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가오는 시대에 “사회운동 분야에서”는 조직의 힘보다는 개인의 힘이 중요해질 것이다. 그리고 개인의 힘은 스스로의 행동에 대한 책임과 다양한 관계망 속에서의 신뢰를 바탕으로 키워질 것이다.
과거에는 평범한 개인들이 스스로의 발언력을 가질 수 없는 환경 탓에 뜻을 같이 하는 사람들이 모여 조직을 만들었다. 조직의 힘을 빌린 것이다. 이때 조직의 힘은 결국 참여한 개인들의 수, 즉 규모와 비례했다. 소속된 활동가의 수, 회원의 수, 여기에 추가하여 미디어의 노출도가 조직의 영향력을 가늠하는 척도였다. 하지만 기존 조직을 염두해두지 않고도 조직할 수 있는 – 관계를 형성할 수 있는 – 환경과 미디어의 다양성이 보장되어 있는 상황에서 이런 기준은 더이상 유효하지 않을 것 같다.
영향력있는 조직이 많아지는 것이 중요한 것이 아니라 책임있고 역량있고 신뢰할 수 있는 개인들이 많아지는 것이 중요한 시대가 되었다. 조직의 규모나 영향력은 사회적 이슈에 지속적으로 에너지를 투여하다보면 커지기 마련이다. 분명 그런 오랜 노력의 결과가 특정 시기의 이슈와 만나 조직을 양적으로 업그레이드시킨다. 하지만 책임있고 역량있고 신뢰할 수 있는 개인들이 많아지기 위해서는 꽤 오랜 시간이 필요하다. 금새 효과가 나타나는 것도 아니다. 조직이 아니라 공동체는 서서히 자라기 때문이다. (사진출처 : 플리커 xjrlokix)
이런 생각을 전제로 하면 두가지 문제가 남는다. 하나는 수많은 개인들이 올바른 의사결정을 하도록 하는 시스템을 어떻게 만들 것인가? 이것은 단지 특정 조직에 속해 있는 개인들간의 의사결정 수준이 아니라 전체 사회의 의사결정시스템 수준에서 생각해봐야 할 문제다. 분명 앞서가는 개인들과 뒤쳐져 있는 사회시스템간의 부조화로 인한 문제가 생길 것이다. 이걸 어떻게 극복할 것인가? 또한 평범한 개인들을 여전히 신뢰하지 못하는 문화를 어떻게 불식시킬 것인가? 두번째는 그렇다면 이런 시대에 조직의 역할은 무엇인가? 개인의 역량을 조직의 역량 강화에 투여하던 시대를 저멀리 보내야 한다면 이제 조직은 무엇을 할 것인가?
이 두가지 의문이 계속 머리 속에 멤돌고 있는 밤이다.
“조직이 아니라 공동체는 서서히 자라나기 마련이다.”에 대한 2 댓글
책임있고 역량있는 ‘개인’들이 서로를 신뢰할 수 있는 ‘공동체’를 만들어 ‘제비뽑기’를 하는 것은 어떨까요?
비슷한 고민에 요정도의 해답을 내린적이 있어서 끄적이고 갑니다. ^^;;
제비뽑기 좋죠.. ^^ 제가 참여하고 있는 한 단체는 매년 운영위원장을 운영위원회 멤버들 중에 제비뽑기로 하고 있는데 아무런 탈 없이 원활하게 잘 굴러가고 있는거 같아요. 자리가 사람을 키운다고 서로의 역량을 함께 키워나가는 방법이기도 하고, 몰랐던 역량이 분출되기도 하고, 독특한 분위기가 만들어지기도 하죠..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