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 정당 만들기 쉽지 않네..

한나라당이 디지털 정당을 표방한다고 했을때 콧웃음을 쳤다. 데 디지털위원장이 김형오 의원이라는 말에 가능성에 한표 던졌다. 내가 김형오 의원에 대해 조금이라도 알게 된 계기는 딴지일보 인터뷰를 통해서이다.

딴지일보 이너뷰 보기 : 한나라 일망타진 이너뷰 제 2탄 – 김형오
김형오 의원 홈페이지

김형오 의원이 얼마전 디지털한나라당 추진위원장을 사퇴했다고 한다. 사퇴의 변이야 아래를 읽어보면 잘 알것이고, 재미있었던건 여전이 한나라당의 인식수준이 ‘당의 선전활동을 위해 이메일을 가능한 한 많이 수집하고, 사이버 논객들을 동원하여 모든 게시판 사이트에 한나라당에 호의적인 글들을 도배하면 여론이 달라질 거라고 생각하는’ 수준에서 벗어나 있지 못하다는 김형오 의원의 지적이다.

사실.. 꼭 한나라당 뿐만 아니고.. 자민련은 안그럴까? 민주당은 또 안그럴까? 저렇게 생각할 수밖에 없는 것은 디지털 마인드가 형성되어 있지 않아서이기도 하지만 인터넷에서 놀고 있는 젊은층에 대한 믿음이 기본적으로 없기 때문이다. 그래서 이벤트 몇번 개최하면 젊은층의 한나라당 홈페이지를 자주 와줄 것이라고 믿는 것이다.

한나라당이 진정으로 디지털정당으로 탈바꿈하기 위해서는 인터넷에서 놀고 있는 그들을 믿어야 한다. 그건 네티즌을 믿는 것이 아니다. 우리 주위에 있는 사람을 믿는 것이다. 작년 노무현 캠프는 믿을 곳이 인터넷밖에 없지 않았던가. 그럼에도 이겼다. 오늘은 김형오 의원의 글을 추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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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왜 디지털 위원장을 사퇴했는가

저는 지난 9월 5일 디지털한나라당 추진위원장직을 사퇴했습니다. 출범 2개월이 채 안되는 시점에서 위원장직의 사퇴는 평소 디지털 정치를 주장해온 저로서는 사실 쉽지 않은 결정이었습니다.

그러나 최근 한 온라인 신문의 칼럼은 저의 디지털위원장직 사퇴야말로 변화를 외치는 한나라당의 본모습을 역설적으로 잘 보여주는 사례라고 꼬집었습니다. 저로서는 매우 유감스런 일입니다. 따라서 이번 기회에 이런 오해에 대한 입장을 밝히고 또한 ‘디지털정당’이 이대로 좌초되어서는 안되겠다는 절박한 심정에서 침묵을 깨고 그간의 경위와 사퇴의 배경을 밝히기로 했습니다.

위원장을 맡게 된 경위

지난 6월 대표 경선에서 저는 디지털정당화와 세대교체만이 한나라당을 위기에서 살려내는 길이라고 줄기차게 주장했습니다. 당 안팎에서 기대와 호응도 있었던 것으로 생각됩니다. 한나라당도 이제 변할 수 있겠다는 희망의 메시지로 받아들이는 분위기가 저를 고무시킨 적도 있었습니다.

최병렬 대표체제가 출범한 후 디지털한나라당 추진위가 만들어지면서 위원장 요청 제의가 들어왔습니다. 제가 탁월한 능력이 있어서라기 보다 그간 디지털 정치를 주장해온 정치철학과 일관된 신념 때문이라고 생각합니다.

저는 위원장직을 수락하면서 디지털 정당화는 단순히 기술적인 당무 프로세스 개선의 차원이 아니라 당의 구조를 새롭게 리스트럭처링하는 차원에서 접근해야 하며 당연히 인력과 예산이 지원되어야 소기의 성과를 거둘 수 있음을 강조했습니다.

추진위는 첫 회의부터 의욕과 활기가 넘쳐났습니다. 각오도 대단했습니다. 그 동안 당이 네티즌에게 무심했다는 점과 열악한 디지털 환경을 자성하는 것에서 출발했습니다. 앞으로 위원회 활동을 통해 당을 디지털 환경에 맞도록 근본적으로 뜯어고치는 마스터플랜을 만들자는데 공감했습니다. 이를 위해 디지털 정당 추진위의 활동 방향을 크게 △당의 구조를 디지털적으로 바꾸고 △당의 인력을 디지털 마인드화 시키며 △네티즌과 다양한 대화채널을 상시 가동하는 시스템을 만드는 것으로 잡았습니다.

