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야기를 시작하기 전에

출처 : 나무위키

수십만명의 촛불이 광화문 거리를 뒤덮은지 1년이 다 되어간다. 인터넷에서 눈팅만 하고, 가끔 블로그에 글을 올리는 소극적 참여를 하다가 뒤늦게 참가한 6월 광장에서의 경험과 기억은 아마 잊혀지지 않을 것이다.

잊혀지지 않는다는 것은 현장에서의 어떤 충격 때문이 아니다. 2008년의 촛불은 직접 현장에 참여한 사람이건, 미디어를 통해 간접적으로 소식을 접한 사람이건 모두에게 많은 생각거리를 던져 주었다. 뿐만 아니라 이른바 재야, 시민사회단체, 진보정당 등 진보 세력에게는 더 많은 과제들을 안겨주었다. 한꺼번에 풀리지 않는 복잡한 실타래처럼 끊임없이 되새겨보게 만드는 과제들….. 그래서 잊혀지지 않는다.

불과 두세번 밖에 광화문 거리에 나가보지 않았지만 기억을 되돌려보면 난 계속 광장을 헤매고 다녔다. 아스팔트 거리는 아니었지만 사람들이 토론하고, 경험과 정보를 공유하는 사이버 광장에 늘상 몸과 마음이 가 있었으니까. 그래서 아마 더더욱 잊혀지지 않는가보다.

마치 한밤의 꿈처럼 1년이 금새 흘렀다. 그 사이에 우리는 꿈에도 상상하지 못한 일들을 겪었다. 정말 이 정도일줄 몰랐다는게 솔직한 심정이다. 그래서 이명박이가 대통령이 되면 세상에 큰 일이라도 날것처럼 열변을 토해내는 이들에게 이명박이가 되더라도 어쩔 수 없는거 아니냐, 무슨 세상이 큰일날 것처럼 그리 호들갑이냐, 그 5년이라는 기간 동안 더 나은 미래를 위해 차근차근 준비를 해나가면 될 것이다라고 했던 말….. 조금 미안하다.

“타는 목마름으로, 다시 민주주의여 만세!”라는 말을 다시 듣게 되리라고는 상상하지 못했다. 시청 앞 광장에서 안치환의 “마른잎 다시 살아나”를 따라부르게 될지도 차마 상상하지 못했다. 그런데 이게 암울한 현실이다. 상상하지도 않았는데 현실이 되었다.

1년이 되었다. 세상은 더욱 암울해졌지만 새벽이 가까워올수록 밤이 깊다고 했던가? 슬퍼하고 분노하고 좌절하는 것도 이제 좀 지친다. 그렇다고 거리로 나갈수도 없고. 결국에 남는 것은 사이버 세상에 형성된 광장에서 필요한 목소리를 내는 것 뿐이더라. 이명박류의 것들을 타켓으로 하기 보다는 지금의 상황을 극복할 수 있는 길을 찾기 위해서는 보다 나은 미래를 위해 필요한 내용으로 사람들과 대화를 나누고, 토론하고, 거기에 얻어진 자양분을 밑거름삼아 행동에 나서는 수밖에.

오늘자 한겨레에도 나왔던데 진보세력에게 남겨진 과제 역시 소통에 관한 것이다. 이명박류들은 의도적으로 국민과의 소통을 거부하고 있지만 진보 세력은 소통하고 싶으나 잘 하지 못하고 있다는게 솔직한 평가다. 꽤 오래전부터 수도 없이 변화의 필요성이 언급되었지만 진보세력이 얼마나 거기에 민감하게 반응하며 실행에 옮겼는지는 회의적이다. 변화를 이끌지 못하고, 최소한 적응마저 못하는 진보에게는 낡은 이념밖에 남지 않는다.

지금의 시대는 미디어와 커뮤니케이션에 있어 근본적인 변화가 자리잡고 있다고 본다. 진보세력은 이 두가지의 변화에 적응하지 못하고 있다는 봐야 하지 않을까? 여러가지 원인이 있겠지만 대중과 소통이 잘 안되고 점점 신뢰를 잃어가고 있는데는 이 두 가지 변화에 둔감하기 때문이 아닐까? 

그래서 뚜렷한 해결책이 있는 것은 아니지만 미디어와 커뮤니케이션의 관점에서 진보세력의 과제에 대해 이런저런 이야기를 해보려고 한다. 얼마 전에 개인적으로 끄적였던 글을 수정,보완하여 블로그에 나누어서 올리려고 하는데 이런 주제에 관심있는 분들과 이야기를 나눌 수 있는 계기가 되었으면 좋겠고, 이야기를 나누면서 사실 관계와 정보들이 좀더 구체화되고, 진단과 분석이 좀 더 정확해지고, 가능성을 키우는 일들이 하나둘씩 생겨나면 좋겠다

다음번에 첫번째 이야기를 시작합니다.

