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인 미디어 블로그 바람몰이


— 한겨레신문 2003년 1월 14일자 —

기존의 개인 홈페이지도 아니고 인터넷 게시판이나 동호회(커뮤니티)도 아닌, 새로운 개념의 인터넷 커뮤니케이션장치인 블로그(blog)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아직까지 인터넷에서도 정보 생산자와 소비자가 뚜렷이 구분돼 있는 경우가 많지만, 블로그는 이런 구분없이 자신의 이야기를 다른 사람들에게 무한대로 펼칠 수 있는 공간을 만들어줌으로써 ‘1인 미디어 시대’를 열어가고 있다.

■ 블로그란?

블로그는 ‘웹 로그(Web log, 인터넷 일기)’의 줄임말로, ‘일상의 연대기’, ‘1인 미디어’, ‘강력한 커뮤니티 형성장치’ 등 다양한 성격을 갖고 있다.

지금까지의 개인 홈페이지는 복잡한 과정과 기술을 이해해야 할 뿐 아니라, 시간과 비용이라는 벽에 맞닥뜨릴 수밖에 없었다. 이에 반해 인터넷 커뮤니티 등의 게시판은 손쉽게 접근할 수 있는 장점이 있다. 그러나 이것 역시 운영자나 서비스 업체의 구도 속에서만 이용할 수 있다는 한계를 갖고 있다.

블로그의 전형은, 사용환경을 단순화한 블로그 웹페이지를 통해 자신의 생각과 주장, 기록하고 싶은 사실을 써내려가는 것이다. 그래서 블로그 웹페이지의 기본은 새로운 내용이 줄줄이 올라오는 역연대기적 구도다.

무엇보다 특징적인 기능은 ‘블로그 링’으로 불리는, 자유로운 커뮤니티 형성이다. 특정 주제로 내 블로그 페이지에 만들어진 커뮤니티에는 다른 블로거의 글이 자동적으로 올라오고, 마찬가지로 수많은 블로그 페이지에 자신의 글을 밀어넣을 수 있다. 사이버상의 특정 공간에 고정된 커뮤니티나 게시판을 이용하는 것과는 다른 차원이다.

또 자신이 자주 방문하는 블로그 사이트의 연결 코너도 만들어지고, 자신의 글의 애독자도 파악해 관리하고 연결할 수 있는 기능도 있다. 블로그 사이트는 낱개로 존재한다기보다는, 사용자들이 서로의 것을 봐가며 자연스럽게 공감대를 만들고 수시로 소통하는 공간이 되는 것이다.

■ 블로그 사이트 운영은?

지금까지의 개인 홈페이지는 만들기나 운영에서 기술을 필요로 하고 번거로운 과정을 거쳐야 했다.

그러나 블로그는 서비스 회원으로 가입하면 소프트웨어를 내려받아 즉시 나만의 블로그 페이지를 만들 수 있고, 문자나 사진, 동영상 등을 비교적 쉽게 올릴 수 있다. 국내에서는 1~2년 전부터 외국 서비스회사를 이용해 블로그 사이트가 등장하기 시작했고, 지난해 11월 에이블클릭( http://www.blog.co.kr)이 블로그 서비스를 시작해 현재 5만여명의 회원을 모았다.

■ 블로그와 1인 미디어 시대

에이블클릭의 황재혁 사장은 “국내 블로그 사용자들은 20~40대 직장인이나 주부가 주류를 이룬다”며 “대선 과정이나 촛불시위 등에서 블로거들은 신속한 커뮤니티 형성을 통해 재빠르게 새로운 흐름을 만들어나갔다”고 말했다.

청소년에서 지식층까지 많은 사람들이 블로거화된 미국 등에서 그 영향력은 만만치 않다. “시엔엔(CNN)이 1991년 걸프전에서 떴다면, 이번 이라크전에서는 블로그가 그럴 것”이라는 전망까지 나올 정도다.

연결 기능을 이용해 기존 매체가 따라올 수 없는 신속성과 집중도를 인정받으며 대안언론의 역할을 해낸다는 얘기다. 본격적으로 개인에게 지식과 뉴스의 소비자인 동시에 생산자로서의 지위를 부여한 것이다.

이본영 기자 ebo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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