씀드린 도시바 사건과 몇가지 면에서 비슷한 점과 차이점을 가지고 있습니다. 우선….비슷한 점부터 말씀드려보면..

첫째, 싸움의 대상이 둘다 일본 기업이네요.^^
둘째, 두 사례 모두 한 사람의 직접적인 피해자가 홈페이지를 제작하면서 기업에 저항하기 시작했다는 점입니다.
셋째, 결국 정도의 차이는 있지만 홈페이지를 제작한 이후 비교적 짧은 시간에 소기의 성과를 달성했는데, 두 사례 모두 전통적인 언론의 보다가 큰 힘이 되었다는 사실입니다. 이러한 사례가 전통적인 언론에 소개되는 순간 방문자수가 폭발적으로 증가하고, 그 자체가 소비자의 힘이 되는게 바로 사이버공간입니다.

다른 점도 몇가지 있습니다.

첫째, 싸움의 진행과정이 아주 달랐습니다. 도시바 반대 홈페이지의 경우는 수백만명이라는 엄청난 방문객수를 기록했는데 이 기록적인 방문객수가 도시바로 하여금 사과를 하지 않을 수 없게 만드는 결과로 작용한 측면이 큽니다. 반면 안티후지운동의 경우는 하루 수백명의 방문객에 불과했지만 운영자가 본사의 답변에 대한 지속적인 반대논리를 개발하여 네티즌들에게 전파하고, 얼굴도 모르는 네티즌들과 결합하여 3차례에 걸친 사이버시위도 하는 등 조직적 대응이 있었습니다. 네티즌들의 배너제작, 사이버시위, 호소문 전파하기, 행동그룹 결성 등등은 이전에 있었던 으로부터 벤치마킹한 운동인데 어째튼 안티후지운동은 운영자를 중심으로 한 네티즌들의 조직적인 저항이 있었습니다.

둘째, 안티후지는 언론을 적극 활용했습니다. 도시바 사건이 언론들의 자발적인 취재와 보도로 세상에 알려지게 되었다면 안티 후지의 경우 적극적인 언론보도 요청 등이 있었다고 보여집니다. 안티후지운동은 경제신문과 주간조선, 한겨레21 등의 주간지에 소개되기도 했고, SBS 8시 뉴스와 KBS 우리 사는 세상에 소개가 되기도 했습니다. 특히 [KBS 우리 사는 세상]이라는 프로그램은 시청자 참여 프로그램인데, 이 프로그램은 안티후지운동의 정당성에 대한 신뢰감을 높여주는 계기가 되었습니다. 이 프로그램은 지금도 다시 볼 수 있습니다. 아래 주소를 클릭해보시기 바랍니다.
http://www.kbs.co.kr/column/makeram.cgi?c991123.rm

셋째, 도시바 사건의 시발점이 된 홈페이지는 지금 찾아볼 수가 없습니다. 지금 다시 들어가보려고 하니 들어가볼 수가 없어서 참 아쉽습니다. 근데 안티후지 홈페이지는 사건의 진행과정이 그대로 보존되어 있습니다. 이는 더이상 사이버 공간에서 자신과 비슷한 피해가 발생하지 않도록 하고, 성과를 많은 소비자들에게 전파하기 위한 운영자의 결정이었습니다.

안티후지운동을 실질적으로 이끈 허인씨는 2000년 11월, 한국시민단체협의회에서 주최하고, 함께하는 시민행동에서 주관한 [정보화 시대의 시민운동, 어떻게 준비할 것인가?]라는 토론회에 초청되었습니다. 이 자리에서 허인씨는 이 운동에 대해 다음과 같은 말씀을 하셨습니다.

“인터넷이 차세대의 언론으로 규정지어 질 것이라는 확신을 가지고 저의 고발사이트를 인터넷에 싣고 네티즌들의 도움과 단합을 호소하였는데, 그 반향은 실로 놀라운 것이었습니다. 제가 각 통신망에 안티후지라는 이름으로 후지제록스의 부도덕을 고발하는 호소문을 게제하기 시작한 이틀 째부터 안티후지를 방문하는 네티즌은 기하급수적으로 증가하였습니다.

나흘째부터는 각 통신망에 호소문을 전하려고 방문하면 이미 안티후지에서 퍼왔다는 글과 함께 호소문이 게시되기도 하였고, 많은 격려문과 함께 자원봉사를 하시겠다는 분들로 허인개인의 사이트를 넘어서서 안티후지운동본부라는 이름으로 변모되었습니다.

