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이렇게 이명박 지지율이 높을까?
자녀 교육을 위한 위장전입,
직원들의 위장 취업과 탈세 의혹,
BBK사건, 온갖 말실수 등등까지.
5년, 10년 전의 대선 같았으면 벌써 후보를 사퇴하거나 혹은 지지율이 큰폭으로 하락했음직한 이슈임에도 끄덕없다. 50% 넘는 지지율이 30%대로 내려앉긴 했지만 끔찍하게도 하락의 가장 큰 이유는 이회창 때문이라는거.
일부 언론들과 여론조사 분석가들은 그 이유를 지난 정권에 대한 불만들, 잃어버린 10년에 대한 평가라느니, 워낙 경제가 어렵다보니 경제살리기는 곧 이명박으로 공식화되어 있는 프레임이 너무 공고하다느니 하는 분석들을 내놓고 있지만 그것만으로는 정말 이 현상을 설명할 수 있을까?
정말 서글픈 것은 이명박을 지지하는 사람들도 이명박이 도덕적으로 문제가 있음을 알고 있다는 사실이다. 도덕이 땅에 떨어졌다고 그렇게 한탄하던 어르신네들이 도덕책을 뒷방에 쳐박아놓고 사시는가보다.
부패한 사람 보다 무능한 사람이 더 나쁘다는 논리가 먹히는 세상이 되어버렸다. 오늘 KBS여론사에 보면 국민들이 대통령을 선택하는 제1의 기준이 능력이라고 한다. 다음에 도덕성, 그 다음이 정책이다. 능력에도 가치가 있는 법이다. 착한 능력이 있고, 나쁜 능력이 있다. 능력만으로 따지면 일 잘하는 것만으로 따지만 이명박 보다 못할 사람이 세상에 한두명이겠나?
사실 부패와 능력의 비교는 논리라고 할 것도 없다. 지난 10년 권력을 가진 자들이 잘못한 일도 많고, 지지했던 사람들을 실망시킨 일도 한두가지가 아니지만, 나 스스로도 개혁하겠다고 스스로 진보라고 외친 자들이 권력을 잡더니 변신했다는 사실에 때로는 분노하기도 하지만 잃어버린 10년이라는 말은 좀 웃기지 않나? 그건 지난 10여년간 권력의 맛을 보지 못한 사람들과 밤의 대통령으로 되돌아가고 싶은 메이저 언론들이 만들어놓은 평가 프레임이라는 생각이든다.
왜 이렇게 이명박 지지율이 높은걸까?
곰곰히 생각을 해봤다.
사회심리학자들이 말하기를 사람들은 자신이 왜 그렇게 판단하는지, 왜 그렇게 행동하는지, 왜 그것을 싫어하고 좋아하는지 정확한 이유를 알지 못한다고 한다. 사람들은 자신이 한 말과 행동에 대해 충분히 정당화하지 못하면 그렇게 할 수밖에 없었다고 믿어버리는 경향이 있다는 것이다. 그리고 다른 사람이 그것을 지적하면 태도의 변화를 설명하려고 가짜 이유를 들이댄다고 한다.
사회심리학에 대해서는 잘 몰라서 요즘과 같은 상황에 위와 같은 명제를 대입하는게 맞을지는 모르지만 이번 대선을 맞이하는 사람들의 저런 심리 상태에도 저런게 묻어 있지 않는가라는 추측을 해본다.
사람들은 왜 자신이 이명박을 지지하는지, 왜 DJ와 노무현 정권으로 이어지는 민주화세력의 지난 10년을 증오하는지 정확히 알지 못한다. 주변 사람에게 물어보면 이명박을 지지하는 이유는 경제는 잘 챙길 것 같아서라고들 많이 이야기한다. 그런데 무슨 근거로, 무슨 주장으로 잘 챙길 것이라는 판단은 못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현대건설의 신화? 그것은 자신의 고유의 판단이 아니라 한나라당의 주장이고, 선거본부의 슬로건이고, 일부 언론의 평가이다. 그런 세간의 평가에 자신의 판단을 맡겨버린 것이다.
민주화세력에 대해서도 진보가 밥먹여주냐 혹은 잃어버린 10년이라고 하는 세력들의 이야기가 자연스럽게 자신의 머리 속에 심어진 경우가 대부분이다. 왜, 무엇 때문에, 어떤 근거로 그렇게 이야기를 하냐고 하면 대부분의 사람들은 정확히 답을 하지 못한다.
