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억원 도메인 공모로 시작된 네티즌 운동 [1]

http://www.ifree.com 라는 도메인주소을 기억하시는지요? 브라우져 창에 이 주소를 입력하고 엔터를 누르면 미국의 한 인터넷기업이 SearchPort라는 이름의 웹사이트를 운영하고 있는 것을 보실 수 있을겁니다. 현재는 그렇습니다. 이 도메인주소를 사용하고 있는 이 기업에 대해서 말씀드리려고 하는게 아닙니다. http://www.ifree.com 이라는 도메인이 얽힌 이야기를 해보려고 합니다. 아시는 분은 다 아실테지만…

이야기는 1999년 여름으로 거슬러 올라갑니다. 1999년 우리나라는 어땠습니까? 회사 이름 뒤에다가 닷컴만 갖다가 붙이면 주가가 하늘 높은줄 모르고 치솟았던 그런 시기였습니다. 계속 적자는 쌓여만 가고 있는데도 회사의 미래가치를 보고 투자자본이 물밀듯이 밀려오던, 전국이 인터넷과 코스닥 열풍으로 들썩거리던 시기입니다.

1999년 8월, 청바지로 유명한 의류제조업체인 (주)닉스가 현금 3억의 상금을 내걸고 인터넷사업에 쓸 도메인을 공모하는 이벤트를 개최합니다. 닉스는 인터넷쇼핑몰을 비롯한 포털사이트 운영 등 인터넷사업 진출을 발표하면서 “연봉은 당신이 정하세요”라는 인력광고를 내 화제가 된적이 있었는데 불과 얼마 후에 도메인 공모에 3억원을 내걸어 닉스의 인터넷사업에 대한 세간의 관심을 증폭시킵니다.

결과는 어땠을까요? 당시 한 신문에 의하면 한달동안 35만명의 네티즌들이 닉스의 도메인공모 이벤트에 참여했다고 합니다. 공모접수기간이 한달 동안 진행되었으니까 하루에 1만명이 접수한 꼴이지요. 사업을 시작하기도 전에 광고효과는 매우 높았다고 생각됩니다. 3억원의 현금을 당첨금액으로 내건 것도 화제였지만 일주일만에 10만명이 도메인 공모에 참여했다고 신문에 보도가 되더니, 마감날짜엔 총 35만명이 참여했다고 또 보도가 되었거든요. 항간에서는 외국의 그 유명한 청바지 회사들을 상대로 기선을 잡더니 인터넷사업에서도 닉스는 뭔가 다르다는 이야기가 들리기도 했습니다.

그리고 드디어 1999년 10월 7일, http://www.ifree.com 이라는 도메인이 1등에 당첨되었다고 발표가 납니다. ‘나’와 ‘자유’를 결합시킨 이 도메인은 사업을 시작하기도 전에 알려진 셈이지요. 어쨌든 1등으로서의 가치는 충분히 있는 도메인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기억하기도 쉽고, 회사의 이미지, 닉스가 시작하려는 인터넷사업과도 잘 어울리는 도메인이었거든요. 그런데 이 도메인은 성공의 시작이 아니라 문제의 시작이 되고 맙니다.

도메인 당첨 결과에 대한 네티즌들의 분노

http://www.ifree.com으로 1등의 영광을 안은 사람은 인터넷접속서비스회사인 아이네트에서 도메인 관리자로 근무하고 있는 이모(35)씨, 이씨는 아이네트가 소유하고 있던 이 도메인을 응모, 뜻하지 않는 거액의 상금을 회사측에 안겨주게 되었습니다. 결과적으로는 닉스는 아이네트로부터 3억원을 주고 도메인을 산 셈이 되어 버렸지요.

문제는 뒤이어 곧바로 발생합니다. http://www.ifree.com 의 소유주인 아이네트가 닉스측과 인터넷 전용회선 공급계약을 맺은 사실이 알려지면서 일부 네티즌들이 도메인 공모이벤트의 사전각본설을 제기합니다. 또한 네티즌들은 도메인 심사위원 중에 아이네트 전자메일 주소를 사용하는 사람이 포함되어 있었고, 닉스측이 당초 이 도메인을 응모한 아이네트 직원의 신원을 숨기려 했다는 점 등을 의혹의 근거로 제시했습니다. 그렇지 않아도 개인의 신분이 아니라 유명한 회사가 이 이벤트의 수혜자가 되었다는 사실에 약간의 의심을 품고 있던 네티즌들에게 이 사실은 혹시나 하는 의혹을 사실로 확신하게 하는 계기가 되었습니다.

http://www.ihateifree.com 사이트의 개설

급기야 이러한 문제에 조직적으로 항의하기 위해 ihateifree.com 이라는 사이트까지 개설됩니다. 이 사이트를 개설한 사람은 전라북도 정읍에 있는 한 고등학교 교사이신데 이 분은 사이트 개설 이유를 하나의 시로서 대신하고 있습니다.

