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각주플랜B] ④전문성? 활동가에게 필요한 전문성

조직에서 활동가와 구분되는 역할 중 하나가 전문가이다. 지금은 아니지만 비영리단체에서 일하기 시작할 때부터 그 단체에 참여하고 있는 전문가나 선배들로부터 전문가가 되라는 말을 꽤 자주 들었다. 여기서 전문가란 대부분 어느 분야의 정책 전문가를 의미했다. 활동가들도 정책 전문성을 가져야 한다는 것인데 그 말의 진심은 신뢰할 수 있으나 방법에 대해서는 항상 의문이었다. 거의 모든 사람이 대학원 진학이나 해외 연수와 같은 것을 이야기했다. 워낙 여러 사람이 이야기하는지라 당시 이 말은 나에게 진짜 정책 전문성을 키우라는 말이 아니라 활동가로에서 전문가로 ‘권위’를 업그레이드하라는 말로 들리기까지 했다.

점점 전문성이란 단어가 숙제처럼 다가왔다. 그 생각을 하면 알 수 없이 불안이 밀려온다. 분노와 절망이 전문성인가. 다소 회의적이고 가라앉기도 한다. 세상의 빛바랜 모습을 더 많이 보게 되다보니 내공이 쌓이는 건지 화가 많아지는 건지 헷갈리기도 한다.(내 성격 문제인가) 프로젝트를 진행하는 사업 수행자로서, 조직원으로서, (앞서 하승우 선생님의 글 속의) ‘실무자’가 되가는 나를 발견했다. 그러면서 지친다는 느낌을 받기 시작했다. _ 사실은 불안하고, 생각보다 충만한 활동가로 살기 중에서

활동가의 정책 전문성이 강조된 반면, 조직을 책임감 있게 이끌어가고, 구성원들이 조직을 통해 각자의 가치를 실현하는 것을 돕고, 조직의 사명을 놓치지 않으면서 조직의 지속가능성에 대해 고민하는 전문가에 대한 관심은 척박했다. 그러면서 조직은 무너져가고 있었고, 정책은 공허한 문서에만 쌓여갔다. 조직에는 정책 전문성을 갖춘 사람도 필요하고 조직 운영에 전문성을 갖춘 사람도 필요하다. 하지만 후자는 대부분 소홀히 취급되어 왔다. 평범한 사람들과 소외된 사람들이 스스로 주체가 되어 목소리를 내고 사회적 실천에 참여할 수 있도록 돕는 조력자의 역할을 하는 활동가의 중요성은 점점 더 커지고 있는데 말이다. 활동가들에게 소홀히 취급되어서는 안될 전문성 중에서는 아래 손수진씨 말처럼 언니와 계를 맺고 그냥 언니-동생할 수 있는 전문성, 사람의 삶을 함께 나눌 수 있는 전문성, 소외된 동네 주민들을 주체적으로 변화시키는데 필요한 전문성도 있다.

이곳에서는 그 언니와 ‘계’를 맺고 그냥 언니-동생 하는 거였다. 지역공동체가 이런 걸까? 얼굴도 모르는 이들에게 반찬 몇 개를 나눠주는지 서류에 적는 게 아니라 사람의 삶을 함께 나누는 거였다. 따로 복지를 하지 않아도 주민들이 자기 삶의 주인이 되고, 동네를 주민들 주체적으로 변화시켜 나갈 수 있다면…. 자신의 기득권을 놓치지 않으려는 자들을 위한 세상보다는 동네 주민들이 원하고, 시민들이 바꿔가는, 국민들이 이끌어가는 그런 세상을 꿈꾸게 되었다. 맨 땅에 헤딩하면 얼마나 아픈지 알아? 중에서

전혀 다른 네트워크 속에서 일하는 1인 활동가의 모습 속에서 1인 활동가는 어떨까? 조직에 속해 있지도 않아서 조직에서 교육을 통해 역량을 강화시켜주지도 않고 일상적으로 함께 소통하는 동료도 없을텐데 1인 활동가는 어떤 방식으로 일할까? 동강에서 1인 활동가로 일하고 있는 김영주씨의 이야기는 들어볼만 하다.

