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일쯤 걸리는 일이 있다. 아니 10일쯤 걸려야만 하는 일이 있다.
가끔 갑과 을의 관계에서 그럴 때가 있을 것이다. 누구에게는 그 10일이 굉장히 긴 시간이다. 방법을 조금만 바꾸면 사실 하루만에 할 수 있을 일이기도 하다. 그렇다고 그게 “하루만에 할 수 있는 일이었다.”라고 할 수 있을까? 아니다. 그 하루는 눈에 보이는 일하는 시간만 계산한 하루일 뿐이다. 그 하루에 집중하기 위해 나머지 9일은 일종의 필요조건일 수 있다. 똑똑한 사람들은 경험을 일을 개선하는데 사용한다. 그렇게 해서 어떤 일을 하루만에 처리할 수 있게 된다.
근데 이게 반복되면? 그 하루의 시간은 당연한 것으로 여겨져서 이제 더 빨리 해야만 잘 한 것으로, 열심히 한 것으로 비춰지게 된다. 나머지 시간은 노는 것으로 인식된다. 그리고 그 일을 너무나도 쉽게 누구나가 할 수 있는 일이라고 생각하게 된다.
그런데 우리가 살고 있는 사회의 많은 갑들과 조직이 가지는 문제는 그 1일이라고 하는 성취도 높은 시간이 만들어지기 위해서는 9일의 시간이 필요하다는 사실을 무시하고 있는 점이다. 오직 눈에 보이는 1일에 10을 곱하면 10의 성과가 나올 것이라는 착각에 빠져있다. 그런 상황에 직면했을 때 좀 더 효과적인 방법을 찾아낸 사람들은 10일을 기다린다. 10일 동안 해야 할 일을 1일만에 하게 되면 나중에 1시간만에 해달라고 요청할 것을 알기 때문이다.
군대에서 타자기 대신에 워드를 쓰기 시작하면서 컴퓨터를 전혀 모르는 간부들이 말도 안되는 시간 내에 일을 처리하라고 재촉할 때 컴퓨터를 거짓으로 다운시켜서 그걸 고쳐보겠다고 땀나는 표정을 지으면서 며칠 동안 노닥거린 한 고참도 아마 그 심정이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