……………
3억이라는 일확천금을 꿈꾸기도 했지만
아니, 단돈 50만원이라도 탔으면 했지만
닉스의 도메인 응모 행사가
도메인이 무엇인지도 모르는 국민들에게
도메인에 대한 중요성을 심어주고
일깨울 수 있다는 자체가 반가웠다
………………..

이땅에서
아니 앞으로의 삶의 무대가 될 사이버 세계에서
그런 사기극이 다시는 벌어지지 않도록
우리는 거짓과 맞써 싸워야 한다

법적인 문제가 없더라도
네티즌들에게 일말의 양심조차도 없는 그들에게
이제 남은 것은 단결된 싸움뿐이다.


[www.ihateifree.com 의 메인화면]

1999년 10월 사이트가 개설된 이후 이곳에는 닉스의 도메인 공모행사에 의혹을 제기하는 수많은 네티즌들의 의견이 올라옵니다. 이 사이트의 운영자는 닉스에 1)아이네트와의 관계, 2)도메인선정방식, 3)심사의 과정, 4)게시판 관리 등에 관한 20가지 의혹과 질문을 닉스측에 전달했는데, 이에 대해 닉스가 답변과 반박을 해옴으로써 기나긴 싸움은 시작됩니다.

닉스가 꽤나 성실하게 20가지 의혹제기에 대해 답변을 했지만 네티즌들의 분노와 의혹은 더욱 증폭됩니다. 두가지 이유 때문인데 하나는 닉스 직원들이 ihateifree.com 게시판에 운영자를 비방하는 도배글을 계속 올렸다는 사실과 아이네트의 사장이 닉스 인터넷사업단 회의에 계속 참석해왔다는 사실이 드러났기 때문입니다.

닉스 직원의 게시판 도배행위는 한 네티즌이 도배글의 IP와 닉스 인터넷사업부의 IP를 비교하면서 들통나게 되었고, 아이네트의 사장이 닉스 인터넷 사업단 회의에 계속 참석했다는 사실은 한 네티즌이 관련 회의자료를 이메일로 운영자에게 보내줌으로써 알려지게 됩니다. 이 회의자료가 해킹에 의한 것인지, 내부고발에 의한 것인지는 밝혀지지 않았지만 어쨌든 이 회의자료로 인해 네티즌들은 이벤트 결과가 사전에 계획되었다는 의혹을 거의 사실로 받아들이게 됩니다.


[게시판에 올라온 도배글들]


[<네티즌들에 의해 제작된 배너]

이때즘 저는 누군가로부터 이 사이트의 존재사실을 들었습니다. 안티닉스 사이트에 접속해서 게시판의 글들을 꼼꼼히 살펴보니 그냥 넘어갈 문제는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위와같은 진행과정들이 — 의혹제기, 도배사건, IP추적, 내부회의자료의 제보 — 게시판을 통해 계속 논의가 되고 있었던 것이지요. 그래서 운영자에게 조심스럽게 메일을 보냈는데 요지는 이렇습니다.

‘이러한 인터넷 공간에서의 소비자운동이나 네티즌들의 자발적 저항에 관심을 가지고 있는 사람이고, 현재 시민단체에서 일하고 있다. 이 문제의 해결을 위해 함께 노력해봤으면 좋겠다. 이 운동이 순수하게 네티즌들에 의해 시작되었으므로 내가 속한 단체이름을 걸고 싶지는 않다. 개인자격으로써 참여하고 싶고, 조직적이고, 체계적으로 문제를 해결해보면 좋겠다.”

뭐 이런 내용이었던 것으로 기억합니다. 제가 개인자격으로서의 참여를 강조했던 이유는 네티즌들에 의해 자발적으로 시작한 운동을 특정 시민단체의 이름으로 가져와서는 안된다는 생각 때문이었습니다.

이 운동이 성공적으로 마무리가 된다면 그 성과는 이 문제를 처음 제기했고 참여했던 네티즌들에게 돌아가는게 훨씬 의미있을 것이라는 생각이었고, 사이버공간에서는 시민들의 이런 자발적인 저항과 운동이 충분히 가능할 것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입니다.

다행히도 이 사이트의 운영자께서 이 제안을 흔쾌히 받아들여줘서 저와 새로운 시민단체를 만들기 위해 같이 일하던 한분이 이 자발적인 네티즌들의 운동에 동참하게 됩니다.

다음에는 이때부터 네티즌들과 사이버공간에서 어떻게 여론을 전파하고, 집단적으로 항의하면서 이 운동을 마무리했는지를 이야기해보고자 합니다. 그동안 운동의 전개과정에 대해서는 몇몇 경로를 통해서 이야기가 나온 것 같은데 왜 이런 운동이 일어났는가에 대한 과정설명들은 부족했던 것 같아서 좀 길게 서술을 했습니다.

(참고로… 네티즌들이 제기한 의혹 – 닉스와 아이네트가 사전각본에 의해 이벤트를 개최했다는 – 을 100% 사실이라고 말하기는 힘듭니다. 왜냐하면 이 의혹은 여전히 의혹으로만 남은채 문제가 마무리되었으니까요. 이점은 알고 계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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