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표가 끝난 다음날 인터넷에는 투표를 하지 않는 20대를 꾸짓는 글들이 꽤나 많이 올라왔다. 계속 88만원 세대로 살아라거나 20대를 치열하게 보낸 386세대를 본받으라는 글도 있었다. 과연 투표를 하지 않은 20대를 탓할 일인가?
투표율이 50% 이하로 낮아진 것이 대의제 민주주의의 위기라고 하는데 민주주의가 위기인 것은 맞다. 그런데 그 위기는 “낮은 투표율”에 기인한 것이 아니라 “대의제”라는 민주주의의 오랜 형식 자체 때문이다. 때문에 민주주의의 위기를 단순히 투표하지 않은 유권자의 어리석음이나 책임으로 돌려서는 안된다.
더 깊고, 더 넓은 민주주의를 이야기하기 위해서는 “투표”라는 일회성 행위에 집중하기 보다는 지금의 한국 사회에서 “국회”와 “지방자치”에 대한 보다 근본적인 성찰이 필요하다. 내가 던진 한표가 세상을 바꾼다고 생각하는 사람은 이제 별로 없다. 설령 이번 선거에서 통합민주당이 200석을 얻었다고 하더라도 세상이 근본적으로 바뀌지는 않을 것이다.
국민이 정치에 참여할 수 있는 유일무이한 기회를 “투표권”으로 제한해놓고, 투표권을 신성한 국민의 주권이니, 투표를 통해 정치를 바꾸자느니 하는 것은 말장난에 불과하다. “투표”라는 행위가 진정한 변화의 씨앗이 되기 위해서는 일상에서의 정치 참여의 길이 열리고, 선거라는 공간에서 유권자들의 목소리가 자유롭게 분출될 때 가능한 것이다. 그러나 지금은 다른 모든 ‘참여’는 철저히 제한하고, 오직 ‘투표’라는 행위만을 열어놓은 형국이다.
그 일을 선거관리위원회와 국회가 최근 몇년간 자행했다. 유권자의 목소리를 가두어놓고, 원더걸스의 웃음을 팔아, 박물관의 입장할인권을 팔아 투표율을 높이려는 선거관리위원회의 저급한 인식 때문이다.
지금부터라도 선거관리위원회의 정체성에 대해 논의를 시작해야 한다. 유권자의 입을 가로막는 선거법 개정을 핵심적인 운동 의제로 다시한번 올려놓아야 한다. 2010년에 지방선거가 있고, 2012년에 총선거가 있고, 대통령 선거가 있다. 국민이 참여하는 정치, 민주주의 2.0을 실현하려면 우선 선거관리위원회부터 관리해야 한다. 이를 위해 다양한 국민들이 참여하는 “정치참여위원회”를 구성하는 것도 고려해볼만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