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ED영상 공부모임을 마치고

여러 사람이 같은 책을 읽고 토론하는 ‘독서토론모임’을 하는 이유는 혼자서 읽으면서 사색하는 것보다 여러 사람이 함께 읽고 이야기나누는 과정에서 배움의 깊이와 넓이가 더 확장되기 때문이다. 누구로부터 직접적인 가르침을 받는 것은 아니지만 다양한 생각을 가진 사람들과 이야기를 나누는 것 자체가 서로를 자극하고 가르치고 배우는 과정이 된다.

“교육한다”는 의미를 굳이 따지자면 피교육자의 숨겨진 능력을 이끌어내는 것, 가치 있는 정보를 전달하는 것, 사회의 재생산을 위한 기초를 닦는 것 등 여러가지가 있으나 지금까지 우리가 학교라는 공간에서 협소하게 체험한 교육의 의미는 “새로운 지식이나 기능을 전달하고 습득하게 하는 활동”이라고 할 수 있다. (시대가 워낙 급속도로 변해서 “새롭다”는 의미가 퇴색되기도 했지만)

그런데 만약 지식과 기능을 습득하는 경로가 “교육”이라고 하는 전통적인 방법에 의존하지 않을 수 있다면 우리의 “교육” 방향은 어디로 향해야 하는가? 우리가 얻고자 하는 지식과 기능들을 교육자를 만나지 않더라도 스스로 찾아낼 수 있다면? 사람들은 이제 벨기에의 수도가 브뤼셀이라는 것을 배우지 않아도, 임진왜란이 1592년에 일어났다는 사실을 배우지 않아도 쉽게 찾아낼 수 있다. 이런 단순한 사실이 아니라 복잡한 현상들도 온라인의 관계망 속에 있는 전문가들에게 묻고, 흩어져 있는 정보들을 종합하고 재구성하여 파악해낸다.

경희사이버대학교 민경배 교수님이 쓴 “사이버대학 10년과 미래교육”이라는 글에도 이런 변화를 이야기하면서 이를 “소셜학습”이라고 표현하기도 했다. 일부 대학들은 강의 동영상을 오픈코스웨어(OCW)라는 이름으로 공개하기 시작했고, 학교 밖에서 이루어지는 수많은 전문가들의 강연,강의들이 인터넷상에 공유되고 있다. 그리고 유투부에서 How To로 검색해보면 수백만건의 관련 영상들이 검색된다.

때문에 지금과 같은 시대에는 지식과 기능을 전수해주기 보다는 흩어져 있는 지식과 정보들을 조합하여 교육적 소스로 만들어내고, 그 소스들을 활용하여 교육프로그램을 기획하고, 배움의 길을 안내해주는 역할이 중요해졌다.

이런 생각을 하다가 몇년 전부터 국내에서도 많은 사람들이 보고 있는 TED 동영상을 떠올렸다. 그동안 우리가 특정 분야의 전문가로부터 직접 배울 수 있는 기회가 없었기 때문에 텍스트를 기반으로 하는 책을 통해 간접적으로 배웠다면 이제는 보편화된 동영상으로도 가능하지 않을까? TED동영상을 함께 보고 그 영상에서 이야기하고자 하는 바를 뽑아내고 함께 토론하는 과정을 만들어낸다면 그것 자체가 곧 작은 학교가 될 수도 있지 않을까?

그래서 시작하게 된게 제주에서 만들어진 <테크스터디모임>이다. IT를 주제로 정한 다음 우선 한 일은 이 모임에서 배우고자 하는 것을 안내해줄 분을 찾는 것이었다. 교육코디네이터, 지식코디네이터, 모임코디네이터라고 부를 수 있는 이 분의 역할은 함께 모여서 배울 내용을 기획하고, 그 내용에 적합한 소스를 찾고, 그 소스와 관련된 다양한 이야기거리들을 준비하고, 함께 배운 다음에 무슨 이야기를 나눠야 하는지를 안내해주는 사람이다.

지난주에 <테크스터디모임>은 3주간의 1차 모임을 끝냈다. 3주간 진행된 스터디모임에서 “기술이 가져온 변화의 모습들”이라는 주제에서부터 함께 볼 6개의 동영상을 선별하고, 사전에 동영상에 관한 안내를 해주고, 함께 보고, 질문을 던지고 토론을 진행해준 Daum 커뮤니케이션의 김종욱님이 코디네이터 역할을 해주셨다. 모임은 한번에 2개의 동영상을 보고 그 동영상과 관련된 토론 주제를 찾아서 이야기를 나누는 식으로 진행되었다. 평균 2시간씩, 평균 8명에서 10명이 참석을 했다.

3주간의 모임을 끝낸 후 평가는 매우 긍정적이었다. 비록 책이 주는 체계적인 학습의 느낌과는 차원이 다르겠지만 혼자서 보고 생각하는 것보다 여러 사람과의 토론을 통해 얻는 것이 훨씬 많았다는 평가, 그냥 보고 듣고만 가는 것이 아니라 내 생각을 정리해서 이야기하는 과정 자체가 또 다른 배움의 기회였다는 평가들이 주를 이루었다. 이런 긍정적인 평가의 상당 부분은 나름 이 분야에 대한 경험과 지식이 풍부한 김종욱님이 중간에서 방향을 잡아주면서 좀더 다양한 이야기거리를 준비해주었기 때문에 가능했다.

웹에는 배움의 소스(동영상)들이 충분히 많이 있다. 그 소스를 가지고 함께 배우는 길의 안내자 역할을 해줄 사람도 주변에 찾아보면 분명 있을 것이다. 누구는 일방적으로 가르치고 누구는 일방적으로 배우는  것이 아니라 몇가지 조건과 환경들을 조성한 다음, 한 사람의 안내자만 있다면 작은 학교가 하나 만들어질 수도 있다. 그 학교는 토론의 과정을 통해 함께 배우고 서로 가르치는 괜찮은 학교이면서 언제든지 쉽게 만들었다가 목적을 달성하면 없어지는 그런 학교이다. 더군다나 돈이 전혀 들지 않는다. 차 한잔의 값과 간식거리만 있으면 충분하다.

아래는 테크스터디모임에서 3주간 진행한 동영상 소스이다. 혹시 다른 곳에서도 필요하다면 얼마든지 활용하시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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