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에 페이스북에 꽤 회자되는 글이 있다. [별별시선] 어느 486세대의 ‘고해성사’라는 제목의 칼럼이다. 그 고해성사의 배경이야 충분히 이해하겠는데 마지막 문장에 계속 눈에 밟혀서 결국 뭔가를 끄적여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개인적인 느낌 짧게.
‘미안하다. 그대들을 괴물로 만든 것은 우리 486이었다.’
이 말, 사람 마음을 참 불편하게 하더라. 두가지 지점에서 그런데 하나는 ‘괴물’이라는 단어. 현재 20대가 괴물이라는 것이 아니라 인간을 점점 괴물로 만들어가고 있는 이 사회를 의미하는 것이겠지라고 내심 이해해보려 했지만 그래도 참 많이 불편하다. 당사자인 20대들은 이걸 어떻게 받아들일까? 분명 이 사회는 인간을 괴물로 만들어가고 있긴 하다. 누군가를 짓밟아야만 자신이 살아남을 수밖에 없다는 공포를 계속 심어주고 있기 때문에. 그럼에도 ‘우리’를 통칭해서가 아니라 특정 세대를 지칭하여 괴물이라고 표현한 것, 많이 불편하다. 말꼬리 잡자는게 아니라 아래의 두번째 이유와 연관해서 그런 표현의 저변 인식이 불편하다.
두번째 불편한 이유는 그렇게 만든 것은 “우리 486″이었다라는 말 때문이다. 고해성사를 하신 분께는 정말 죄송하지만 의도가 그게 아니었다 하더라도 그렇게 읽힐 수밖에 없는 어떤 느낌에 대해서도 한번 생각해봤으면 좋겠다. 이 고해성사, 너무 486 중심적이다. 이런 인식들을 불편해하는 사람들이 있다는 것을 486들이 인식했으면 좋겠다. 486들과 같이 젊은 시절을 보낸 나도 불편한데 지금 20대, 30대분들이야 오죽할까. 2008년 촛불집회때 나온 중고등학생 아이들을 보고, 저게 다 486들의 자식들이라고 술자리에서 스스로 자랑스러워했다는 이야기를 듣고 얼마나 우스웠는지 모른다. 나 뿐만 아니라 그 이야기를 접한 486아닌 사람들의 어이없다는 그 표정들의 의미를 제발 좀 이해했으면 좋겠다.
그리고 미안해하지 않았으면 좋겠다. 지금 그게 왜 486탓인가? 그렇지 않다. 여러가지 원인이 복합적으로 얽혀서 그런 것이지 486탓으로 치부될 성질의 것이 아니다. 사람들은 자기중심적으로 사고한다지만 어느 세대가 치열하지 않고, 힘들지 않았을까? 치열함과 힘듬에는 “누가 더”라는 비교가 성립되지 않는다. 모든 세대가 술자리에서 그런 이야기들을 할 것이다. 과거를 회상하면서 그때 얼마나 우리가 힘들었는지 이야기하면서 서로 위안한다. 하지만 그걸로 끝. 그것을 사회적 논의로 끌어내지는 않는다. 그런데 유독 486세대는 그렇지 않은 것 같다. 386세대라는 말이 나온게 90년대 후반쯤인데 벌써 15년이 넘었다. 사실 386세대를 끝으로 세대 이야기는 끝났어야 했다. 그런데 언제부터인가 그 세대가 나이를 먹었다는 이유로 386이 486으로 바뀌었다. 곧 있으면 586세대라는 말로 또 이런 이야기가 반복될까 걱정부터 앞선다.
어떤 사회적 논의를 486중심으로 이해하고 정리하는 것도 이제는 스스로들 끊어냈으면 좋겠다. 사실 그게 어떤 문제를 해결하는데 도움이 되는 것도 아니다. 그리고 너무 자랑스러워하지도 말고 너무 미안해하지도 말았으면 좋겠다. 아마도 20대나 30대도 그 시절의 치열함과 힘든 것, 486세대가 남긴 역사적 성과라는 것, 그리고 무엇을 잘못했는지를 모르는바 아닐 것이니 이제 고해성사도 그만했으면 싶다.
나도 포함하여, 내가 만난 20대와 30대는 세대와 세대간의 소통이 아니라 지금의 나이와 위치에 어울리는 일들을 하는 한 사람 한 사람과의 소통을 원한다. 그리고 그런 사람들간의 사회적 연결고리가 ‘세대’가 아니기를 바라더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