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펌] 인터넷 정보가 전부는 아니다.

오마이뉴스에서 퍼온 글이다.

인터넷 정보가 전부는 아니다
[민경진 칼럼] ‘구글’과 ‘프로젝트 구텐베르그’

민경진 기자

인터넷 검색엔진 시장은 게임이 끝났다. 구글이 승자다. 자체 홈페이지 뿐 아니라 야후, 다음을 비롯한 각종 포털, 기타 수많은 사이트에 내장된 것까지 포함하면 세계 시장의 태반을 먹어 치웠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한국만이 유일하게 토종 검색엔진 네이버가 맹주 노릇을 하고 있지만 동일한 단어를 같이 검색해 보면 구글이 더 강력한 성능을 보일 때가 많다.

영·미권 네티즌들은 이제 더 이상 “검색”이라는 단어를 쓰지도 않는다. 그냥 “구글” 한다고 말한다. 구글을 대체할 다른 검색엔진이 없기에 구글은 이제 검색이라는 단어와 동의어로 쓰이는 경지에 이르게 됐다.

구글 덕에 이제 굳이 웹사이트의 주소를 기억하려 들지도 않고 아예 초기화면을 구글로 만들어 놓은 네티즌도 많아서 일부에서는 사실 상 월드와이드웹의 지배자라는 우려 섞인 지적도 나오고 있다.

차세대 지도부를 선출한 지난 해 중국공산당 전당대회를 앞두고 중국 정부는 구글 접속을 아예 차단해 버렸다. 구글은 중국정부와의 긴급 협상 끝에 ‘인권’이나 ‘파룬공’같은 민감한 단어의 검색결과를 클릭하면 중국정부가 승인한 “건전한” 사이트로 연결되거나 아예 빈화면이 나오도록 조치를 취했다.

국내에 반입되는 타임, 뉴스위크에 정권에 비판적인 기사가 있으면 까만 먹칠을 하던 한국의 군사독재 시대를 연상하게 하는 에피소드다.

국가 단위의 간섭만이 문제가 되는 것만도 아니다. 각종 이해집단과 종교 및 정치 세력들이 자기들의 이해관계에 따라 이런 저런 압력을 구글에 가해 온다.

일부 기업은 구글의 페이지 랭크 기술을 역 이용해 방문객이 적어도 검색 결과에서 상위에 오르도록 만들어 주는 소프트웨어를 은밀하게 사용하다 구글에 적발되어 아예 검색 리스트에서 삭제되는 보복을 당하기도 했다. 이런 기업들은 다시 구글의 검색 리스트에 오르기 위해 울며 겨자 먹기로 검색어 광고를 구입해야 했다고 한다.

많은 사람들의 우려 섞인 시선에도 불구하고 지금까지 구글은 비교적 이념적으로 어느 한 편에 치우친 모습을 보이지 않고 있고 돈에 눈이 멀어 사이트의 자산을 함부로 남용하지도 않아 대다수 네티즌에게 비교적 우호적인 평가를 받고는 있다.

그렇다 해도 여전히 문제는 남는다. 우리가 한국의 언론시장이 소수의 족벌 독과점 신문으로 인해 일방적인 여론의 편향이 발생할 것을 우려하는 것처럼 비록 구글이 공정한 운영을 하더라도 이미 검색엔진시장을 평정했다면 그것만으로 이미 공공의 감시대상이 되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연구에 따르면 지속적인 연구와 성능개선에도 불구하고 웹사이트에 존재하는 방대한 정보의 태반에 아직도 검색엔진의 손길이 닿지 않는다고 한다. 또 세상에 존재하는 지식과 정보가 모두 인터넷에만 있는 것도 아니다. 수 천년에 걸쳐 축적된 인류의 방대한 지식이 수많은 도서관에 쌓인 책과 문헌 속에 자리잡고 있다.

하지만 단지 키보드 몇 번 두드리는 것 만으로 순식간에 정보를 찾아낼 수 있다는 막강한 접근성으로 인해 사람들은 이제 더 이상 다리 품을 팔며 이 도서관 저 도서관을 찾아 헤맬 생각을 하지 않는다.

