함께하는 시민행동의 창립 10주년에 부쳐

아마 대부분의 사람들은 모르겠지만 함께하는 시민행동이라는 단체가 있다. 모르시는 분들을 위해 내 식대로 짧막하게 이야기하자면 ‘사람들이 별로 관심을 두지 않지만 꼭 필요한 일을 먼저 나서서 했던 단체, 하지만 나중에 그 일이 사람들에게 알려지기 시작했을 때는 정작 자신의 성과를 챙기고 알리는데는 서툴렀던 단체’이다.

시민행동이 벌였던 중요한 운동 세가지만 들자면 아래와 같다. 모두 1999년부터 10년 동안 꾸준히 해왔던 일들이다.

예산감시운동
지금은 너무 일반적인 용어가 되어버렸지만 예산감시, 납세자권리에 관한 운동을 1999년부터 본격적으로 시작했다. 국민의 세금을 함부로 낭비하는 정부기관에 철퇴를 가했던 밑빠진 독상. 많은 사람들은 밑빠진 독상을 기억하지만 사실 그 뒤에는 시민행동과 연결시킬 수 없는 수많은 성과들이 자리잡고 있다. 각 지역의 시민단체들이 예산감시운동을 함께 잘 할 수 있도록 도와주고 협력하는 일, 주민소환과 주민투표, 참여예산 등 풀뿌리민주주의와 직결된 각종 법과 제도를 여러 단체들과 함께 입법화시킨 일 등등.

기업감시운동
지금은 너무나 일상화되어버린 용어, 기업의 사회적 책임 CSR, 사회책임투자와 관려된 일들을 1999년부터 해왔다. 당시에는 한국에서는 이 운동이 시기적으로 적절치 않다는 조언(?)을 많이 들었지만 언젠가는 필요한 일이고, 누군가는 힘을 쌓아놓아야만 나중에 꼭 필요할 때 변화를 가져올 수 있다는 믿음으로 묵묵히 해왔다. 최근에는 10년을 맞아 스스로 ‘함께 하는 시민행동의 지속가능보고서’를 발간할 예정이다.

정보인권운동
인터넷실명제 반대운동, 도/감청감시운동, 개인정보보호법 제정 운동, 시민을 위한 전자정부 운동, 리눅스 이용자 권리개선 운동 등 온라인 공간에서의 표현의 자유를 신장시키고, 개인의 인권을 보호하기 위한 운동 역시 1999년부터 꾸준히 해왔다. 사라져가는 인터넷 정보를 보존해야 한다는 정보트러스트운동 또한 함께하는 시민행동에서 처음으로 제안했었고, 그 일은 e하루616나 정보트러스트어워드와 같은 사업으로 발전해왔다.

자세한 내용

많은 사람들이 위에서 이야기한 각각의 운동들과 <함께 하는 시민행동>을 연결시키지 못할 것이다. 하지만 사무실에서 상근했던 운동가들 사이에는 일종의 암묵적 합의와 같은 것들이 있었다. “우리가 주장했던 운동이 자리를 잡았다면 그것으로 족하다. 그 운동에 시민행동의 이름이 없어도 좋다.”

많은 일들이 그렇게 되었다. 어떤 성과과 시민행동의 것이다라고 딱히 주장할만한 것은 없으나 시민행동이 있었기에 시작 가능했던 일들, 시민행동이 힘을 보탰기에 성과를 볼 수 있었던 일들이 많이 있다.

이런 인식을 자기만족이나 핑계에 불과하다고 비판해도 좋다. 운영위원회나 총회를 하면 왜 단체의 성과를 외부에 알려내는 일에 신경쓰지 않느냐는 질책들을 꽤나 많이 들었다. 그래야 회원도 늘고, 재정도 좋아지지 않느냐는 말들은 꽤나 지겹도록 들었다. 필요하다고 생각했다. 왜 아쉽지 않겠는가? 후회도 된다. 그런 능력과 기술이 부족했던 점이.

그러나 일하는 사람들은 다른 곳에서 만족했던 것 같다. “우리는 우리 스스로 권력을 갖고자 하지 않는다. 우리는 우리 단체의 영향력이 커지는 것보다 영향력이 커지는 단체와 개인들이 많아지는데 일조를 하고자 한다” 는 창립 때부터의 원칙으로 보자면 10년은 꽤나 성공적이었다고 평가할 수 있다.

그런 시민행동이 10년이 되었다. 그런데 남들이 보기에 <함께 하는 시민행동>의 전부라고도 할 수 있는 예산감시운동과 기업감시운동은 시민행동으로부터의 독립을 준비하고 있다고 한다. “그러면 시민행동은 무엇이 남느냐”는 걱정에 10년 전에 그랬듯이 시민행동은 다시 처음부터 지금 시대가 필요로 하는 일이 무엇인지를 진지하게 성찰하면서 새롭게 시작한다고 대답하는 선배와 후배들을 난 믿는다.

<함께 하는 시민행동>은 매년 창립 기념식과 후원회를 연다. 그리고 매년 누가 후원했는지를 공개한다.
시민단체들이 많이 어렵다. <함께 하는 시민행동>도 꽤나 어렵다. 그러나 단체의 영향력에 심취하여 다른 곳으로 눈을 돌리지 않았기 때문에 앞으로도 그 어려움을 극복할 수 있을 것이다. 이 단체가 앞으로의 10년 동안 우리 사회에 의미 있는 일들을 만들어내고, 그 성과를 여러 사람들과 함께 공유할 수 있도록 많은 사람들의 관심과 후원을 해줬으면 좋겠다.

내일(9월 23일, 수)은 <함께하는 시민행동>의 10주년 기념식 및 후원행사가 열리는 날이다. 그리고 여기를 클릭하면 작은 정성을 보탤 수 있다.

참고로 이 글은 1999년부터 8년간 이 단체에서 일했던 사람으로서 팔은 안으로 굽는 글이다.^^

함께하는 시민행동의 창립 10주년에 부쳐”에 대한 답글 1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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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무한도전이라면 모를까, 세상에 무한책임은 없는거라오. 바다를 건너지 못하는 안타까움을 달래줄 수 있도록 행사 잘 치뤄주시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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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 흠, 시민행동 말고 나 말이에요 나.
      아신이 나의 인생에 결정적 영향을 끼친 것은 무한 책임이 있으실텐데.
      뭐 무한도전도 좋아요. 어쨌거나 쭉… 지금처럼. 처음처럼.
      고마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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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핑백: haawoo's me2DAY
  2. 이 공식적인 말투는 정말 변하지 않습니다. 그려 ~ ^^ 여러가지로 새롭게 시작하는 일인지라 고민이 많으시죠… 언제나 그 자리에 머물러 있어주니 고마울 뿐. 너무 상투적인가? 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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