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울이면 비닐포대를 들고 집근처의 낮은 산으로 갑니다.
친구들과 눈싸움을 만들고, 싸우다 지치면 눈사람을 만듭니다.
어릴 적에 그렇게 놀았습니다.
그러다가 어른이 되어 도시에 정착했을 때
눈이 내리면 고개를 푹 숙이고 총총 걸음으로 정해진 목적지에 가기 바쁩니다.
눈이 녹고 난 후의 질퍽한 길들에 기분이 심란해졌습니다.
따뜻한 입술에 닿아 녹아내리는 눈의 맛도 보지 못했습니다.

그리고 지금…
다시 시골에 살기 시작하면서
눈이 오면 비닐포대를 챙길 생각을 하고,
눈 위를 누워볼 생각도 하고,
눈 사람을 만들어볼 생각도 하게 됩니다.
오늘 그렇게 기다리던 눈이 왔습니다.
하얀 함박눈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