촛불과 자부심

국민들이 촛불을 든 것은 자부심에 상처를 입었기 때문이다.

87년 민주화 투쟁 이후 수많은 일들이 있었고, 그 시간은 국민들의 가슴 속에 자부심을 키워가는 시간이었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국민의 힘으로 직선제를 쟁취했고, 비록 노태우와 김영삼에 의해 민주화 투쟁의 성과가 희석되긴 했지만 선거를 통해 수평적 정권교체를 이루어냈고, 지금 현재 양극화가 심화되는 아픔을 겪고 있긴 하지만 IMF라는 위기를 극복했고, 비주류였던 노무현을 대통령으로 만들었다는 자부심…. 그 자부심이 쇠고기 한근에 무너져버린 것이다.

자고로 먹는 것 가지고 장난치는 놈들은 천하의 나쁜 놈이라는 것은 모든 국민의 머리 속에 각인되어 있는데 2MB가 먹는 것 가지고 장난쳐버린 것이다. 그 어떤 사전 양해도 구하지 않고 국민을 섬긴다는 정부가 먹거리로 장난쳤고, 이것이 국민의 자존심을 심하게 긁은 것이다.

때문에 지금 로또에 당첨되어 돈찾으러 가다가 벼락맞을 확률 보다 낮다는 확률 논리로 이 상황을 면피하려 해도 국민들의 마음에 그 내용이 다가가지 않는 것이다. 쇠고기 수입과 광우병 문제는 과학적 논리로 풀어야 할 사안이 아니게 되어버린 것이다. 재협상이 2MB나 정부의 자존심을 깎아먹을진 몰라도 그게 국민의 자존심보다 위에 있을 이유는 없다.

그리고 100% 안전성이 증명되지 않은 불안한 것들에 대해서는 사전에 미리 차단해야 하는게 상식이고, 그게 정부의 역할이라는 사실을 지금 망각하고 있기 때문에 말도 안되는 확률을 이야기하고, 아침 일찍 호텔에 모여앉아서 미국산 쇠고기를 먹으면서 안전하다고 쑈를 하는 것이다.

<덧붙여>

지금 촛불 현상에 대해 객관적이거나 이성적인 판단을 내릴 필요도 없다. 이럴 땐 충분히 감성적이 될 필요가 있다. 촛불이 가는 방향에 대해 두려워하지 말고 따라가면 된다. 흐름을 바꾸기 위해, 혹은 더 큰 것을 얻기 위한 전략과 전술을 세우지 말고, 일단 한번 믿고 가보는 것이다. 그게 상처받은 국민의 자부심을 다시 세워주는 길이다. 설령 실패한다 하더라도.

하지만!
배후세력이나 괴담이나, 폭력시위라고 지껄이는 보수언론은 그렇다 치더라도 이 상황을 너무 미화할 필요는 없을 것 같다….. 일부 인터넷 언론과 학자들이 만들어내는 2.0세대이니, 386의 아이들이니, 디지털 게릴라들이니, 촛불의 혁명이니…. 그런 말들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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