홈페이지 중심의 사고를 벗어야….

경험에 비추어볼때 시민운동 진영에 있어 초기의 인터넷은 도구에 지나지 않았습니다. 네티즌들과의 대면접촉을 좀더 넓힐 수 있는 홍보의 도구, 귀찮은 전화와 팩스로부터 탈피하여 이메일을 활용한 연락의 도구, 적대적 관계에 있는 기업이나 정부기관과 싸울 수 있는 항의의 도구 말입니다.

한때는 홍보, 연락, 항의.. 이 세가지 의미를 전략적으로 결합해서 “세상을 바꿀 혁명적 도구”라고까지 생각하게 되었지요. 과연 그런가요?… 혁명적 도구라고까지 말할 수 있을지는 아직 모르겠습니다.

오늘은 를 중심으로 이야기를 해보고자 합니다. 자료에 대한 접근과 상호연락을 위한 도구로서 시작된 — 물론 시작은 군사적 목적이 강했지만 말입니다 — 인터넷이 라는 날개를 달게 된 것은 상업화 때문일겁니다. 인터넷이라는 거대한 망망대해에 홈페이지를 떡하니 올려놓으면서부터 방문자의 개념이 생겨나고, 홈페이지를 이용한 홍보도 빛을 발했을테니까요.

인터넷과 홈페이지가 동일개념이 아니라는 사실은 다들 아실겁니다. 그런데 저도 그렇지만 인터넷과 홈페이지를 간혹 동일한 것으로 취급할 때가 있습니다. 특히나 시민단체의 경우는 더욱 그러한 것 같습니다. 이런 접근을 이라고 이름 붙여보면 어떨까라고 생각도 해봅니다.

이유는 이렇습니다. 시민단체에서 인터넷을 이용해야 한다고 했을때 거의 대부분의 반응은 와 관련된 것들이었습니다. 단체 홈페이지가 없는데 어떡하지, 일단 홈페이지부터 만들어야 하는데, 그걸 만들 수 있는 사람은 없고….

이런 반응은 시민단체 관계자 대부분이 인터넷을 로서 인식하는 경향이 강하기 때문이라고 생각합니다. 지금은 어떤 결과가 나올지 모르지만 2000년도만 해도 설문조사를 해보면 인터넷에서 무엇을 하려고 하는가라는 질문에 상당수가 로 대답했습니다. 그래서인지, 1단체 1홈페이지 갖기 운동도 했던거 같고, 무료로 시민단체 홈페이지를 제작해주는 행사도 했구요.

지금 생각해보면요. (당시에는 전혀 그런 생각이 안들었는데..) 공장에서 빵찍어내듯이 시민단체 홈페이지를 일단 찍어내는데 급급한거 아니었나 싶습니다.

홍보, 중요합니다. 홍보가 전제되어야 사람들이 찾아오고, 사람들이 찾아와야 시민있는 시민운동을 할 수 있을테니까요. 그런데 저는 지나치게 홍보만 중요시하다보니까 정작 진지하게 논의해야 할 단체 내부의 전자민주주의 실현이나 정보화에 따른 조직구조과 역할의 변화, 내적 구성원들과의 의사소통 활성화, 사이버공간에서의 일반 시민들의 적극적 참여, 정보의 투명한 공개와 對시민 접근권의 보장.. 뭐 이런 것들이 소홀히 취급되지 않나 생각됩니다.

또한 중심으로 사고를 하다보니 인터넷이 마치 기술적인 것처럼 인식되고, 기술적인 것으로 인식되다보니 어려운 것…… 오랫동안 운동했던 사람들은 소극적 이용자로만 남으면 되고,실제 인터넷과 시민운동을 결합시켜야 하는 사람은 이제 막들어온 새내기 운동가나 외부 인력에 맡겨버리는 결과를 낳지 않았을까요…

시민운동이 인터넷에 적극적인 관심을 가진게 이제 3년 정도 된거 같습니다. 그러니까.. 이제는 , 즉 인터넷에서 어떻게 단체를 홍보할까, 어떻게 운동을 알릴까라는 고민에서 탈피하여 인터넷을 가지고 어떻게 사람들을 엮어볼까, 조직 내부의 구성원들끼리 어떻게 하면 의사소통이 잘 이루어지도록 할까, 형식적인 조직 민주주의 실현이 아니라 실질적인 민주주의 정신을 어떻게 구현할 것인가 등등을 이제서부터라도 본격적으로 고민해야 할 시점이 아닐런지요.

이렇게 하면 단체 내에서 해야 할 일이 정말 많습니다. 그리고 홈페이지 관리자 혼자 고민하고 추진할 일도 아니게 되지요. 대신 홈페이지를 제작하지 못해서, 관리하지 못해서, 서버가 없어서 생기는 고민들은 좀 줄어들 것으로 생각됩니다. 만약 대중적인 시민단체가 아니라 회원 중심의 작은 공동체적 성격의 단체라면 홈페이지를 굳이 만들이 않아도 된다는게 제 생각입니다. 다음의 카페나 프리챌의 커뮤니티 등 홈페이지를 대체할 수 있는 방법은 무척 많습니다.

자칫 인터넷 때문에 앞서 지적한 조직민주주의, 의사소통 활성화, 시민참여 등등이 가치가 잠시 소홀해졌던 것은 아닐까라는 생각도 듭니다. 밖으로 나가서 알리고, 싸우는 것도 중요하겠지만 내부를 추스리는 일도 더없이 중요하겠습니다. 개인적으론 시민운동이 자꾸 성장위주로만 가는게 아닌가라는 걱정이 들기도 합니다. 성장위주로 가다보니, 규모를 키우고, 일단 단체와 사업을 알리는걸 중요하게 생각하게 되고, 때때로 지나친 단체간의 경쟁으로 괜히 오버하기도 하구요.

내실을 다져야 할 때이기 때문에, 인터넷이 가져다준 변화의 가치 중심으로 사고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됩니다.

쓰고보니 오늘도 역시 이야기가 왔다갔다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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