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년에 두번 정도 개최하는 모.떠.꿈 워크숍, 벌써 다섯번째다. 그리고 3년째이다. 이 워크숍을 한마디로 딱 정의하기는 약간 애매하다. 제목은 <모이고 떠들고 꿈꾸다>를 줄여서 <모.떠.꿈>이라고 하는데 언젠가부터 “꿈”이라는 단어가 약간은 낯간지럽게 혹은 허망하게 드릴 때도 있다. 설마 이걸로 꿈까지? 하지만 어느새 그게 그냥 자연스럽게 쓰는 단어가 되어버렸다.
굳이 이 워크숍을 다시 정의하자면, “여러 사람들과 뭔가를 함께! 하는 것을 배우는 교육 프로그램”이라고 하는게 맞을 것 같다. 함께 이야기하고, 함께 토론하고, 함께 공동작업하고, 함께 의사결정하고.. 이런 것들을 조금 더 지루하지 않고 재미있게 효과적으로 해볼 수 있는 방법을 배우는 시간.
저녁에 잠깐 시간을 내서 해본 두가지 프로그램. 얼굴 그리기와 함께 시쓰기. 이 두가지 프로그램 역시 옆 사람들과 함께 작업하면서 흥미로우면서도 신기한 경험을 해보게 한다.
우선은 얼굴 그리기.
이 프로그램은 누구에게는 “관찰”을 해야 하는 시간이고 누구에게는 “정확하게 표현”을 해야하는 시간을 준다. 우리는 자신의 얼굴을 얼마나 잘 알고 있을까? 매일 거울을 보지만 순간 지나치는 모습이 아니라 얼굴모양과 머리카락, 눈, 코, 귀, 입 등등을 구체적으로 설명할 수 있을까? 방법은 아래와 같다.
- 우선 A4용지를 한장씩 나눠준 다음 자신의 얼굴을 최대한 상세하게 “글”로 설명하게 한다.
- A4용지를 모두 수거한 다음 다른 사람에게 나눠준다. 만약 테이블별로 앉아 있다면 같은 테이블 내의 사람에게는 전달되지 않게 적절하게 분배한다.
- 얼굴 설명문을 전달받은 사람은 설명한 내용 그대로 그림을 그린다. 이때, 설명하지 않은 것 – 예를 들어 귀에 대해서 설명하지 않았다면 귀를 그리지 않는다. – 은 그리지 않는다. 최대한 설명문에 충실하게.
- 그림을 수거한다. 그리고 하나씩 보여주면서 누구인지를 서로 맞춰보게 한다.
결과는?… 의외로 비슷한걸?!

함께 시쓰기
시를 쓰는 것은 쉽고도 어렵다. 누군가가 본다고 하면 특히나 쓰기 어려운게 시다. 그 시를 함께 쓴다? 이 프로그램은 상대방의 마음을 온전하고도 깊게 이해해보려는 태도가 중요하다. 방법은 아래와 같다.
- 모두에게 A4용지를 나눠준 다음에 시의 제목과 이름, 그리고 시의 첫줄만 쓰게 한다.
- 테이블별로 A4용지를 모아서 옆 테이블로 전달한다. (테이블별로 동일한 숫자가 앉는게 좋다)
- 전달된 시 한줄, 그 다음을 이어서 쓴다. 한 사람이 한줄씩. 한줄을 쓰고 옆 사람에게 전달한다.
- 이 과정을 계속 반복한다. 20명이 모였다면 20줄의 시가 탄생한다.
- 한명씩 낭독한다.
그렇게 만들어진 시 두 편….
시는 이렇게 여러 사람이 함께 써도 맛깔난다.
마음을 잇는다는 건
그 마음을 느껴보는 것
느낀 그 마음을 다른 사람과 나누어 볼 수 있게 함께 하는 것
다른 사람 안에 있는 나를 보는 것
그와 함께 길을 걷는다는 것
바라보는 것으로 마음을 이을 수 있습니다.
나의 부족함과 너의 부족함을 안아줄 수 있는 것마음을 잇는다는 건
더운 손을 마주 잡는다는 것
차가운 입술이 서로 닿는 순간!
머리 속은 텅 비어지고 오롯이 떨리는 마음만 남았다.
마음만 남았다.숙취
먹는게 아니었다!
내 이럴줄 몰랐던가?
매번 후회하면서도 또!
다음 번엔 뒤가 깨끗한 술로 마셔야겠다. 비싸더라도!
나 위를 달래는 헛개나무차를 그리며
사표를 던지자! 내일 아침까지만.흐릿해진 정신 속, 다시 찾아오는 현실
어제 같이 먹은 그 사람.. 지금 생각해보니, 헉!
내가 그에게 도대체 무슨 짓을 했던가?
차라리 생각이나 나지 말던가
매우 머리 아픈 이유는 술 때문만이 아니리라.
역시 먹는게 아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