1인 활동가의 활동은 자율적이며 주체적, 생태적이다. 누가 알려주거나 도와주지 않고 스스로 판단하고 기획하며 결정하고 끝나면 성찰한다. 기존 조직이나 회의 방식, 공간은 위계와 수동성에 의존하고 있으며 사업방식이 협력이 아닌 분담 혹은 배분의 형식으로 역할을 맡고 있다. 1인 활동은 이러한 복잡한 조직의 절차, 과정에 필요한 시간과 에너지를 줄이고 자기 자신에 대한 고민, 역량강화에 시간을 더 투자할 수 있다. 물론 단기간에 되지는 않는다. 뿌린 만큼 거두는 것이므로 최선을 다하고 스스로 생활과 활동을 조직화해야 한다. 이런 경우에 1인 활동에 대한 만족도는 상당히 높다. 두 번째, 1인 활동가는 ‘상호의존성’을 믿으며 네트워크를 적극 활용한다. 앞서 이야기한 자율성, 주체성과 연결되어 있다. 1인 활동가라면 혼자서만 해야 하는가? 전혀 그렇지 않다. 오히려 혼자이기 때문에 이웃과 지역과 함께 해야 한다. 혼자 할 수도 없고 별 의미도 없기 때문이다. 이것을 깨달은 1인 활동가의 무대는 지역을 넘어 해외까지도 가능하며 활동 분야도 다양하며 내용과 방법은 창의적이다. 세 번에 걸쳐 참가했던 더체인지의 ‘모떠꿈’ 워크숍은 네트워킹을 통해 활동가의 성장을 돕는 좋은 프로그램이었다. 자신이 원하는 활동 목적과 방식에 따라서 자유롭게 사람과 지역, 사업을 선택하여 관계를 맺고 함께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끝나면 그냥 끝난 것이다. 동강에서 1인 활동가로 살아가기 중에서

김영주씨는 조직보다는 ‘네트워크의 상호의존성’을 믿는다고 했다. 그리고 혼자 있지만 절대 혼자 일할 수 없기 때문에 내가 살고 있는 지역의 이웃들과 함께 해야 한다고 했다. 이런 조건을 일반화시킬 수는 없지만 1인 활동가로서 ‘네트워크의 중요성을 이해하고 상호의존성을 믿는다’는 것은 주목할만 하다. 여기서 우리는 향후 활동가들에게 필요한 전문성과 역량은 무엇인지 예상해볼 수 있다. 김영주씨가 이야기한 ‘네트워크의 중요성과 상호의존성에 대한 이해와 믿음’이 꼭 1인 활동가에만 해당되는 것이 아니라 조직 활동가에게서도 점점 중요해지는 일이기 때문이다. 15년 전, 처음 조직에서 일을 시작했을 때 운동 의제와 관련해 전문성을 가지고 있는 교수나 관심 있는 회원에 관한 네트워크는 모두 선배 활동가들이 가지고 있었다. 그 선배들의 네트워크는 대부분 학생 운동과 노동 운동을 거치면서 형성된 운동권 네트워크였다. 나에게는 그런 네트워크가 전혀 존재하지 않았다. 있다 하더라도 대부분 나와 마찬가지로 20대 중후반의 사회초년생들 뿐이었다. 때문에 모든 인적 네트워크는 선배들에게 의존할 수밖에 없었다. 당연했다. 하지만 만약 지금이라면 달랐을 것이다. 지금은 운동권 네트워크가 아니라 인터넷 공간의 네트워크를 통해 특정 주제에 관심있는 수 많은 전문가, 시민들과 관계를 맺을 수 있다. 한번 인연을 맺은 사람이라면 지속적으로 온라인 공간에서 교류하면서 이야기를 나눌 수 있다. 굳이 선배들의 인적 네트워크에 의존하지 않고서도 충분히 그들과 만나고 이야기하고 함께 하자고 제안을 할 수 있다. 이건 단순히 활동가 개인의 스타일이나 역량의 문제가 아니라 활동가가 만나야할 네트워크의 범위와 사람들과 연결되고 교류하는 방식이 과거와 달라지고 있다는 점을 시사하고 있다.  활동가가 처한 환경과 방식이 달라졌다. 활동가의 정책 전문성에만 관심을 갖지 말고 조직 운영의 전문성에 대해서도 충분히 관심이 필요한 시기이다.

[각주 플랜B] 시민운동플랜B를 통해서 알게된 것들<시민운동플랜B>에 1년 6개월 동안 올라온 50여개 정도의 글을 보고 생각난 것들을 정리해봤습니다. 그 내용을 <풀뿌리자치연구소 이음>의 학습공유회 [우리 이대로 괜찮은걸까?]에서 발표를 한 적이 있습니다. 그 내용을 다시 재정리하여 나눠서 게재하려고 합니다. 그동안 플랜B에 올라왔던 글들 속에는 지금 시민운동에 대해 토론해볼만한 내용들이 고스란히 담겨 있었습니다. 그 글들을 인용하면서 떠올랐던 생각들을 정리했기 때문에 제목은 [각주플랜B]로 하려고 합니다. 

답글 남기기

아래 항목을 채우거나 오른쪽 아이콘 중 하나를 클릭하여 로그 인 하세요:

WordPress.com 로고

WordPress.com의 계정을 사용하여 댓글을 남깁니다. 로그아웃 /  변경 )

Google photo

Google의 계정을 사용하여 댓글을 남깁니다. 로그아웃 /  변경 )

Twitter 사진

Twitter의 계정을 사용하여 댓글을 남깁니다. 로그아웃 /  변경 )

Facebook 사진

Facebook의 계정을 사용하여 댓글을 남깁니다. 로그아웃 /  변경 )

%s에 연결하는 중

Create a website or blog at WordPress.com

위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