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자팔찌와 개목걸이

▲ 진수희 한나라당 제6정조위원장이 26일 오전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매년 증가하는 성폭력 범죄를 근절하기 위한 법적·제도적 장치로 `전자위치확인제도`를 도입하겠다”며 전자팔찌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사진출처 오마이뉴스)

‘개목걸이’라는 제목의 영화가 있었다. 91년도에 나온 이 영화는 극장에 걸렸는지는 확인할 길이 없지만 비디오대여점에서는 꽤 인기가 있었던 영화였던 것으로 기억한다. 영화의 초반은 수백만달러의 다이아몬드를 훔치는 것으로 시작하지만 사실 이 영화에서 충격적인 것은 미래의 감옥에 대한 것이다.

감옥에 간 주인공의 목에는 일명 ‘개목걸이’가 채워진다. 이 개목걸이는 동료 수감자와 100야드 이상만 떨어지면 폭발하게 되어 있는 장치이다. 더군다나 그 동료가 누구인지도 모른다. 감옥에는 담장도 없었던 것으로 기억한다. 하지만 그 어느 누구도 탈옥을 감행하지 못한다. 동료 수감자와 100야드 이상 떨어졌을때 폭발해버리는 무시무시한 개목걸이 때문에..

영화는 주인공이 자신과 개목걸이로 연결되어 있는 사람과 같이 탈옥하는 것으로 나와 있는데… 물론 탈옥하는 과정에서도 100야드 이상 떨어지지 않으려는 노력은 필사적이다. 그리고 몇번의 위기가 있었지만 결국 성공하는 뻔한 결말의 영화이다.

개목걸이보다는 못하지만 한나라당에서 성폭력 범죄를 뿌리뽑기 위해 성범죄자들에게 GPS칩이 부착된 전자팔찌나 손목시계 등을 착용하도록 하는 ‘전자위치확인제도’를 마련하기로 확정하고 추진절차에 들어간다고 한다. 예전 박근혜 대표의 국회연설에서의 제안이 실제 정책화되고 있는 것이다.

이 정책은 성범죄라는 아주 민감한 사안과 연관되어 있어서 섣부르게 판단을 내리지는 못하겠다. 하지만 수사기관이 성범죄자 전력자들의 일거수 일투족을 낱낱이 파악할 수 있기 때문에… 예를 들어 심장박동수가 갑자기 빨라지는 이상징후가 발견되면 알아챌 수 있어 예방이 가능하고, 무단으로 칩을 떼어낼 경우 처벌도 가능하도록 한다고 한다. 단순하게 생각해도 심장박동수가 빨라지는 경우가 세상에 어디 ‘性’과 관련된 일 뿐이겠는가…

한나라당 서병수 제1정조위원장은 “인권침해 논란은 피할 수 없겠지만 성범죄자의 인권이냐, 피해를 입을 수 있는 사람의 인권이냐를 선택해야 한다”며 “특히나 성범죄의 경우 피해자는 그 상처가 평생 간다”라고 이야기했다고 한다. 거기에 덧붙여 이 제도가 실효성을 거둘 경우 음주운전 등 다른 범죄에도 확대 시행하는 방안을 검토하겠다고 한단다.

성범죄 피해자의 상처가 평생 간다는 사실, 그 폭력성이 피해자에게는 씻을 수 없는 상처로 남긴다는 사실을 부인할 수는 없지만, 누구의 인권이 더 소중하냐를 따져서 한쪽을 선택하는 것이 불가피하다는 저 인식에는 동의하기 어렵다. 인권은 그렇게 경중을 따져서 선택할 수 있는 영역이 아니라는 생각이 들기 때문이다.

범죄의 경중을 따지기란 법조문의 정해진 형량만큼 쉬운 일이 아니다. 성범죄가 큰 죄이고, 음주운전도 큰 죄라면, 부패와 무능으로 국가경제를 파탄내고, 맨날 싸움짓거리로 국민들에게 삶에 대한 희망을 빼앗아버리는 것도 큰 죄일 수 있다. 사기죄도, 도박죄도 큰 죄일 수 있다. 이런 정책이 향후에 꼭 성범죄자에게만 국한될 것이라는 보장이 어디 있는가..

오늘 아침 뉴스를 보니, 유치원 교사의 유아 학대 사건이 발생한다고 유치원에 CCTV를 설치해서 부모들이 언제든지 유치원 돌아가는 모습을 볼 수 있도록 한 유치원이 소개되었다. 참으로 한심한 일이다. 유치원에서의 유아학대가 CCTV설치한다고 근본적으로 해결되지는 않을터인데… 부모 마음 한순간 편하라고 아이들과 교사를 감시한다.

범죄예방을 이유로 거리 곳곳에 CCTV를 설치하고, 중범죄자들에게는 감시팔찌를 채워서 감시하고… 그렇게 해서 범죄가 줄어들지 의문이지만 설령 범죄가 줄어든다고 해서 그 사회가 살기 좋은 사회가 될까? 사회의 문제를 해결하는 것은 정말 어렵고 힘든 일이다. 그걸 잊어버리고 문제를 이것저것 따져보지 않고 쉽게 해결해버리려는 자세.. 그런 자세가 사회를 더욱 어둡게 만든다. 꼭 저런 방법밖에는 없을까? 좀더 올바른 예방책은 없는 것일까?……..

전쟁의 이면에는 대규모 무기업체들이 있다는 것은 누구나가 아는 사실이다. 그들은 자신의 무기가 빨리 빨리 쓰여지기를 바라는 마음에, 보다 최첨단 무기를 개발할 자금을 따내기 위해서 괜한 사람을 죽이는 일까지도 마다하지 않는다. 난 가끔 이런 생각이 든다. 개인의 인권이 침해되든 말든 자사가 개발한 제품만 많이 팔리면 된다는 생각으로 각종 최첨단 기술들이 국가적 차원에서 정책적으로 채택되기를 바라는 세력들이 분명 존재할 것이라는. 그리고 그 세력들이 끊임없이 로비를 하고 있을 것이라는….. 너무 음모론적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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