이야기를 시작하기 전에”에 대한 답글 13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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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핑백: minoci's me2DAY
    1. 네.. 이 마음이 끊기지 않았으면 좋겠는데.. 또 중간에 다른 일들 때문에 놓쳐버릴까 염려가 되기도 합니다만. 민노씨님과 같은 분들과 이야기를 나누다보면 계속 이어갈 자양분이 생기겠지요? ^^

  2. 핑백: 민노씨.네
  3. 오랜만에 아신님 글을 다시 읽네요. 🙂
    드라마에선 다시 처음부터 찬찬히 순서대로 드라마를 다시 보는 걸 ‘정주행’이라고 하던데요.
    선거 끝나면 아신님의 이 연재도 ‘정주행’ 해봐야겠습니다.

  4. 선거 끝나고 술을 꽤 많이 먹었어요. ㅡ.ㅡ;;
    (그래서 아직 정주행하고 있지 못하다능..;;;; 이런…”비겁한 변명입니다!” 퍽~퍽~)

    곽캠프와의 작은 인연으로 캠프 해단식과 수행팀 뒷풀이에 참석했는데요.
    모두들 기쁜 모습을 뵈니 많이 뿌듯하고 그랬습니다.
    어제 있었던 수행팀 뒷풀이는 새벽까지 달리는 술자리이어서 지금도 살짝 알딸딸합니다.

    교육이라고 하면 제가 가장 질색하는 영역이었는데(저는 학교가 너무 싫어서 고등학교도 자퇴했죠..)
    왠지 희망을 갖게 됩니다.
    교육관료들의 복지부동이야 잘 알려진 바라서, 물론 곽당선자가 잘 조율하겠습니다만…
    곽노현의 교육철학이 힘을 얻을 수 있도록 시민사회와 웹에서의 응원과 비판이 절실하다고 생각합니다.
    눈꼽만큼이도 그런 서포팅활동에 도움이 되는 일을 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어요.

    참고로, 지난 토요일 조선일보의 사설은 정말 가관이더만요…
    2단을 통으로 묶어서 특집 사설을 썼는데, 제목이 “친전교조 교육감들, 국민들이 지켜보고 있다” 이런 협박성 사설이더라고요… 극우 기득권 집단의 반발이 만만치 않을텐데… 이런 거대 담론집단의 악질적인 프레이밍에 좀더 현명하고, 좀더 유연한, 그리고 효과적인 대처들도 곽당선자의 TF팀이 적극적으로 고려하면 좋겠다는 생각을 해봅니다.

    1. 결국 대중이 이기는거 아닐까요? 최근에 아래 글을 보고 무릎을 탁 혔습니다. (참. 곽노현 교육감 캠프 인수위장이 박재동 화백이 내정되어다는 이야기.. 반가운 이야기더군요)

      “솔직히 현실에서는 악당이 승리할 때가 훨씬 많아. 악당은 포기를 모르거든. 한번 움켜 쥔 것들은 절대 놓치는 법이 없으니까.

      반면에 정의의 편은 생각이 많단다. 자기가 아닌 사람의 고통이나 입장. 자기가 죽은 후의 세상까지 생각하고 행동해야 하니까 자기 뜻만 고집하기가 쉽지 않지.나와 상관 없는 다른 생명에 대한 연민과 배려를 가지고 있는가, 엄마는 그게 정의의 편과 악당을 구분하는 기준이라고 생각해.

      근데 있잖아. 나중에 보면 세상은 정의의 편이 꿈꿨던 모습으로 변해간다? 생각해 봐. 악당들이 먼 미래의 일에 무슨 관심이 있어서 꿈을 꾸고 계획을 세우겠어. 가진 걸 지키는 거랑 더 갖는 거에만 관심이 있는데.

      모두가 오늘 보다 내일 더 행복한 세상에서 살기를 소망하며 만들어 가는 건 바르고 의로운 사람들의 몫이야. 그래서 결국엔 언제나 정의를 꿈꾸는 사람들이 이기게 되어 있어. 엄마는 그렇게 믿어!”

      — 이지현 동화작가의 야오네 집 中에

  5. 추.
    아참, 혜련씨 당선 축하 맥주 파티라도 해야하지 않나요? ㅎㅎ
    심상정씨 일로 꽤 속이 상했는데, 혜련씨가 당선되어 그나마 위로가 되더만요…
    창림씨도 당선되셨다면 참 좋았을텐데 말이죠.

    1. 그러게요.^^
      그냥 편안하게 다시한번 저번처럼 파뤼나 할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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