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 기술에 충분히 익숙한 사람들이 사회를 주도할 때 진정한 변화가 일어난다.


70년대의 운동의 상징은 누구였나? 70년대 민주화운동을 하는 사람들은 박정희에 대한 분노, 민주주의에 대한 열망, 전태일에 대한 부채의식을 지니고 살았다. 80년대 운동의 상징은 누구인가? 5.18로 숨진 수많은 광주시민들과 이한열, 박종철이 80년대 민주화운동의 상징이었다. 그리고 그 상징은 결국 6.10 민주항쟁을 통한 직선제 대통령제의 획득으로 부활했다.

80년대에 청년기를 보낸 사람들은 민주주의를 지켜냈다는 자부심과 죽은 자에 대한 부채의식으로 살았다. 그리고 그 자부심과 부채의식은 결국 국민의 정부와 참여 정부를 탄생시키는데 원동력이 되었다(고 나는 생각한다.) 국민의 정부와 참여정부는 70/80년대 민주화세력과 그 이전 세대의 합작품이었다. 국민의 정부에서는 뒷받침을 했고, 참여정부에서는 전면에 나섰다.

이미지 출처 : Flickr CCL

그리고 10년의 세월이 흘렀다. 2009년 5월, 노무현 전 대통령이 “운명이다”라는 말을 남기고 서거하였다. 노무현을 좋아했건 싫어했건 노무현은 상징이 될 것이고, 그 유산과 함께 살아갈 수밖에 없을 것이다. 노무현 정권 때 기획되고 집행되었던 구체적인 정책의 성공과 실패와 무관하게 노무현이 추구했던 가치들은 재평가될 것이고, 그 가치의 실현을 위해 움직이는 세력이 나올 것이다.

시간이 지나면 사람들은 일상으로 돌아갈 것이다.(이미 일상으로 돌아왔다.) 그리고 어느 정도의 노무현에 대한 부채의식을 지니고 살아갈 것이다. 그러나 그 상징을 가슴 속에 채우고 성장하는 세력은 남을 것이다. 그 세력이 누가 될런지는 알 수 없다. 그러나 세력은 분명 존재할 것이다. 그 세력을 단지 정치 세력으로만 한정하지 말자.

누가 그 세력의 지지를 받을 것인가? 노무현을 넘지 못하는 진보는 성공할 수 없을 것이다. 이건 엄연한 현실이다(라고 나는 생각한다) 과연 그 세력은 얼마나 될까? 소수일 것이다. 하지만 그 소수가 무서운 힘을 발휘할 수 밖에 없는 이유가 있다.

그들은 현존하는 세력 중 가장 인터넷 친화적이다. 인터넷에서 가장 많은 콘텐츠를 생산할 능력이 있고, 적극적으로 유통할 의지가 있는 세력이다. 유투브에서 동영상을 올리고, 플리커에서 사진을 올리고, 세계적 백과사전인 위키피디아에서 항목을 등록하고 편집하는 사람은 전체 유저 중 극히 일부분에 불과하다. 하지만 그들이 생산한 가치는 사람과 사람을 거쳐서 굉장한 가치로 성장한다.

물론 그 소수가 인터넷 세상을 주도하는 것은 아니다. 이제는 콘텐츠를 생산하는 사람 뿐만 아니라 콘텐츠를 유통하고, 콘텐츠를 평가하는 사람들도 힘을 가지게 되었으니까. 하지만 그래도 콘텐츠를 만들어낼 능력과 의지가 있는 세력은 향후 가능성을 크게 열어놓고 기다리는 세력이 된다. 그 세력과 누가 만날 것인가?

지금과는 다른 세대

이미지출처 : Flickr CCL

20대 중반까지 인터넷을 모르고 살았다. 정확히 25살에 PC통신을 시작했다. 전화모뎀이 PC통신에 접속하기 위해 울리던 그 “삐”소리를 기억하고 있다. 이 말은 내가 인터넷을 ‘머리’로 받아들였다는 말과 같다. 인터넷이라는 것을 이해하기 위해서 공부하고, 그 의미를 찾기 위해서 노력했다.

하지만 인터넷이라는게 없던 시절, 친구와 약속을 해놓고 연락이 되지 않아 한두시간 기다려본 적도 있고, 사전에 여러가지 가능성을 예측하여 약속을 하기도 했다. 사람들에게 조직의 혹은 개인적 주장을 알리기 위해 복사집을 뛰어다니고, 직접 간이인쇄기를 돌리기도 하고, 매직으로 대자보를 쓰고, 현수막에 붓글씨를 쓰기도 했다. 인터넷만 있었다면 그 고생을 안해도 되었겠지만 난 그 경험을 소중하게 생각한다. 인터넷이 없어도 사람들과 소통하고, 주장을 알릴 수 있는 경험을 해봐았기 때문이다.

대략 나와 비슷한 경험을 가지고 있는 세대는 현재 대략 30살~40살 초반 사이에 걸쳐 있다고 보여진다. 지금의 40대~50대는 인터넷을 이용하기는 하지만 그것을 변화를 위한 도구로 인식하고 있지는 않은 듯 하다. 인터넷은 정보를 찾아서 보는 매체로 볼 뿐 소통과 미디어 도구로서는 인식하고 있지 않다고 보는게 일반적인 평가다.

웹은 “보는 웹”에서 “쓰는 웹”으로 변해가고 있는데 여전히 “보는 웹에서” 벗어나고 있지 못한 세대가 40대~50대이다. 그들은 70년대/80년대 민주화운동을 경험한 세대쯤 된다고 예상할 수 있다. 그렇다면 우리는? 개인적인 경험을 일반화시킬 수는 없지만 우리 세대는 “보는 웹”에서 “쓰는 웹”으로 이동중이다. 보는 웹과 쓰는 웹의 경계선에 걸쳐 있다.

그렇다면 지금의 10대와 20대는 어떤가? 지금의 20대는 청소년기부터 인터넷을 경험하기 시작했고, 지금의 10대는 태어날 즈음부터 인터넷과 함께 했다. 그들은 머리로 인터넷을 인식한게 아니라 자연스럽게 인터넷이 그들의 생활이 되었다.

기술혁명이 일어나고 그 기술로 인해 사회에 근본적인 변화가 일어나는 시기은 언제인가? 바로 그 기술에 충분히 익숙한 사람들이 사회의 주도세력이 되었을 때이다. 인터넷은 이제 막 걸음마를 떼었을 뿐이다. 이제 막 변화를 위한 단초들을 제공했고, 사람들에게 그 변화를 위한 생각과 씨앗들을 심어주기 시작했을 뿐이다.

인터넷은 인류 역사상 가장 큰 커뮤니케이션의 변화를 몰고 왔다. 이 인터넷이라는 것으로 대표되는 기술에 가장 익숙한 세대는 누구일까? 그 기술 자체가 생활이고, 일상인 친구들은 지금의 10대와 20대들이다. 변화의 시기는 갈수록 단축된다. 지난 10년간의 변화와는 비교할 수 없는 변화들이 올 것이다. 지금까지는 빙산의 일각에 불과하다. (다음에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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