한나라당의 디지털 수준과 실상

그러나 당 지도부의 생각은 달랐습니다. 홈페이지를 좀 뜯어고치고 홍보성 이벤트를 몇 번 개최하면 젊은층이 저절로 모여들지 않겠냐는 생각인 것 같았습니다. 특히 당의 선전활동을 위해 이메일을 가능한 한 많이 수집하고, 사이버 논객들을 동원하여 모든 게시판 사이트에 한나라당에 호의적인 글들을 도배하면 여론이 달라질 거라고 생각하는 듯 했습니다.

이것은 솔직히 전략도 아니고 전술도 아닙니다. 디지털정당화에 대한 원천적인 이해가 부족한 것입니다. 좀 심하게 표현하면 내용은 그대로인데 포장만 바꿔서 소비자들을 현혹시켜보자는 얕은 상술에 불과한 것입니다. 아무리 급하다고 바늘 허리에 실을 매서 쓸 수는 없는 법입니다. 가장 진솔하게 접근할 때 뜻이 통하는 시대입니다. 또 이런 정도 수준이라면 기존의 사이버팀이나 웹 전문회사에 맡기면 될 일이지 굳이 국회의원, 지구당위원장 18명이 모여서 토의할 이유가 없습니다.

물론 인력과 예산이 빠듯한 당 살림살이를 이해 못하는 바는 아닙니다. 그러나 이것은 마인드의 문제입니다. 디지털 정당을 만들겠다면 당연히 비용이 드는 것입니다. 그런데 그 비용이 얼마나 들지를 전문기관에 의뢰하는 것부터 인색해서는 문제의 해결은커녕 접근조차 되지 않는 것입니다. 디지털화를 위해 웬만한 기업도 수십, 수백억원씩 쏟아붓고 있지 않습니까. 열악한 인프라와 시스템을 뜯어고치는 것은 디지털정당의 전제이며 출발이지 목표가 아닙니다. 기업이 들이는 돈의 십분의 일도 투자할 의지가 없이 디지털 운운한다면 삼척동자도 웃을 일입니다. 전근대적인 비대한 정당조직을 새롭게 뜯어고치는 일은 오직 디지털 방식으로 할 때 가능한 것입니다. 다양한 유권자 층을 체계적으로 분석하고 접촉하며 쌍방향 대화가 자연스럽게 이루어지는 살아 움직이는 정당, 이것이 디지털정당의 모습입니다. 적은 비용으로 최대의 효과를 거둘 수 있습니다. 아직도 조직관리와 동원 정치의 꿈을 깨지 못하는 아날로그적 사고가 문제입니다.

대선에서 지고 난 뒤 땅을 치고 통곡해 놓고 벌써 패배의 원인을 까먹었단 말입니까. 상대방의 실수로 반사이익을 얻는 시대는 지났습니다. 인터넷을 아직도 욕구불만에 가득 찬 철없는 애들의 ‘불안한 해방구’ 정도로 여겨서는 결코 21세기 정당이 될 수가 없습니다.

저는 개인적으로 작년 5월부터 인터넷의 힘, 디지털 시대의 변화를 주시해야 한다고 주장해 왔습니다. 5월 민주당의 경선 돌풍, 6월 월드컵의 붉은 악마, 12월 대선에서 젊은층을 중심으로 한 자발적 참여열기는 이 시대의 조류라고 외쳤습니다. 그러나 우리당은 그 물결을 타지 못하고 좌초하고 말았습니다.

지금 한나라당을 냉정히 살펴봅시다. 그때와 무엇이 달라졌습니까. 당의 얼굴과 체제가 약간 바뀌었을 뿐 국민의 눈 높이에 맞는 체질개혁은 이루어지지 않고 있습니다. 이땅의 미래세력, 젊은이들, 소외세력들에게 어떠한 비전과 정책을 제시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여전히 현실에 안주하고 지역구도의 유혹을 떨치지 못하고 있습니다. 오히려 노 대통령의 인기급락에 긴장감마저 사라진 채 안도하고 있는 모습입니다.

왜 디지털 정당으로 가야 하는가

왜 디지털 정당을 만들어야 합니까. 디지털 정당이 무엇입니까. 과거 산업사회는 아톰(물질)이 지배했지만 정보사회는 비트(정보)가 지배합니다. 물질은 나누면 나눌수록 작아지는 것입니다. 그래서 사람들은 그것을 차지하기 위해 이데올로기, 계급, 지역, 세대 등으로 갈라서 싸우게 됩니다. 그러나 정보사회는 네트워크로 모두 연결되어 있습니다. 너와 내가 대결하고 갈등하는 시대가 아니라 서로 조화, 융합하는 시대인 것입니다. 결국 디지털 시대의 정치는 제로섬 정치가 아닌 상생의 정치를 지향해야 합니다. 3김식 정치가 종식되어야 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습니다.

