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단과 목적이 무엇인지를 헷갈려하다가 어느 순간부터는 수단이 목적이 되어버리는 경우…. 왜 조직은 존재해야 하는가?라고 자문해볼 필요가 있다. 추천하고 싶은 글.
운동이 역사적 소임을 마쳤으면 그만 멈추어야한다. 운동이 존재하는 것은 그 소임 때문이다. 그러나 소임에 대한 목적의식 없이, 목숨만 연명하는 경우가 얼마나 많은가. 물론 운동의 ‘지속 가능성’을 고민하는 것은 중요하다. 그러나 그것은 어디까지나, 사명이 살아있을 때, 그 사명을 수행하기 위해 문제를 풀기까지 단체가 먼저 소멸하지 않는 지혜를 모색함이지, 사명과 무관하게 100년 200년 단체의 수명을 연장하기 위함이 아니다. 존재하기 위해 사명을 찾는 것이 아니라, 사명이 있기 때문에 존재하며, 사명을 완료하고 난 후엔 존재를 포기하는 것, 그것이 모든 조직의 바른 자세이다.
죽은 사명을 붙들고 지속 가능성을 말하는 것은, 사실 더 깊이 들어가 보면, 운동 자체가 아니라, 일하는 사람들의 지속 가능성을 꾀하는 경우가 비일비재하다. 그리고 그 시도가 대부분 성공하지 못하고, 여러 궁리를 하다가 결국, 이리 저리 새로운 일자리를 찾아 움직여 다니기 쉽다. 이와는 달리, 단체가 붙든 사명을 다 성취한 후, 단체가 해산될 경우, 그 단체를 위해 희생하고 몸 바친 사람들은 죽지 않는다. 그 운동을 성사시킨 개인, 그 운동을 이끌어온 경험과 뜨거움을 가슴에 품고 있는 사람들이 세상에 나오기만을 학수고대하기에, 새로운 필요와 요청에 응하느라 바쁘다.
일을 모두 끝낸 후 단체가 소멸해도 그 안의 사람은 죽지 않는다. 죽지 않기 위해 사명 보다 자기 존재에 더 예민한 사람들은, 사명도 소멸하고 단체도 소멸하고, 결국 자신도 죽는다. 사명을 이루기 위해 자기를 죽이기란 얼마나 어려운가. 자기를 살리기 위해 사명을 죽이기란 얼마나 쉬운가. 그러나 “무릇 자기 목숨을 보존하고자 하는 자는 잃을 것이요 잃는 자는 살리리라.”(눅 17:33) _ 송인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