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 요즘 가끔 혼란에 빠진다.
대통령 선거 때문이다.
이명박의 지지율이 여전히 1위인 것은 여전히 못마땅하고, 그가 대통령이 될 깜도 아니고, 대통령이 되어서도 안된다고 생각하고 있다…
그 이유야 말해 뭐하겠는가… 지금은 별로 입에 올리고 싶지도 않다.
나를 혼란의 늪으로 빠지게 하는 것은 바로 ‘민주화세력’ ‘단일화’… 이런 말들 때문이다.
민주주의를 지키고, 민주주의를 더욱더 낮고, 깊게 발전시키는 것은 분명 진보적인 일이다.
민주주의는 완료형이 아니기 때문이다.
여전히 진행중이고, 더 나은 민주주의의 내용과 방식이 필요하기 때문에 민주주의는 끊임없이 고민해야 한다.
지난 10년간 깨달은 것이 하나 있다.
“민주화 세력”이 별로 민주주의적이지 않다는 사실이다.
“민주화 세력”이라는 그 이름으로 정치권에 들어가서 했던 일들을 보면 정말 울화통이 터지지 않는가?
원로분들께서 한마디 하셨나보다.
대통합민주신당, 창조한국당, 민주노동당, 민주당 등에게 단일화하지 않으면 “거짓 민주화세력”이라고 규정하겠다고.
몇가지 생각이 들던데..
가장 먼저 들었던 생각은 민주노동당은 왜 언급했을까…쩝..
민노당에 별로 매력을 못느끼고 있긴 하지만 민주노동당더라 다른 세 당과 연합해서 대선에 임하라는 것은 너무 예의가 없는 태도 아닐까?
87년과 92년에의 독자출마 세력에게 그랬고…
97년 국민승리21에게도 그랬고, 2002년 민노당에게도 그랬다.
그 주장은 이제 좀 그만할 때도 되지 않았나…
다음으로 들었던 생각은 만약 단일화가 되지 않을 경우 “거짓 민주화 세력”으로 규정한다고 하셨는데 그러면 네 세력 “거짓 민주화 세력”이 되는건가? 아니면 대통합민주신당을 제외하고 창조한국당, 민주당, 민주노동당이 거짓 민주화 세력이 되는건가? 이 말은 곧 대통합민주신당을 중심으로 단일대오를 형성하라는 표현이라고밖에 볼 수 없지 않을까?
그게 아니면 도대체 뭐~야?
얼마 전에 문국현 후보가 후보단일화를 위해 중재해줄 것을 시민사회에 제안했을 때!
난 그걸 시민사회가 받으면 ‘바보’지라고 생각했었는데 실제 그 제안을 받아서 중재하고 싶은 사람들이 좀 있다는 누군가의 말에 어이없어 할 수밖에 없었다.
시민사회도 여전히 87년 체제에 갇혀서 앞으로 나가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그 역할을 시민사회의 원로이거나 혹은 리더라고 불리우는 사람들이 하고 있다는게 참 안타까울 뿐이다. 사람을 존경하는 것과 옳고 그름을 파악하는 것은 다를텐데 실제로는 그분들이 시민사회를 대표하지도 않고, 대표할 수도 없는데도 스스로 시민사회의 대표 자격으로 중재를 하네, 마네 하는 것이 참 웃기는 일이 아닐 수 없다.
시민사회는 이제 그 ‘원로 체제’를 좀 벗어야 할 때이다.
그 ‘원로 체제’ 아래에 있었던 분들도 또 다른 ‘원로 체제’를 만들지 않았으면 좋겠다.
우리들만의 연대나 세력화가 아니라 “진정한 연대”가 무엇인지. “세력화”해야 할 사람들은 진정 누구인지를 자신의 위치에서
생각해주셨으면 하는 바램이다. “원로 체제”를 고착화시키는 무슨 기구가 있다고 하면 그걸 스스로 깨주시는 것도 방법이고.
이렇게 말하면 비판을 하는 사람들이 좀 있긴 하다.
그럼 반동세력, 부패세력이 집권하는 것을 그냥 바라만 보고 있어야 하냐고, 할 수 있는데까지는 뭐든지 해봐야 하는거 아니냐고, 그게 운동하는 사람의 자세 아니냐고 말이다. 실제 그런 말을 들어보기도 했으니까 그렇게 생각하는 사람들이 꽤 있는거 같다.
그런데 “운동하는 사람의 자세” 운운하는 것은 관점이 틀렸다.
운동하는 사람의 자세는 운동 속에서, 일상 속에서 끊임없이 더 많은 민주주의를, 더 깊은 민주주의를, 더 가까운 민주주의를 실천하는 사람이지 그것을 부정해왔던 “민주화 세력”에게 힘을 몰아주거나 운동가로서이 이름을 저당잡히는 사람은 아니기 때문이다.
그리고 뭐든지 해야 하는 것은 맞다.
다들 뭐든지 한다. 그리고 할 것이다.
그러나 그 뭐든지를 ‘민주화 세력의 단일화’로만 한정되는게 문제다.
정치권에 들어간 민주화세력이 민주주의를 하지 않았다.
능력이 없는 것이 아니라 민주주의를 하지 않은 것이다.
때문에 민주화 세력이라고 해서 무조건 지지해줄 수는 없다.
즉, 지금 그분들이 단일화한다고 해서 감동이 올리 없고, 찍을 근거가 되지는 않는다.
그래서 대선에서 지면?
그래도 삶은 지속된다.
잠깐의 멈춤이 있을지 모르지만 운동도 역시 지속된다.
멈추는 것을 두려워하고, 뭔가 끝난다고 생각하면 운동도 끝난다.
가슴 속에 불가능한 꿈을 하나씩 가지면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