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업 관련 프로젝트를 고민하다가 얼마 전에 읽게된 글. 농사를 짓기 위해 시골로 돌아가는 것을 의미하는 ‘귀농’에 대해 조금 다르게 생각할 때가 된 것 같다. 사실 농사만으로 자립 생활을 영위하기란 쉬운 일이 아니라는건 자명한 사실이고, 종종 TV에 나오는, 특용작물로 승부를 보는 귀농성공사례는 벤처 성공사례만큼이나 극소수일 뿐이다. 더군다나 애초부터 도시가 고향인 젊은 사람들에게 다시 돌아간다는 것도 좀 안어울리고.
시골살이학교를 시작한 이유도 그렇지만, 시골에 농사가 전부는 아니다. 농사가 삶의 기본인 사람들이 많고, 자립의 측면에서 장기적으로 농사를 생각하는 사람들이 많지만 사람 사는 곳에 기본적으로 필요한 것은 또 다 필요한 곳도 시골이다. 문화가 다른 생활터전일 뿐.
지금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귀농=농사, 귀촌=전원생활과 같은 등식에 얽매이는 것이 아니다. 젊은 시절부터 쭈욱 시골에 사는 것에, 또는 젊은 나이에 도시를 떠나 시골에 오는 것에 대해 특별한 시선을 두거나 용감한 행동으로 칭송하는 것 같은 인식을 조금씩 없애나가는 것이 필요하다. 그러기 위해서는 역으로 시골에 사는 것이 도시에 사는 것과 별반 다를게 없고(사람 사람 곳이 다 비슷비슷하다), 오히려 더 나을 수 있다는 가능성을 계속 만들어가는 것이 필요하다.
그 가능성을 확대하기 위해서는 틀에 얽매이지 않는 실험들이 필요하고, 그 실험들에 참여한 사람들이 하나둘씩 늘어나야 하고, 궁극적으로는 그런 실험들이 지속가능한 일로 정착되어야 한다. 그래서 그렇게 새로운 것들을 실험하고 정착시켜나간 젊은 사람들이, 어른들은 세월을 친구삼아 한분 두분 저 세상으로 떠나시고 텅 비어버린 시골 마을의 새로운 구성원으로 자리잡아 돈과 출세에 눈이 멀어 망쳐버린 도시세계의 운영 원리와는 차원이 다른 새로운 곳으로 만들어야 하지 않을까? 그래서 지리산공화국이라면, 너무 거창한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