필자만 해도 써 내야 할 보고서 시한은 코 앞에 다가오는데 굳이 먼 도서관을 찾아 나설 엄두를 내기가 어렵다는 것을 자주 느낀다. 당장 찾아 낼 수 있는 정보가 반드시 좋은 정보라는 보장은 없다. 분명히 대단히 훌륭하고 깊은 정보와 지식이 책과 논문과 문헌의 형태로 존재할 터인데도 그것이 전자문서가 아니라는 이유만으로 아예 검색의 대상에서 제외되고 가치가 사장되고 많다. 어떻게 해야 할 것인가?

지난 1971년, 인류의 문화유산이 전자시대를 맞아 먼지 쌓인 도서관에서 사장되는 것을 안타깝게 여긴 마이클 하트를 비롯한 학자들이 의기투합해 “프로젝트 구텐베르그”를 추진한 바 있다.

전 세계의 도서관이 보유한 모든 서적과 문서를 자원봉사자를 동원해 수 십여 년에 걸쳐 모두 전자문서로 변환해 보겠다는 야심찬 계획이다. 하지만 홍보와 예산부족으로 지금까지 6267권의 책만을 입력하는데 그쳤다는 소식이다.

필자 개인적으로는 전자매체와 종이매체의 대결은 이미 끝이 났다고 보고 있다. 당장의 필요와 업무에 긴요한 자료는 이미 상당량이 전자문서로 변환되어 있는 데다 키보드 입력 몇 번만으로 전 세계의 방대한 문서와 정보를 손 끝에서 찾아 볼 수 있다는 이점은 그 무엇으로도 대체가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비록 정보의 질과 깊이가 떨어지는 한이 있더라도 필요할 때 입수할 수 있다는 즉시성에 더 높은 가치를 두는 쪽으로 분위기가 급속하게 기울고 있다. 기업이나 개인이나 갈수록 모든 면에서 스피드의 가치가 중요시 되는 사회분위기가 이러한 흐름을 더욱 부추기고 있다.

몇 년 전 여행을 마치고 서울역에 도착하는데 출구 앞에 설치된 에스컬레이터 앞에서 머뭇거리던 어느 할머니를 발견했다. 정말 오지에서 오신 분이어서 아마도 난생 처음 에스컬레이터라는 것을 접하게 되었던 모양이다. 할머니는 한참을 머뭇거리다 인파에 떠밀려 결국 계단에 발을 디뎠지만 어지럼증을 느끼셨는지 몸을 휘청거리다 안타깝게도 결국 넘어져 혼절하시고 말았다.

워낙 순식간에 벌어져 미처 손을 쓸 새도 없었지만 밤 늦게 집에 돌아오는 길에도 문명의 이기 앞에 적응하지 못하고 낙오하고 마는 수많은 노년 세대의 처지를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장면 같아 두고두고 그 모습이 잊혀지지 않았다.(혹시 이 글을 읽는 분 중에 그 할머님이 무사히 회복하셨는지 아시는 분이 계시면 소식을 전해주실 것을 부탁 드린다.)

컴맹·넷맹이라고 소외되는 중·장년 세대나 단지 전자화 되지 않았다고 네티즌의 검색 대상에서 제외되어 버린 도서관의 책들이나 변화를 따라잡지 못하는 모든 존재의 운명을 보여주는 사례같이 씁쓸해 진다. 하지만 어쩔 것인가. 인류의 수 많은 유산과 전통이 그렇게 세월의 흐름과 문명의 변화에 따라 진토로 변해 잊혀지고 또 잊혀져 왔음을…

“프로젝트 구텐베르그”가 아무리 성공적으로 진행된다 해도 어딘가 숨겨져 잊혀질 인류의 수많은 지식들은 전자시대에 태어나 정보는 모니터 속에만 존재하는 것이 당연한 상식이 될 우리의 후손들에게 무용한 지식으로 전락하는 것을 막을 수는 없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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