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운동의 방법이 달라져야 하는가?(5) – ‘불통사회’ 한국, 공개토론장에서 ‘대화’를 시작하다

원문 : 한겨레신문 기고글


2012년 6월 30일, 하자센터에 200명의 시민들이 모였다. 이 날은 <더 체인지 The Change>라는 비영리단체가 주최한 “씽크카페컨퍼런스@대화” 행사가 열렸다. 대화라는 제목에 걸맞게 이 컨퍼런스를 일방적으로 연사들의 발표만 듣고 가는 컨퍼런스가 아니다. 단순한 청중이 아닌 대화참여자로 신청한 200명의 시민들이 불신, 불안, 불통, 불행이라는 한국사회를 둘러싸고 있는 4가지 불(不)에 관한 발표를 듣고 테이블 대화를 통해 불끄는 법을 찾아보기 위한 컨퍼런스이다. 미리 신청한 키워드별로 5~7명이 모여앉아 3시 동안 대화를 진행하고 결과를 함께 정리하고 그 내용을 공유하는 이 행사는 작년에 이어 두번째로 열렸다.

참여형 행사의 근간이 되는 사람들간의 대화

이보다 앞서 6월 13일에는 민주화운동기념사업회와 대화문화아카데미가 주최한 “2012 대한민국 민회(民會)”가 1박 2일 동안 열렸다. 국민의 삶에 큰 영향을 미치는 문제들이 당리당략 때문에 정치적으로 방기되는 것을 막고 나라의 중요 사안에 대해 국민이 직접 토론하고 협의하는 국민회의체라 할 수 있는 민회가 21세기에 맞게 다시 태어난 것이다. 이 민회에는 사회 각 분야 전문가 50명과 지역대표 50명이 참여해서 헌법, 경제민주화, 교육, 지속가능한 사회, 평화와 통일과 같은 5가지 의제 등을 놓고 토론을 벌였다.

시민들이 직접 참여해서 토론하고 정책을 제안할 뿐만 아니라 사회문제에 관한 해법까지 제시해보려는 행사들이 늘어나고 있다. 모든 세상의 변화는 두 사람의 대화로부터 시작된다는 말도 있듯이 이런 행사들의 공통점 중 하나는 대화의 중요성을 강조하고 있다는 점이다.

2011년에 충청남도가 주최한 충남도민정상회의에서는 인구비례에 근거에 참여한 300명의 도민들이 도정이 관심을 가져야 할 10가지 의제를 직접 결정했고, 최근 서울시에서 22가지의 주제별 대화를 통해 원전 하나 줄이기 시민대토론회를 400명의 시민들이 참석한 가운데 개최하기도 했다. 이런 참여형 행사의 기본 전제가 되는 것은 사람들 사이의 대화이다. 그리고 이 대화는 현장에서 뿐만 아니라 트위터나 페이스북과 같은 소셜네트워크서비스를 통해 공간의 경계를 넘어 외부와 실시간 대화로 이어지기도 한다.

역사는 변방에서 이루어진다. 그러나 중심부에 대한 컴플렉스가 없어야 한다.

2011년 씽크카페컨퍼런스@대화에서 성공회대학교 신영복 석좌교수는 “역사는 변방에서 이루어집니다. 그러나 중심부에 대한 컴플렉스가 없어야 합니다”라고 했다. 이 말처럼 평범한 사람들이 변방에서 나누었던 대화가 어느덧 행사의 중심이 되어가고 있다. 그리고 그동안 자신의 말을 들어줄 곳이 없어서 실망하던 시민들, 전문가가 아니면 행사에서 소외되었던 시민들이 SNS와 이런 행사에서의 대화를 통해 유대적 관계를 형성하고 그 조직된 목소리를 반영할 수 있는 통로를 마련함으로써 여론의 주체임에도 여론을 주도하지 못했던 컴플렉스를 하나하나씩 없애나가고 있다.  

이런 참여형 행사가 많아지는 것은 일순간의 유행이 아니라 시대적인 환경변화와 깊은 관련이 있다. 바로 인터넷으로 인해 미디어와 커뮤니케이션 환경이 역사 이래 가장 크게 변하고 있다는 점, 그리고 이렇게 변화된 환경 속에서 수평적인 소통을 경험한 세대가 많아지고 있다는 점이다. 최근 들어 북콘서트나 토크콘서트가 많아지는 것도 비슷한 이유 때문이다.

이미 최근 몇년 동안 인터넷이라는 공간에서 수평적 소통을 경험한 사람들, 내 목소리를 다른 사람에게 전할 수 있는 미디어를 확보하게 된 사람들, 사회적 현안과 정부정책에 대해 직접 토론할 수 있는 공간을 스스로 만들고 언제든지 접속할 수 있는 사람들이 많아지면서 행사의 손님이 아닌 행사의 주인이 되어가고 있는 것이다. 그러한 사람들의 이러한 문화적 경험을 수용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 이러한 참여형 행사를 만들어내고 있다.  

새로운 민주주의를 위한 과정, 그리고 행정시스템의 변화

물론 행사에 참여하는 사람들 사이의 대화와 건설적 토론이 이루어진다고 모든 문제가 해결되는 것은 아니다. 사람들 사이의 직접적인 대화가 유대적 관계와 공감대를 만들어주긴 하지만 그 과정이 정치와 행정에서의 직접적인 정책변화로 바로 이어지지는 않는다. 왜냐하면 사람들은 이미 시대적 환경의 변화에 맞춰 자신의 사고방식과 행동을 수정하고 있는데 정치와 행정시스템은 그것을 수용할 준비가 되어 있지 않기 때문이다.

참여형 행사를 통해서 나온 대화의 내용들과 SNS를 통해 전달되는 수많은 정보와 의견들을 체계적으로 정리하고 더 많은 사람들과 공유하려는 노력, 그렇게 모인 사람들의 목소리와 차곡차곡 쌓여가는 정보들을 공공정책의 근거 자료로서 수용할 수 있는 정책결정시스템이 만들어져야만 한다.

정책의 수혜자가 아닌 정책의 결정자로서 참여시민의 전면적인 등장과 이를 수용하는 참여형 행사들의 확산은 궁극적으로 새로운 시대의 변화를 수용할 수 있는 사회운영시스템을 어떻게 만들어낼 것인가라는 시대적 숙제를 던져주고 있는 셈이다. 이것은 결과가 아닌 과정이, 소유가 아닌 공유가, 주장이 아닌 소통과 공감이, 조직이 아닌 플랫폼이 중요해지는 시대에 걸맞는 새로운 민주주의에 대한 요구이기도 하다.  <끝>

관련 기사 : 온라인으로 연결된 세상… 누구나 연구소-연구원 현실화
http://www.hani.co.kr/arti/economy/heri_review/522168.htm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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