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운동의 방법이 달라져야 하는가?(3) – 익숙한 방식을 낯설음 더하기

외부 환경과 우리가 채택한 방법의 균형점

위와 같은 환경의 변화들이 사람들의 의식과 경험을 바꾸기 시작했다.  과거에 나를 스스로 대변할 수 있는 도구가 존재하지 않을 때 대변형 시민단체가 필요했다. 나를 대신해서 목소리를 내주고, 힘을 모아주고, 내가 원하는 가치를 실현시키주는 조직이 필요했다. 하지만 지금은 개인들이 목소리를 낼 수 있는 도구가 주어졌다. 비록 충분하지 않더라도 내 목소리를 낼 수 있고, 거기에 동조하는 사람들을 만날 수 있으며, 그 사람들과 함께 무엇인가를 도모할 수 있게 되었다.

전통적인 시민단체의 역할이었던 대변과 조직의 역할이 수많은 개인들에 의해 대체되기 시작한 것이다. 더이상 사람들은 조직이라는 틀에 갇히고 싶어하지 않는다. 개인의 자유로운 의사가 반영되지 않는 조직 보다는 개인의 의견을 충분히 자유롭게 이야기할 수 있고, 뜻에 맞는 사람들끼리 모여서 변화를 도모할 수 있는 관계망을 찾아간다. 만약 A라는 관계망 속에서 내 의사가 반영되지 않는다면 B라는 관계망으로 신속하게 이동한다.

사람들은 원하는 관계망으로 신속하게 이동한다.

그리고 사람들은 나를 소외시키는 행사, 일방적으로 남의 이야기만 들어야만 하는 행사에 가고 싶어하지 않는다. 특별한 이야기가 아닌 이상 이미 알고 있는 정보들을 반복해서 이야기하는 자리 보다는 다양한 사람들과 함께 이야기를 나눌 수 있는 곳으로 가고 싶어 한다. 그리고 거기 모인 사람들에게 나의 이야기를 전하고 싶어한다.

소셜네트워크서비스가 활성화되고 그 안에서 관계형성이 용이해지면서 사람들이 더이상 오프라인상에서 만나고 싶어하지 않는다고 생각할지도 모르지만 사람들은 오히려 더 많이 오프라인에서의 만남을 기다리고 있다. 온라인에서 알게 된 사람에 대한 호기심, 온라인에서 풀지 못하는 이야기들을 직접 대면하여 이야기하고 싶어한다.

그리고 오프라인으로 나온 사람들은 온라인에서보다 더 풍부한 정보를 교환하고 더 깊은 관계를 형성한다. 온라인에서는 서로 자유롭게 격식없이 조직이라는 느낌 없이 이야기를 나누었는데 오프라인에서 막상 만나고 보니 위계질서와 격식, 조직적 틀 등이 강조되면 사람들은 더이상 그 오프라인 공간에 오지 않게 된다. 사람들은 단지 온라인 공간에서 오프라인 공간으로 단순 이동한 것이 아니라 온라인에서 경험한 자유로운 문화를 오프라인 공간에서 확인하고 싶어한다.

우리에게 익숙한 방식들에 대해

우리에게 익숙한  모이고 떠들고 꿈꾸는 방식들이 있다. 아래는 성명서나 논평, 보도자료와 같은 미디어를 염두해둔 견해표명수단과 집회와 시위와 같은 집단적 항의 방식을 제외하고 보통의 조직에서 사람들을 모아서 같이 논의하고 어떤 결과물을 내놓거나 의사결정을 할 때 주로 쓰는 방식들을 열거한 것이다.  

워크샵 : 원래는 작업장, 생산이나 수리를 위한 공구와 기계를 제공하는 공간 또는 건물이라는 의미. 새로운 지식이나 기술을 습득하기 위해 30명 전후의 인원이 참가하는 회의의 일종.

세미나 : 지도 교수 아래서 특수 주제를 연구 토의하는 학습법 / 단기간에 집중적으로 하는 연구 집회. 대학 교육 방법의 하나로, 교수의 지도 아래 학생들이 모여 연구 발표나 토론 등을 통하여 하는 공동 연구.

강연 : 일정한 주제에 대해서 청중 앞에서 강의 형식으로 말하는 것

강의 : 학문이나 기술의 일정한 내용을 체계적으로 설명하여 가르침강좌

강좌 : 일정한 주제에 대한 지식을 체계적으로 전달하기 위해 편성한 강습회, 프로그램 따위를 이르는 말

컨퍼런스 : 보통은 여러 날 동안 대규모로 열리는 회의를 일컫음. 특정 주제에 관해 논의하기 위한 사람들의 모임. 국내에서 열리는 많은 컨퍼런스가 사실은 일방적으로 내용을 전달하는 대규모 강연회 성격을 띄고 있음.

심포지엄 : 오늘날에는 향연이라는 의미 외에도 화기애애한 분위기에서 진행되는 학술적인 토론회나 그 밖에 신문 ·잡지 등에서 특정한 테마를 놓고 2명 또는 그 이상의 사람들이 각자의 견해를 발표하는 지상토론회의 뜻으로 널리 통용됨.

모두 각기 다른 방식이지만 구글 이미지 검색에서 각각의 단어들을 검색해보면 모두 비슷한 모습의 사진들을 발견할 수 있다. 검색을 통해 나타난 사진들의 공통점은 한 두 사람이 앞에 서서 마이크를 잡고 있고, 대부분의 사람들은 의자에 앉아 듣고 있다는 점이다. 주최자와 참가자는 분리되고, 참여라고 하는 것은 의자에 앉아서 듣는 것이고, 모든 것은 주최측에 의해 세팅되어 있다.

시대는 변했고 미디어와 커뮤니케이션 환경도 변했고 사람들의 의식과 경험도 변했는데 우리가 채택한 방식들은 여전히 90년대의 방식에 머물고 있다. 이와 같이 변화된 외부 환경과 우리가 채택한 방법 사이의 불균형이 지금 시민단체나 조직운동을 하는 사람들에게 어려움을 안겨주고 있다.  변화된 환경에 적합한 새로운 방법들을 찾아야 한다. 사람들이 모이는 방법, 모여서 떠드는 방법, 의사결정하는 방법, 함께 꿈꾸는 방법, 실행하는 방법 등 모든 면에서.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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