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사람을 이끄는 힘, 감동을 주는 이메일

구독자수 252,267명 (2002년 6월 21일 현재), 하루동안의 신규신청자 1,301명(2002년 6월 20일), 뭐… 잡지나 신문을 이야기하는게 아니다. 아침마다 이메일로 배달되는 한 편지의 이야기다.

이 편지의 이름은 고도원의 아침편지, 매일 아침 책 속의 좋은 구절들을 골라서 보내주는 아주 단순하고도 평이한 이 편지는 한마디로 말해서 떴다. 2001년 8월 1일부터 메일발송을 시작한 이 편지는 여러 사람들의 입소문을 타면서 7개월만에 회원수 5만명을 자랑하더니 1년만에 회원수 20만명을 훌쩍 넘어 버렸다.

내가 이 사이트를 방문하게 된 계기는 ‘페이레터’라는 온라인 결제솔루션 업체를 통해서이다. 이 업체에서는 기업체와 일반인들에게 모금게시판라는 솔루션을 제공하고 있는데 ‘고도원의 아침편지’의 모금대행 행사가 마무리되었다는 공지가 뜬 것이다.

결과는 총 모금게시건수 3,025건, 모금액 37,645,761원이었다. 본인이 있는 단체에서도 이 기업체의 모금게시판을 이용하고 있기 때문에 그 놀라움은 정말 말로 표현할 수 없을 정도였다. 무슨 이유 때문일까? 사람들로 하여금 이렇게 자발적으로 돈을 내게 하는 힘은 무엇일까?

‘고도원의 아침편지’는 구독자수가 많아지면서 운영에 어려움을 겪었다고 한다. 방문자수가 많아지고, 구독자수가 많아지면 생기는 당연한 어려움일 것이다. 접속문제도 있을거고, 홈페이지 관리나 독자관리에 들어가는 비용과 시간도 감당하기 힘들었을 것이다. 왜냐하면 이 사이트는 개인이 운영하고 있는 사이트였기 때문이다. 이런 소식에 회원들이 자발적 모금의사를 밝혔고, 이에 페이레터라는 회사가 결합하면서 모금운동을 진행했는데…. 3천7백만원이 넘는 액수가 모금되었던 것이다.

‘고도원’은 사람의 이름이다. 나는 처음엔 고도원이 사람 이름이라고는 전혀 상상하지 못했다. 사무엘 베케트의 ‘고도를 기다리며’라는 작품과 무슨 관련이 있지 않을까라고 생각은 했었지만 말이다. 근데 ‘고도원의 아침편지’의 그 고도원이 운영자의 이름이라니….. 현재 청와대에서 대통령 연설담당 비서관으로 일하고 있는 고도원씨는 기자, 기자 생활을 했다. 고도원씨는 홈페이지를 통해 를 시작하게 된 이유를 다음과 같이 밝히고 있다.

“최첨단 컴퓨터 시대에 사는 우리 모두에게 이 가 오래오래 동안 깊은 산속의 옹달샘이 되어 남아있기를, 저는 소원합니다. 그래서 누구든 마음이 아프고 괴로울 때, 슬프고 절망할 때, 사랑을 잃었거나 시작할 때, 꿈과 희망이 필요할 때, 한 모금씩 마시는 것만으로도 힘과 용기를 얻을 수 있는, 맑고 청량한 샘물이 되기를 소망합니다. 그러다보면 우리 사이에 마음과 마음이 만나고, 영혼과 영혼의 작은 울림과 기적이 있을지도 모릅니다.”

디지털 시대에 아날로그에 대한 향수가 존재한다. 마치 7~80년대의 불량식품이 유행하듯이, 유명한 뮤지션에게 바치는 트리뷰트 앨범이 기억 속에 숨어있는 노래들에 대한 아날로그적 향수를 불러일으키듯이 말이다. 나는 가 인기를 끌 수 있었던 이유는 그 편지에 담겨있는 아날로그적 특성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거의 실시간으로 변화해가는 디지털 시대에 사는 사람들에게는 “세상아, 멈추어라. 나는 내리고 싶다”라고 울부짓고 싶은 욕망이 존재하기 때문이다.

그대를 처음 보았을 때
어디서 많이 본 인상이다 하였더니
그날로부터 십년은 더 떨어진
오늘에야 알게 되다.

그대와 함께 오르는 산길에서
산 굽어보는 하늘과 온통 비탈에 선 나무들,
적당히 강팍하고 적당히 둥근 바위와 돌멩이들 사이,
마치 그들 중의 하나인양 어울리는 그대를 보다.

완전히 열리지 않는 그대의 웃음과
성내기 어려운 그대의 성벽(性癖)이 다 산을 닮았구나.

그대가 이고 선 하늘이 그대처럼 푸르고
그대는 나무처럼 산을 이룬다.

– 김흥숙의 《그대를 부르고 나면 언제나 목이 마르고》 중에서 –

* 산을 이루었습니다. 산같은 그대들이었습니다.
자랑스런 태극전사, 온 국민의 붉은 함성, 모두 하나가
되어 나무가 되고 숲이 되어 큰 산, 태산을 이루었습니다.
지금도 지축이 흔들흔들 합니다. 신화를 만들었습니다.
산(山)같은 존재, 그대 안에 우리 안에 내 안에 있습니다.
그대와 나, 그대와 우리, 모두모두, 산같은 사람들입니다.

———

태극전사 만세!
거스 히딩크 만세!
붉은 악마 만세!
대한민국 국민 만세!

오늘도 좋은 하루 보내세요.

6월 19일자의 내용이다. 편지는 항상 이런 방식이다. 앞에는 책 속의 인용문이 들어가고, 그 뒤에는 고도원씨의 감상글이 올라간다. 6월 18일은 다들 아시겠지만 한국이 이탈리아를 꺾고 8강에 안착한 날이다.

를 보면서 사람과 사람을 이어주는 이메일이 어떤 모습이어야 할지를 한번 정리해보려고 한다. 예전에 시민단체의 뉴스레터에 대해 이런저런 이야기를 해본적이 있지만 최근 사례와 인터넷을 떠돌아다니는 인기있는 , 그리고 순식간에 퍼져나가는 작자미상의 글들을 보면서 하루에도 수십개씩 습관적으로 쓰고 있는 이메일에 대해, 일 때문에 발행해야 하는 단체의 뉴스레터에 대해 처음부터 다시 생각해보고 있다. ( 우리 단체에서 내가 발행하는 뉴스레터에 대한 반응은 왜 이렇게 낮은 것일까? 으.. 괴롭다.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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