배너를 정성껏 만들어 보내주신 미국의 한 고교생, 네티즌다운 방식의 자원봉사로 매일 일정시간을 할애하여 각 통신사에 호소문을 전해주신 분들, 다국어판 사이트개설에 도움을 주시겠다며 연락 주신 분들, 진정 의미있는 선례가 될 때까지 지치지 말라고 이 메일 주시는 분들을 비롯한 수 많은 격려와 성원속에서 저는 지난 한 달동안 결코 외롭지 않았으며, 우리사회가 결코 어둡지만은 않다고 확신하게 되었습니다.

이런 엄청난 반향을 목도하면서 저는 일천한 지식이지만, 나름대로 이 현상을 분석해 보았습니다.

첫째로 반향의 속도가 매우 빨랐던 것은 거의 동시성을 지니면서 양 방향 통신이 가능했던 인터넷만의 특수성에서 기인되었다고 생각합니다. 저의 고발사이트에 대한 검토후 질의가 가능했고 그 질의에 답신이 거의 동시성으로 진행되었기에, 공감의 시차가 매우 줄어들 수 있었고 공감하시는 네티즌들의 참여도 매우 신속했던 것입니다.

둘째로 그 동안 경제의 축이면서도 그 특성상 전체의 의사가 하나로 대변되기 어려웠던 소비자들이 인터넷이란 동시성 양방향 통신내에서 하나의 의사로 뭉칠 수 있었고 소비자주권에 대해서 강한 의식을 이미 지니고 계신 많은 네티즌들이 있었다는 사실입니다.

셋째로 아직도 우리 사회는 기업 대 소비자가 동격에 서지 못하고 있으며, 특히 이 두 축의 힘의 불균형을 조율하는 완충지의 부족입니다. 안티후지게시판에 많이 오르는 글월입니다. 정당한 주장마저도 소리치고 투쟁해야 하는 현실에 대한 자조와 이미 많은 소비자들은 강한 시민의식을 지니고 있는데 왜 기업은 전 근대성을 벗어나지 못하고 소비자를 주인이 아닌 이윤추구의 대상으로만 여기느냐는 지적입니다. 기업대 소비자의 힘의 불균형이 조율되지 않는다면, 비록 저는 작은 소용돌이를 경험했지만, 머지않아 거대한 폭풍이 될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넷째로 인터넷의 익명성 의견개진이 장점이자 단점으로 경험되었으며, 향후 진정한 인터넷문화의 성숙에 숙제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장점으로는 익명이라는 자유로움 때문에 많은 이들이 자유분방한 의견을 개진하였고 그 의견들은 전체의견속에서 하나의 정리된 논리로 취합될 수 있었습니다.

반면 그 동안의 경험속에서 어려웠던 점과 인터넷문화의 숙제라고 생각하는 면을 정리하겠습니다.

그 문제점의 첫째로는 성숙되고 있는 시민의식을 앞에 두고서도 기업은 여전히 전 근대성의 낙후성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는 점입니다. 단지 힘의 우위를 지녔다는 오만함으로 기업은 새 시대의 병기인 인터넷으로 표현되는 시민의 힘을 무시하고 있습니다. 이는 크나 큰 오산이며 그 큰 대가를 치르는 때가 오게 될 것입니다.

둘째도 역시 기업의 문제인데 안티후지의 경우나 반닉스네티즌행동에서도 경험된 것인데, 전체의 의사를 조직적으로 왜곡시키려는 우매한 움직임입니다. 인터넷가상공간의 익명성을 위장해서 안티후지나 반닉스네티즌행동에 기업의 직원이 음해성 글을 싣다가 IP추적으로 그 실체가 밝혀진 예가 바로 전 근대성을 헤어나지 못하는 우리 기업의 오늘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세째로는 가상공간속에서 익명성이라는 자유로움이 그 도가 지나쳐서 시민의식에 역행되는 경우가 인터넷문화의 성숙에 놓인 과제라고 생각합니다. NET와 CITIZEN 이라는 합성어로서의 네티즌이 될 때 우리 인터넷문화가 한층 성숙되리라 생각합니다. 그러나 일부의 우려에도 불구하고 더 많은 네티즌이 시민의식의 자정작용을 함으로써 전체의 의사가 올바르게 진행되는 것을 보면서 과도기적 문제이기도 하다는 생각도 느꼈습니다.”

실제 이 운동을 주도하신 분의 말씀이므로 더 현실감이 있으리라 생각합니다. 그럼.. 인터넷과 소비자운동의 국내외 사례에 대해서는 이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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