한나라당의 디지털 정당화란 이러한 디지털 시대의 정신에 맞게 당을 리스트럭처링 하는 것을 의미합니다. 이는 당연히 온라인뿐만 아니라 오프라인까지 모든 구조를 개혁하는 것을 포함하는 것입니다. 한나라당의 보수성, 경직성, 권위주의, 낡은정치를 타파하기 위해서는 디지털 정당으로의 변화가 불가결한 조건입니다. 2004년 총선과 2007년 대선은 당을 어떻게 개혁하느냐에 따라 그 결과는 천양지차로 나타날 것입니다.

그런데 지금 한나라당의 디지털 정당에 대한 인식은 어떻습니까. 지난 대선에서 위력을 실감했지만 아직도 가슴에 절실히 닿는 것은 아닌 것 같습니다. 사고의 혁신이 따라주지 못하고 있습니다. 이해가 덜 되었거나 지극히 표피적인 수준에 머물고 있습니다. 디지털 정당화는 결코 홈페이지를 새롭게 만드는 작업이 전부이거나, 몇몇 전문가들에 의한 기능적인 접근으로는 이룰 수 없는 것입니다. 그런데도 만능 해결사인양 잔뜩 기대치를 부풀려 놓고 정작 지원에는 난색을 표명합니다. 결국 나무 위에 올려놓고 흔들어대는 셈입니다.

저는 유감스럽게도 무에서 유를 창조하는 신의 손을 가지지 못했습니다. 그래서 결국 위원장직을 사임하기에 이른 것입니다. 문제는 아날로그적 사고로 디지털 정당을 만들겠다는 의욕 자체에 있는 것이 아니라 아날로그 정당을 디지털 정당처럼 회칠하려는데 있습니다.

그래도 디지털 정당이 희망이다

당 지도부에 다시 한번 간곡히 호소합니다. 우리 한나라당 정말 바뀌어야 합니다. 최근 불거지고 있는 젊은 의원들의 주장이 100%는 아니지만 많은 부분 일리가 있습니다. 변화에 대한 열정에 전적으로 공감합니다. 시대가 바뀌고 세계가 바뀌는데 한나라당만은 변하지 않는다는 말을 들어야 하겠습니까. 디지털 정당화 역시 피해갈 수 없는 시대적 흐름이라는 사실을 직시해야 합니다. 2004년 총선은 도덕적이면서도 시대정신에 맞게 개혁을 선도하는 정당과 인물을 선택하는 선거가 될 것입니다. 선진정치실현을 위한 제도개혁에 한나라당이 먼저 깃발을 들고 나가야 합니다. 상대당의 개혁을 흉내내는 듯한 무늬만 개혁의 자세로는 절대 원내 제1당의 자리를 지켜낼 수 없습니다.

국민참여형 상향식 공천제 등 지금 논의되는 정치개혁 과제들의 대부분은 사실상 디지털 인프라가 구축되어야 가능한 것입니다. 디지털 정당이 되지 않으면 우리의 미래는 비관적입니다. 요즘 어떤 젊은이가 지구당 당사에 와서 당원으로 가입하려 하겠습니까. 이제 디지털로 해결해야 합니다.

물론 디지털 정당화는 누구도 걸어가보지 못한 전인미답의 길입니다. 전 당원의 지혜가 모아져야만 가능한 것입니다. 지구당사는 오프라인 만남의 장소 정도로 사용되고, 모든 정보교환과 업무처리는 사이버 상에서 신속하고 편리하게 이루어질 것입니다. 선거조직은 자발적인 서포터 중심으로 바뀌어야 하고 중앙당 홈페이지는 여론 광장과 정책산실로 업그레이드 되어야 합니다. 이런 저런 논란이 많은 상향식 공천도 인터넷 선거를 통하면 정치신인들이 돈 걱정을 하지 않아도 됩니다. 중앙당도 사무처도 디지털 정당에 맞는 조직과 운영체계로 가야합니다. 디지털 정당화를 통해 정치개혁이 시작되는 것입니다.

저는 비록 위원장직을 사임했지만 여전히 한나라당의 변화와 개혁을 위해 묵묵히 할 일을 할 것입니다. 디지털 정당 자체가 한나라당 지지를 확 끌어올릴 수는 없지만 적어도 한나라당이 변화를 위해 몸부림치고 있다는 사실은 보여줄 수 있습니다. 국민의 가슴속에서 감동이 일 때 비로소 한나라당은 정치의 중심에 있게 됩니다. 이번 디지털 추진위는 모두 연부역강한 위원으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하루속히 정상화시켜 성공적인 활동을 할 수 있도록 해야 합니다. 저의 디지털 위원장직 사퇴가 디지털 정당으로 가는 발전적 계기가 되기를 간절히 바랍니다.

2003. 9. 19

국회의원 김형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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