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년 전 한 은행에서 마이너스 통장 대출을 받으려고 갔는데 펀드를 하나 가입하라고 한다. 강제는 아니었지만 왠지 펀드를 가입해야만 대출을 해준다는 무언의 압박(?) 때문에 어쩔 수 없이 적립식 펀드를 하나 가입하기로 한 것이다. 월 5만원 이상… … 뭐 적금 하나 드는 셈 치자!
그리고 2년이 흐른 작년, 온통 TV며, 신문에 펀드 열풍이 불기 시작했다. 수익률이 50%를 넘었다는 소식도 들리고, 펀드로 대박난 사람들의 이야기도 간간히 들리기 시작했다. 주식 한번 해본적 없는 나에게 그런 이야기는 먼 이야기처럼 느껴졌지만 문득 내 펀드 수익률은 어떻게 되는지 궁금해서 인터넷으로 조회를 해보니 30%가 훌쩍 넘어 있었다.
애초에 적립한 금액이 적으니 그 수익률이라 해봐야 얼마 되지 않지만 기분이 좋은건 당연지사. 1,000만원 넣어놨으면 300-400만원은 거저 먹겠다라는 생각이 드니 이래서 돈 있는 사람이 돈 먹는구나라는 생각까지 이르렀다. 그 이후에 인터넷뱅킹을 할 때마다 펀드 수익률을 확인해보는 습관이 생겼다.
어떨 때는 30%, 어떨 때는 20%, 다시 30%… 내 돈이 어디에 투자되는지도 모르면서 그냥 수익률이 적금 보다 훨씬 좋기에 올해 9월 만기까지 이 정도 수익률이면 대출금을 갚는데 일조할 수 있겠다라는 기대가 있었다.
그러나 주식시장 폭락… 1월 들어서 수익률을 체크해보기 시작했다. 15%, 8%, 12%, 11% .. 이렇게 수익률이 갈팡질팡 왔다갔다하는데.. 내심 짜증이 나기 시작했다. 어차피 월 5만원씩 넣었으니 절대적인 액수라 해봐야 얼마 안되지만 무엇보다 주식 시장 상황에 따라 계속 수익률을 체크해보는 내 모습에 짜증이 나기 시작한 것이다. 뭐 내 노동력을 투여한 것도 아니오, 아무리 합법적인 수익률이라 하지만 괜히 불로 소득인 것마냥 마음 한구석이 불편하기도 했다.
떨어지면 마음이 불편하고, 오르면 기분이 좋아진다지만 그런 것에 신경쓰고 체크할 시간에 좀더 생산적이고 재미있는 일을 하는 것이 훨씬 정신 건강에 좋다라는 결론에 도달하자 펀드를 해지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 괜히 남들이 만들어주는 수익률에 신경쓰지 말고 살자.
인터넷으로 해지 신청을 하는 날, 분명 만기일인 올해 9월이 되면 지금 보다는 수익률이 훨씬 좋을 것이라는 어느 정도의 확신은 있었다. 지금 해지하면 손해보는거야라는 잠시의 유혹이 있었지만 꾹 참고 [해지]버튼을 눌렀다. (이 글 쓰기 전에 확인해보니 해지 이후 수익률은 3% 이상 올라 있었지만 아쉬움은 없다.)
펀드가 나쁘다고 생각하는 것은 아니다. 펀드건 주식이건 건전하게 운영한다면 시장을 활성화시키고, 괜찮은 기업에 투자하는 역할을 한다. 하지만 국내의 주식시장은 가치있는 투자라는 개념보다는 쉽게 돈을 벌기 위한 투기장으로 변한지 오래인 것 같다. 펀드도 이런데 매일매일 주식 체크하는 사람들은 얼마나 신경을 많이 쓸까? 난 도저히 그런 일은 못하겠다. 하긴 그러니 지금까지 주식 한번 해보지 못했겠지만.
지금까지 그래왔듯이 아무리 주위 사람들이 난리를 쳐도 재테크에 너무 큰 관심 두지 말자. 부동산에도 관심 두지 말자. 그것이 마음 편하게 사는 길이다. 그냥 그 돈으로 작은 적금이나 하나 들어놓고 아끼면서 번만큼 쓰면서 살자. 나에게 들어오는 돈은 내가 노력하고 번만큼 들어오면 되고 그것으로 만족하면서 사는 것이 인생의 가르침이다.
돈을 굴려서 돈을 버는 일은 이제 그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