진보적인 사람들이 DJ, 노무현 정권에 실망했다는 것은 충분히 사실일 수 있으나 진보적인 사람이 경제를 살려야 하기 때문에 이명박을 지지한다는 것은 진실하지 못한 것이다. BBK니 위장취업이니 위장전입이나 탈세이 그런 것과 대통령과는 아무 상관없다고 이야기하는 사람들은 그냥 계속 그렇게 살아가면 된다.
이명박의 허울, 그것을 함께 짊어지고 가는 사람들
현재 이명박을 지지하는 세력들 중에 자칭 진보였다고 하는 사람들 – 예전에 그랬던 지금도 스스로를 진보적이라고 위안하는 사람들 – 은 진보와 개혁이 선(善)으로 평가받을 때 그 집단에 발을 걸어놓는게 자신에게 이득이 된다고 생각했던 사람일 가능성이 크다. 곧 그는 자신의 안위를 위해 진보가 되고 싶었을 뿐 진정한 진보가 되고 싶지는 않았을 것이다.
이는 마치 좋은 사람도 정치권에만 들어가면 왜 그렇게 되느냐는 질문과 일맥상토하는데 예전에 아는 선배가 그런 이야기를 한적이 있다. 80년대의 감성과 시대정신을 충분히 공유하고 있는 그 선배는 386세대인데, 언젠가 사람들과 함께 왜 386 정치인들도 정치권에만 가면 그 모양 그 꼴이냐는 이야기를 밤새 내내 했던 적이 있다고 했다.
새벽까지 이어진 술자리에서 내린 결론은 이것이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그 바닥 – 정치권 – 이 사람을 그렇게 만드는 것이라고 생각하지만 사실은 그렇지 않다라는 것이다. 그런 정서를 가진 사람이 정치권으로 가기 때문에 그런 것이라는 것이다. 결국 그는 원래 그런 사람이었다. 술자리 이야기지만 꽤나 공감이 갔었던 이야기다. 어찌 사람이 그렇게 빨리 변한단 말인가? 원래 그렇지 않고서야.
지난 10년 동안 민주화 세력을 믿어왔지만,
자칭 진보라고 위안하면서 개혁 세력을 지지해왔지만 얻은게 하나도 없었다고 하는 사람들,
진보와 민주주의가 밥 먹여주냐는 사람들,
그래서 이명박이 허물은 많지만 경제를 살린다고 하니까 이명박을 지지한다는 사람들…
모두는 아니겠지만
우리가 예상하는 것보다 훨씬 많은 사람들이
지금 이명박의 허물이라고 하는 것들은
기회만 되면 하고 싶은 욕망을 간직하고 있는게 아닐까?
내 자녀를 잘 키우기 위해서는 위장전입도, 조기유학도, 고액과외도 하고,
이제 전문직 종사자들은 세금을 어떻게라도 적게 내려고 축소신고하거나 편법을 이용하고,
수익이 좋다고만 하면 설령 주가조작 냄새가 난다고 하더라도 어떻게든 끼어보려고 하고,
내가 지금 살 집과는 상관없이 값이 오른다고 하면 빚을 내서라도 부동산 투기를 해보고 싶고…..
위장전입, 위장취업, 세금탈세, 부동산투기….
과연 우리들은 이런 욕망으로부터 자유로운가?
사람들은 기회만 된다고 하면 위와 같은 것들을 언제든지 할 준비가 되어 있기 때문에 더 이상 저런 것들이 아주 심각한 허물로 보이지 않는 것은 아닐까?
그래서 슬픈 것은 이번 대선으로 인해
남들에게 보이기 창피했을 저런 허물들이
이제는 너무나도 당연한 일로 받아들여지지 않을까라는 생각 때문이다.
“이번 대선이 슬픈 이유”에 대한 3 댓글
[손석춘 칼럼] ‘이명박 지지자’들은 과연 ‘바보’일까? 2007-11-27 마침내 대통령선거가 막이 올랐다. 한나라당 이명박 후보의 지지가 여전히 높다. 그래서일까. 그의 지지율을 두고 국민의 어리석음을 들먹이…
안녕하세요^^
저는 http://www.on20.net 의 편집기자입니다.
저희 on20에서는 각 블로거들의 글을 모아 추천의 형태로
매거진 발간을 준비중입니다.
블로그님의 기사가 상당히 좋은 것 같아서 한번 매거진기사송고에
등록해 주시면 좋을 것 같아 이렇게 댓글을 남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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확인은 매거진on20에서 확인할 수 있어요^^
그럼 좋은 하루되세요^^
네… 송고하는거야 어렵지 않긴 한데요. 들어가서 일단 해봤습니다. 근데 시간이 좀 지난거여서요…ㅠ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