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의 의사소통을 어떻게 혁신할 것인가라는 과제

블로그에 로그인해보니 6월 22일에 비공개로 작성해두었던 글이 있다. 10여일 밖에 안지났는데 썼던 기억이 잘 나지 않는다. 아마도 최장집 교수의 발언들이 신문 지면을 장식할 때가 아닌가 싶다. 촛불집회를 다녀오고, 최장집 교수의 글을 보고 뭔가 이야기를 하려다가 마무리를 못한 듯. 마침 오마이뉴스에 최장집 교수에 대한 비판의 글이 올라왔다. 모든 지적 권위는 정당한 비판을 받아야 할 필요가 있다. 이어서….

지난 10년간 여러 가지 우여곡절이 있었지만 그래도 우리가 배울 수 있었던 것은 민주주의라는 것이 결코 쉽지 않다는 사실이다. 민주주의에 더 가깝게 다가갈수록 이 사실은 명확해진다. 역으로 이야기하면 민주주의란 또 얼마나 귀찮은 일인가? 그 수많은 이해 당사자들과의 의사소통 과정이 때로는 짜증으로, 때로는 분노로 다가올 때가 다반사니까. 그러나 결국 그게 민주주의로 가는 정도라는 것을 알기 때문에 잘 참아왔던 것이다.

하지만 지금의 2MB는 그게 없다. 의사소통 과정에 대한 존중이라고는 눈꼽만큼도 찾아볼 수 없고, 오직 결정과 통보, 집행만이 가득할 뿐이다. 87년 민주화 운동의 요구는 쉽게 이야기하면 소수가 결정해서 국민들에게 통보하지 말라는 것이었다. 그것 때문에 싸웠는데 “모든 권력은 국민으로부터 나온다”라는 이 단순하고도 명쾌한 말을 20년이 지난 지금 듣고 있는게 아이러니다.

2MB는 소통의 훈련을 받아보지 못했고, 집행의 훈련만을 집중적으로 받아왔을 것이기에 사실은 국민과의 소통을 기대한다는 것도 지나칠 수도 있다. 소통을 억지로 하지 않는 것이 아니라 어떻게 해야 하는지를 모르기 때문에 한편으로는 안타깝고 불쌍하지만 이런 대통령을 가지고 있는 우리가 부끄러울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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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넷에 떠도는 명박산성 패러디물 - 소통의 무지, 먹통의 극치를 보여주는 상징물

이 문제는 비단 대통령만의 문제는 아니다. 제도권 정치세력 전체가 국민과의 소통에 실패하고 있다. 통합민주당은 노무현 대통령이 국민과의 소통에 실패해서 정권을 잃어버렸다고 울부짓지만 다 제 얼굴에 침뱉는 격이다. 지금의 상황을 보면 국민들은 이명박 뿐만 아니라 통합민주당을 포함한 제도권 정당 전체를 소통 못할 집단으로 규정하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대의 민주주의의 실종이다. 실종 수준이 아예 죽음 직전이다.

한 조직이 아니라 대한민국이라는 한 국가의 의사소통 과정을 어떻게 혁신할 것인가가 중요한 과제로 대두되었다. 사람들은 교과서적 정답을 요구하지 않는다. 대의민주주의 자체를 불신하고 있는데 그 불신을 대의민주주의로 풀어내야 한다는 주장이 먹힐리 만무하다. 물론 해답이 바로 나올 수는 없다. 지금 우리에게 던져진 문제는 객관식이 아니라 주관식 문제이기 때문이다.

우리가 곧 국가의 주인임을 주장하고, 우리가 주인임을 가장 잘 이해할 수 있는 제도가 세상에 대의민주주의 혹은 정당 체제 밖에 없겠는가? 더군다나 우리에게는 현대적 의미의 대의 민주주의가 정착되던 시기에는 상상하지도 못했던 인터넷이라는 것이 눈앞에 놓여 있다. 더 큰 민주주의, 더 직접적인 민주주의, 더 깊은 민주주의를 위해 지금 어떤 의사소통과 의사결정 시스템을 새롭게 만들어야 하는가를 고민해야 할 때 현재 분출되고 있는 국민들의 요구를 사회경제적 정책들의 차이에 기반한 정당체제로 개편되는 쪽으로 발전시켜야 한다는 최장집 교수의 주장은 그래서 못마땅하다.

“무엇보다 현대 민주주의는 대의 민주주의라는 점을 강조될 필요가 있다”거나 “운동은 광범한 대중들의 의사의 분출과 강렬한 에너지 동원을 통해 강력한 권위주의적 권력에 대응할 수 있도록 하지만 구체적인 대안을 형성하거나 서로 다른 이해관계와 여러 대안들을 조정하여 결정을 이끌어내는데는 지난 한 것”이라고 말하는 최장집 교수의 말을 듣고 있으면 이 분 참 보수적인 분이라는 것을 느끼게 된다. 그리고 엘리트주의적이다.

그분 깊이 있는 지식의 발끝도 따라가지 못하지만 난 최장집 교수의 이야기를 신문에서 보면서 드는 이 불쾌함이 결코 잘못된 것이 아니라는 것에는 확신한다.

지금, 운동을 하는 사람에게 필요한 고민은 – 국가적 의사결정 시스템이라는 의제에 국한하여 – 정말 괜찮은 정당이 필요하다는 기대나 국민을 위하는 정당을 만들어야겠다는 행동이 아니라 지금의 정당 체제가, 대의민주주의가 과연 우리의 욕망과 요구, 개인의 자유와 권리, 공동체의 미래에 맞는 것인지를 스스로에게 자문해보는 것이다.

상상력을 더 발휘하여 그게 아니라는 생각이 49%만 들더라도 전혀 새로운 길을 가봐야 한다고 주장하고, 그 길에 함께 갈 사람들을 규합하고, 머리를 맞대고 소통해봐야 한다. 정치는 꼭 정당을 통해서만 하는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더 나아가 운동조직 내부의 의사결정구조와 외부와의 소통방식을 혁신해야 함은 물론이다.

대한민국의 의사소통을 어떻게 혁신할 것인가라는 과제”에 대한 답글 1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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