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로그와 시민운동(14) : 풀뿌리운동과 롱테일 법칙

롱테일 The Long Tail 법칙이라고 들어보셨을겁니다. IT잡지인 Wired 편집장인 크리스 앤더슨(Chris Anderson)에 의해 이름 붙여진 비지니스 용어인데요.

우리가 그동안 이해해왔던 전통적인 시장에서는 잘 팔리는 상위 20%의 상품 매출액이 전체의 80%를 차지한다고 하는 파레토 법칙이 적용되어 왔습니다. 이는 오프라인 시장에서의 법칙입니다. 하지만 인터넷으로 인해 온라인 비지니스 모델과 온라인 시장이 등장하면서 이 법칙은 깨지게 됩니다.

이유는 그동안 공간적 제약 때문에 진열하지 못했던 상품, 마케팅으로부터 소외되었던 상품들이 온라인 시장에서는 진열 가능하게 되었고, 이러한 상품들이 누군가에 의해 선택됨으로써 새로운 시장이 생기게 된 것이죠.

롱테일 법칙이라는 용어를 만들어내는 크리스 앤더슨은 여러 온라인 비지니스 모델을 분석하는 중에 그동안 간과되어 왔던 상품들, 그러니까 위 그림에서 보는 하위 80%에 해당하는 상품들의 매출이 상위 20% 상품의 매출액을 넘는다는 새로운 상황을 설명하는 것이 바로 긴꼬리 현상, 즉 롱테일 법칙인 것입니다.

시민운동에서의 롱테일 현상?

시민사회에서 롱테일 현상을 존재합니다. “상품의 판매”라는 결과를 “주목도”나 “메시지”로 대체하고, 20 대 80이라는 숫자를 잠시 접어둔다면 말입니다.

그동안 사람들은 신문이나 방송을 통해서 시민단체를 알아왔습니다. 주로 규모가 크고 사회적 이슈에 집중하는 단체들이 그 대표성을 인정 받아 왔습니다. 실제로 그런 단체들이 시민사회를 대표하지 않음에도 말입니다.

하지만 우리 주변에는 수많은 시민사회단체들이 존재합니다. 그 분야와 규모 또한 너무나도 다양합니다. 그리고 지역으로 내려가면 사회복지, 지역자치, 의정감시, 대안교육, 생태 등에 관심을 가지고 있는 수많은 풀뿌리 단체들이 있습니다.

인터넷이 있기 전에 풀뿌리 단체들의 목소리는 해당 지역의 범위를 벗어나지 못했습니다. 간혹 풀뿌리 단체들이 함께 모이는 대회나 워크샵, 포럼 등에서 그 내용들을 공유할 수 있었습니다. 실제로 다양한 목소리들이 현실적으로 존재함에도 불구하고 그 목소리를 담아낼 미디어가 없거나 다루어지지 않음으로 인해 목소리는 지역이라는 공간 내에 갇힐 수밖에 없었습니다.

하지만 이제는 인터넷과 개인 미디어인 블로그로 인해 우리는 다양한 풀뿌리들의 목소리를 들을 수 있게 되었습니다.

비록 여전히 전통적인 미디어에서는 규모가 큰 단체들의 목소리를 시민사회의 대표 입장인 것처럼 이야기하고 있지만 인터넷이라는 공간에서는 우리가 마음만 먹으면 얼마든지 다양한 지역, 다양한 분야에서, 다양한 사람들과 지역 사회를 바꾸기 위해 일하고 있는 다양한 풀뿌리 단체들을 만날 수 있습니다.

대중성과 주목도는 크지 않지만 풀뿌리 단체들이 우리 사회 곳곳에서 미치고 있는 영향력을 따져보면 그동안 언론을 통해 대중들에게 알려졌던 서울에 근거를 두고 있는 대형 단체들의 영향력을 넘어선다고 말하는 것은 지나친 비약일까요?

만약에 수많은 언더그라운드 음악인들이 존재하지 않는다면 스타 가수는 지금처럼 주목받지 못할 것입니다.인기나 주목도는 상대적인 것이기 때문입니다. 1년에 1,000개의 음반이 나오고 그 중에서 잘 팔리는 음박이 10개 정도라고 가정하면 100개의 음반이 나올 경우에는 똑같이 10개의 음반이 잘 팔리는 것이 아니라 1-2개의 음반이 잘 팔릴 것입니다. 물론 상대적인 것은 때때로 절대적일 수도 있습니다. 일반적으로 그렇다는 것이죠.

2륜 구동이 아닌 4륜 구동 엔진을

시민사회운동도 마찬가지입니다. 환경운동을 예로 들면 지역에서 수많은 풀뿌리 단체들이 지역에서 지역의 시민들과 함께 환경교육이나 생태체험, 지역환경 보존활동 등을 펼치지 않는다면 큰 단체들의 대형 환경사안에 관한 이슈파이팅은 힘을 받을 수 없습니다.

때문에 시민운동이 현재의 위기를 극복하고 다시금 대중의 신뢰를 얻기 위해서는 풀뿌리운동이 함께 발전해가야 합니다. 즉, 시민운동 이후의 대안이 풀뿌리운동인 것이 아니라 시민운동이 살기 위해서는 풀뿌리운동이 지역 사회에 말 그대로 뿌리를 내려야 하고, 그렇게 촘촘히 엮여진 풀뿌리들의 네트워크가 시민운동을 밀고 나가야 합니다.

전륜구동 차건 후륜 구동 차건 자동차는 굴러갑니다. 하지만 지금은 앞바퀴가 끌고 가는 전륜 구동 방식이 아니라 뒷바퀴가 밀고 가는 후륜 구동 방식의 운동이 필요할 때라는 생각이 듭니다. 앞바퀴가 너무 닳아서 이제는 앞바퀴를 좀 교체할 필요가 있습니다. 그래서 향후엔 2륜 구동이 아닌 4륜 구동 방식의 자동차로 세상을 바꾸는 운동이 눈길 위도 잘 달리고, 오르막기로 잘 오르는 파워엔진으로 업그레이드되면 좋겠습니다.

최근에 서울의 구 단위에서 활동하고 있는 풀뿌리운동 단체들이 추진하고 있는 “블로그를 이용한 풀뿌리운동 단체들의 지역 네트워크 구축” 사업에 함께 하고 있습니다. 얼마 전에 풀뿌리 활동가 몇분을 모시고 <블로그와 운동>에 대해 말씀을 나눌 기회가 있었는데요. 그때 만든 PT자료를 바탕으로 블로그의 개요와 의미, 블로그의 활용 사례, 블로그와 풀뿌리운동 등의 내용들을 정리해볼 생각입니다. 블로그에 관심있는 시민사회에서 활동하시는 분들에게 조금이라도 도움이 되었으면 좋겠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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