또 만나요. 내가 인터넷을 좋아하는 이유 한가지.

또 만나요~

대전 가는 기차 시간 때문에 명동에서 택시를 타고 떠나시는 앰네스티 한국지부의 지부장님에게 건넨 인사입니다. “우리 또 만나요”라는 말은 사실 그냥 쉽게 아무 생각없이 내뱉는 말이기도 합니다. 총각 때 미팅이나 소개팅을 나가서 또 만나자는 말을 하고도 연락을 안한 적도 있고, 그 말을 듣고도 연락을 못받은 적도 있으니까요. (못받은 적이 더 많았던 듯 ㅎㅎ) 근데 이번에는 아주 진심이었습니다.

앰네스티에 대해 아주 오래 전부터 알고 있었습니다. 99년 함께하는 시민행동을 창립하기 직전 새로운 운동에 관한 자료들을 수개월동안 수집하고, 토론했던 내용들을 묶어서 “세상을 바꾸는 세계의 시민단체”라는 책을 발간한 적이 있는데 그때 인권분야에 처음으로 소개된 단체가 바로 “국제앰네스티”였습니다. 그리고 10년이 지나서 다시 앰네스티를 다시 주목하게 되었는데 그건 다름 아닌 블로그 때문입니다.

앰네스티 일기라는 블로그, 이곳은 앰네스티의 공식 홈페이지와 별도로 운영되고 있는데 제가 관심을 가질 수밖에 없었던 이유는 인권에 관한 이야기 보다 “운동” 자체에 대한 고민과 성찰의 내용들 때문이었습니다. 내가 언젠가 고민했었을법한 이야기들, 그러나 그런 이야기를 간혹 술자리에서도 나누게 되면 보이지 않는 벽을 느꼈던 주제들이 꾸준히 올라오고 있었기 때문입니다.

이야기에 관한 공감이 단체에 대한 관심으로 이어지게 됩니다. 왜냐하면 이런 고민을 다 내보이고, 사람들에게 이야기할 수 있는 조직이라면 그 진정성에 신뢰가 가기 때문입니다. 계속 눈팅만 하다가 제가 보기에 정말 괜찮은 블로그인거 같아요라는 내용으로 뉴스레터에 한번 소개를 했습니다. 그랬더니 지부장님으로부터 감사의 댓글이 달리고, 평소에 알고 지낸 꼬규환님께서 지부장님이랑 소개팅 한번 하실래요?라는 제안이 들어왔습니다. 어쩌면 농담이었을 수도 있지만 마다할 이유 있나요? ^^ 그래서 만났습니다. 아무런 목적없이. 목적없이 편안하게 만나서 편안하게 이야기하고, 편안한 마음으로 돌아올 수 있었습니다. 소개팅에서 만나게 된 분들 모두 고맙습니다.

근데 참 재미있어요. 제가 인터넷을 좋아하는 이유가 바로 이런거거든요. 눈팅만 하다가 댓글을 한번 달았더니 새로운 사람이 나서서 만남을 주선해주고, 거기에 평소에 알고 지내던 두사람이 붙고… 이전에 각기 개별적으로만 맺어져있던 1대 1의 관계망이 확장되고 . . . 그 이후엔 아무도 모르죠. 거기서 무슨 일이 또 생겨나고 어디까지 관계가 넓어질지. 

저는 운동은 관계라고 생각하는 편입니다. 그 이전에는 사실 “조직”이라고 생각했습니다. 운동은 조직이다. 사람을 조직하는 것이 곧 운동이다라고 말이죠. 그래서 왜 다들 시민운동을 하는 사람들에게 정책전문가만을 요구하는 것을 별로 달갑지 않게 생각해왔습니다. 그건 그동안 시민운동을 이끌어왔던 전문가 혹은 오피니언리더라는 이름을 단 분들의 음모라고까지 생각해본 적도 있으니까요. ^^

그걸 부정하는게 아니라 그걸 지나치게 강조함으로써 운동의 근본이라고 할 수 있는 사람을 조직하는 것을 소홀히하게 만들고, 그쪽 분야의 전문성을 외면하게 하는 결과를 낳고 있다고 보였거든요. 그런데 항상 조심스러웠던건 “조직” 혹은 “조직화”라는 단어가 주는 거부감 때문이었습니다. 사람을 조직한다?..이게 과연 지금 우리가 살고 있는 시대에서 적절하게 쓸 수 있는 단어인가라는 의문이 있었습니다. 그러다가 어느 순간 이건 “관계”다라는 아주 단순한 사실을 알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따라붙는 단어인 “공감”…. 이는 아무것도 아닌거 같은데 마음가짐을 굉장히 다르게 해줍니다. <조직화와 설득>에서 <관계와 공감>으로…. 우리의 운동이 변화해야 할 지점이 저는 이 두가지 단어 속에 있다고 요즘 절실하게 느끼고 있습니다.

목적 없이 나갔습니다. 좋은 사람 소개시켜준다고 하니 ^^ 의도하지 않았지만 관계가 형성되고, 공감이 있었습니다. 지부장님 말마따나 나중에 이 만남이 어떤 결과를 가져올지 아무도 모릅니다. 사실 어떤 결과가 없더라도 아무 상관없습니다. 근데 뭔가 좋은 일이 생길 수도 있겠다는 예감이 듭니다. 언제일지 모르지만. 블로그에서의 댓글 하나로 시작된 만남입니다. 그러니 2008년 늦은 가을에 한 블로그에 달린 댓글 하나가 어떤 결과를 낳게 될지는 사실 아무도 모릅니다. 그래서 더욱 흥미로운거 아니겠어요. ^^ 저도 정말 즐거웠습니다. 또 만나요!

또 만나요. 내가 인터넷을 좋아하는 이유 한가지.”에 대한 답글 5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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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간만에 시름을 잊고 편하게 시간을 보낼 수 있었습니다.
    덕분에 정신건강이 많이 회복되었고요.
    참 즐거운 시간이었습니다. 감사합니다.
    우리 또 만나요~

    1. 블로그에서 해볼 수 있는 몇가지 재미난 혹은 심각한 아이디어들이 있는데 같이 한번 해보실래요? ^^ 2009년 한해동안 프로젝트로… 저도 문득 떠오른 생각이라 정리가 한번 되면 말씀드리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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