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넷에서 살아남기(2) : 온라인판 유인물 홈페이지

첫 번째의 글 “인터넷에서 누구를 위해 글을 쓰는가?”에서 말하고자 했던 것은 시민단체가 생각하는 인터넷과 네티즌들이 생각하는 인터넷에는 작지만 매우 큰 차이가 있다는 사실이다.

전통적으로 시민단체가 인터넷을 바라보는 관점은 ① 조직화의 도구, ② 홍보와 참여의 수단, ③ 미디어, 이렇게 세 가지로 정리할 수 있다.

인터넷이 단순히 도구가 아니라는 말도 해왔지만 그것은 인터넷이 현실세계와 똑같이 사람들이 쇼핑하고, 문화를 즐기고, 사람들과 관계를 맺는 공동체적 성격을 지녔다는 사실, 현실 세계와 가상세계를 따로 분리할 수 없다는 사실에 근거한 판단이었다.

그러나 시민단체는 지금까지 중요한 사실을 간과해왔다. 어느 곳이 현실이고 가상인지 분간할 수 없을 정도로 인터넷을 광범위하게 이용하고 있지만 현실과 가상이라는 공간 사이에는 엄연한 문화의 차이, 언어의 차이, 관계의 차이가 존재한다는 사실 말이다.

여기서 문제는 시민단체가 여전히 현실세계의 논리로 인터넷 세상의 사람들을 설득하려고 해왔다는 사실이다. 시민단체는 인터넷이라는 공간이, 그 속에 존재하는 네티즌이 시민단체가 내뱉는 언어와 주장에 따라 적절히 움직일 수 있는 공간이라는 착각에 빠져있었다. 하지만 현실은 그렇지 않다. 현실공간에서 관계맺고 있는 열 사람을 인터넷이라는 공간에 들여보내보자. 그들의 의사소통방식과 언어들은 금새 달라진다.

성명서와 보도자료는 읽을만한가?

시민단체 홈페이지에는 성명서와 보도자료가 항상 탑뉴스를 차지한다. 그러나 성명서와 보도자료는 우리 사회의 여론을 움직여왔던 전통적인 세력들 – 정부관리, 정치인, 언론인 – 을 위해 쓰여진 것이다. 여론을 움직이는 주체세력이 바뀌고 있다. 이 사실을 직시해야 한다.

온라인 토론회는 현장에서 진행되는 썰렁한 토론회를 인터넷으로 생중계하고, 의견게시판을 열어놓는 것이라고 알고 있었다. 한 단체가 1999년에 한 포털사이트와 공동으로 사회적 현안에 관한 인터넷 생방송 토론회를 진행한 적이 있다. 하지만 그 토론회를 인터넷에서 생방송으로 시청하는 사람은 거의 없었다. 물론 99년 당시의 인터넷 이용자수와 초고속인터넷망 보급률에는 엄청난 차이가 있기 때문에 지금 상황과 단순 비교하는 것은 무리가 있다.

재미없고, 권위적인 요소가 잔뜩 묻어난 토론회는 인터넷에서도 재미없긴 마찬가지다. 이 단체는 99년도의 실험에서 한 가지 교훈을 얻었다. 현실세계에서의 방식을 그대로 인터넷에 가져다놓는다고 인터넷적이지 않다는 것, 인터넷이라는 공간에는 그 공간만의 특성이 있다는 사실을.

유인물 홈페이지

시민단체의 홈페이지 대부분은 유인물형 홈페이지다. 그게 아니면 잡지형 홈페이지다. 유인물이 과거에는 정말 유용한 선전·선동의 도구였다. 권력의 핵심에 파장을 일으키는 매체였다. 하지만 지금은 그렇지 않다. 대규모 집회가 불가능해진 이유는 절차적 민주주의가 완성되고, 사람들이 예전과 같은 일방통행의 집회를 싫어한다는 이유도 있지만 집회의 장소에 정보가 흐르지 않기 때문이기도 하다.

과거에 거리의 집회는 집에서 있는 책과 더불어 정보를 획득하는 거의 유일한 공간이었다. 작금의 시대적 문제가 무엇인지를 집회 장소에 뿌려지는 수십 종의 유인물과 팜플렛으로 알 수 있었다. 하지만 지금은 어떤가, 정보는 인터넷에 널려있다. 사람들은 집회에 오기 전에 이미 사태파악을 다 하고 오는 셈이다. 그렇기 때문에 연설도 재미없고, 유인물도 그저 그렇다. 집회는 당연히 문화적인 행사로 변화할 수밖에 없었다.

시민단체들의 홈페이지는 유인물의 틀을 벗어나고 있지 못하고 있다. 유인물 홈페이지에 유인물에서 통용되던 언어들이 여전히 자리를 잡고 있다. 지금의 시대는 시민단체가 발행하는 유인물이 아니더라도 훨씬 고급스럽고 구체적인 정보들을 얻을 수 있는 시대이다. 나무도 보여주고, 숲도 보여주는 정보들이 인터넷에는 풍부하게 있다. 문제는 대중과 호흡하고 소통하는 방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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