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의 초등학생 아이들이 대학에 들어가고, 지금의 10대와 20대가 가정을 꾸리고 아이를 낳고 살아갈 시대에는 최소한 우리와 겪은 슬픔과 분노는 물려주지 말아야 하지 않을까? 그렇다면 우리가 해야 할 역할은 무엇일까? 지금과는 완전히 다른 세상은 아니더라도 최소한 다른 세상으로 진입하기 위한 토대 정도는 닦아줘야 하는게 지금 세대의 최소한의 책임이 아닐까?
이런 토대를 만들기 위해서는 다가올 시대가 추구해야 할 세상의 비전(콘텐츠)을 “함께 만들어가는 일”과 그 비전을 실행에 옮길 “세력(연대)을 엮는 일”이 결합될 때 가능하다. 현재와 같은 복잡다양한 사회에서 어느 한 사람의 능력, 어느 한 그룹의 능력만으로 비전을 만드는 일은 거의 불가능하다. 비전을 콘텐츠라고 가정해본다면 콘텐츠는 앞서 말했던 바와 같이 만들어서 대중들에게 던져주는 것이 아니라 함께 만들어가야 하는 것이다. 완성해서 주는 것이 아니라 함께 완성해가는 비전이 진짜 비전이다.
세상과 소통하지 않고 몇몇 전문가들에 의해 완성된 비전이 세상에 나올 때 즈음에는 세상이 또 변했다는 사실을 깨달을 것이다. 그래서 비전은 완료형이 아니라 끊임없이 진행형이어야 한다. 어떻게 비전을 내놓울 것인가를 고민하기에 앞서 어떻게 비전을 함께 만들어갈 것인가가 고민의 중심축이어야 하고, 그럴때에만 그 비전이 대중들로부터 신뢰를 얻고 공감을 받을 것이다.
씽크탱크, 탱크만 만들려고 하지 말고 존재하는 생각을 엮어야
몇해 전부터 진보진영에서도 진보의 대안을 찾고자 하는 씽크 탱크들이 하나둘씩 생겨났다. 왜 이런 진보적 씽크탱크들이 대중들로부터 신뢰받고 공감을 얻는 대안을 여전히 만들어내지 못하고 있는 것일까? (있을 수도 있지만 찾지 못하겠다는 말이 맞을 수도 있겠다.)
내 생각에는 탱크를 만들 생각을 하고 있기 때문이다. 탱크라는 그릇에 초점을 맞추어놓고 있으니 씽크(정보)가 공유되지 않고 그 안에만 머문다. 그 씽크(정보)가 세상의 변화를 가져올 수 있는 가능성을 차단해버리는 것이다. 그 탱크 안에 일하는 사람들이 움직여주지 않는 한 변화에 기여할만한 가능성은 점점 줄어든다. 이미 세상에는 수많은 씽크(정보)들이 존재한다. 굳이 탱크 안에 담으려고 하지 말고 널리널리 퍼져나가게 하고 그 씽크(정보)들을 어떻게 엮어낼 것인가를 고민해야 한다.

누가 세력이 될 것인가? 앞서 세대를 이야기했지만 세력은 세대로 구분지을 수 있는 것이 아니다. 민주화세대니, 386세대니, X세대니 하는 말들은 학술적인 혹은 문화적인 용어로서 의미가 있을 뿐이다.
세력은 세대를 뛰어넘어야 한다. 특히 향후에 사회를 움직일 세력은 특정 세대가 주도하는 것이 아니라 세대를 뛰어넘는 어떤 세력이 주도해야 한다. 그 세력이라 함은 앞서 이야기했듯이 누군가를 기다리는 세력, 자신의 입장을 대변해주기를 바라는 세력이 아니라 스스로가 세력화되기를 원하는 세력이다. 그리고 이 세력들은 서로 연결되어 있어야 한다. 공통의 목적을 지향하지 않더라도 직접 소통하려는 의지와 열망으로 연결되어 있어야 하고, 역사적 시기가 되었을 때는 단순한 연결을 넘어 연대의 힘을 발휘할 수 있어야 한다.
세대를 뛰어넘는 세력
정리를 하자면 향후 격변의 시기에 대비하여 두가지의 일이 필요한데 그것은 비전을 함께 만들어가는 것이고, 또 하나는 그 비전을 실행할 세력을 엮어내는 일이다. 이 두가지 일을 위해서는 학자를 중심으로 한 씽크탱크와 같은 폐쇄적 모델로는 안되며 생각이 광범위하게 공유되고, 협업의 가능성을 열어놓는 개방적 씽크네트워크여야 가능한 일이다.
그리고 이 씽크네트워크의 기반은 현재의 인터넷과 미래의 모바일을 대비한 미디어 플랫폼이어야 한다. 이 미디어 플랫폼은 단순히 뉴스가 유통되는 공간이 아니라 사람들과의 관계 속에서 뉴스와 정보, 지식과 가치가 함께 공유되면서 계속 진화해가는 소셜 미디어형 플랫폼이어야 한다. 그래야만 단순한 정보의 공유와 연결을 넘어서 사람들간의 연대가 가능하고, 변화를 위한 행동이 가능해질 것이다.
민주화 세대와 386세대는 실패했다고 하기에는 너무나 큰 역사적 성과를 이루어냈다. 비록 미쳐 그 성과가 뿌리 내리기 전에 너무나 큰 사회적 변화가 발생했고, 그 변화를 따라가기에 벅찬 나머지 지속적인 변화세력이 되기 어려웠던 것이다. 이걸 인정한다면 미래를 위해 지금 해야할 역할이 무엇인지 유추해볼 수 있을 것이다.
다음 세대가 기술적 도구를 가지고 사회변화를 위한 세력으로 전면에 나설 때 그 기술을 이해하는 지식, 그 기술이 사회를 진보시킬 수 있다는 믿음, 그 기술적 도구에 수십년 간의 경험과 지식을 더해주는 혜안, 지금처럼 진보를 방해하는 세력이 아니라 묵묵히 따라가주는 발걸음이 바로 세대간 연대의 출발점이 되어야 한다.
“(8) 진보적 씽크탱크, 탱크만 만들려고 하지 말고 존재하는 생각을 엮어야”에 대한 2 댓글
음 동의합니다. 우연히 페이스북에서 보고 들어 왔습니다. 저와 비슷한 생각을 하고 계시는 군요..
찬찬히 블로그 보면서 배워 가겠습니다.
‘씽크탱크’가 아니라 ‘싱크플랫폼’을…. 제가 얼마전에 쓴 블로그 하나 소개합니다.
http://nicklejun.tistory.com/22
반갑습니다. 좋은 글 잘 읽었습니다. 좀더 내용을 확장시켜볼 수 있을 것 같아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