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각주플랜B] ⑦근무환경, 공유공간, 지원조직의 필요성

현재 운동조직이 직면하고 있는 문제들이 무엇인지를 <시민운동플랜B>의 글에 드러난 이슈들을 중심으로 살펴봤다. 의사결정의 문제, 활동가 정체성의 문제, 조직 문화의 문제, 기술을 대하는 태도의 문제, 세대의 차이까지. 모든 게 변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런데 변하지 않는 것이 있다. 바로 조직이다. 사람들은 계속 바뀌고 외부 환경도 변하는데 조직은 마치 오래된 경험만을 고집스럽게 간직하고 있는 어른들처럼 변하지 않는다. 새로운 시도들이 그 오래된 경험에 짓눌린다.

나는 단체들의 참여구조나 운동방향을 근본적으로 되짚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10년이 지난 지금 시민단체들의 내/외부 구조나 방향이 얼마나 달라졌는지 살펴보면, 별로 달라진 것이 없다. 변화는 있을 수 있으나 체감할 수가 없다. 큰 시민단체들이 언론을 대상으로 활동하는 경향도 바뀌지 않았고. 그들이 다른 작은 단체의 활동을 ‘등 단체’로 만들어버리는 경향도 여전하다. 자기 영역을 전문화한다는 빌미로 자기 영역에 갇히는 현상도 여전하다.  __ 시민사회없이 시민운동이 성장할 수 있을까? 중에서

모든 운동조직에 적용될 수 있는 해결책은 없다.  사명과 비전, 가치, 사업들이 다른 만큼 다양한 운동조직의 형태가 존재하기 때문이다. 그러면 무엇부터 시작할 수 있을까? 난 일하는 방식과 사무실을 중심으로 한 근무환경을 바꾸는 것에서부터 시작하는 것을 제안하고 싶다. 일하는 방식과 소통 방식을 변화시켜줄 수 있는 계기, 근무환경의 변화 – 주 4일제는 어떨까? 근자씨 1호가 말했던 것처럼, “진보적인 근무체계를 만들고 그걸 사회로 알림으로써 파장을 일으킬 수 있게 노동환경이나 근무조건 등의 도전을 계속 해야 할” 필요가 있다. 일상적으로 사람과 정보를 연결했던 것을 넘어 이제 사람과 사람을 연결하는 도구가 된 인터넷과 스마트폰 덕분에 주 5일제는 사실상 주 5일제가 아니게 되었다. 사무실이 아닌 곳에서도 인터넷과 스마트폰 덕분에(?) 일은 지속된다.
시골빵집1
영국보건학회의 존 애스턴 회장은 가디언지와의 인터뷰에서, 근무시간을 줄이면 노동자의 신체적/정신적 건강을 증진시키고 실업문제도 해소할 수 있다고 했고, 영국 정부는 아이를 돌보는 노동자에게만 시행하던 유연근무제를 전 노동자에게 확대하는 정책을 시행중이다. <시골빵집에서 자본론을 굽다>라는 책에는 주 4일을 일하고, 1년에 한 달 장기휴가를 떠나는 일본의 한 작은 빵집 이야기가 나온다. 일본 오이타현 구니사키시의 한 회사는 금/토/일을 쉬는 주4일제를 시행하면서 직원 만족도도 높아지고 매출도 10% 이상 증가했다. 이곳의 사장은 “지금까지 5일 동안 했던 일이 마음만 먹으면 4일 만에 가능하다는 사실이 확실해 졌습니다”라고 인터뷰에서 밝히고 있다. 주4일제를 실시해보자는 제안이 단순히 근무시간을 단축만을 염두해두는 것은 아니다. 근무환경의 변화를 통해 운동조직의 문화를 바꿔보자는 것이다. 주 4일제로 사무실에 함께 앉아 근무하는 시간이 더 줄어들게 되었을 때, 우리는 효과적으로 소통하기 위한 방법을 고민해야 하고, 활동가의 자율성을 최대한 보장해주면서 일에 대한 책임감을 갖도록 하는 방법을 찾아야 하며, 눈에 보이지 않는 여러 소통과 조직화 활동을 인정해주어야 한다. 혹시 일에 차질이 생기지 않을까 걱정할 수도 있지만 이미 주4일제를 시행하고 있는 투명사회를 위한 정보공개센터 정진임 사무국장은 <주 3일제 해도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아요>라는 글에서 오히려 “남는 시간을 이용해 책을 읽거나 공연이나 전시를 보는 등 문화생활을 하기도 하고, 교육을 듣기도 하면서 예전이었다면 생각하지 않았던 것들을 활동에 접목시키는 일도 생겼다.”며 단체에도 별 일 없고, 활동에도 별 이상 없고, 오히려 더 나아졌다고 했다. 운동조직의 활동가가 하는 일이 단순반복적인 일이 아니라 충분히 창의적이면서 혁신적인 일이기를 바라고, 내외부의 사람들과 끊임없이 소통해야 하는 일이라면 사무실 근무시간을 굳이 고집할 필요는 없다. 의도적으로라도 주 4일제 근무환경을 전제로 우리가 일하는 방식, 소통하는 방식을 하나씩 변화시키는 계기가 되었으면 좋겠다. 독립된 단체 사무실을 유지하는 대신공간을 개방하고 공유하고 함께 운영하자.  이미 몇 해 전부터 쉐어 오피스, 코업 공간, 공유 공간 등의 이름으로 공간을 함께 공유해서 쓰고 그곳에서 만나는 사람들과 서로 협력하는 모델이 퍼져나가고 있다. 이 일은 주로 벤처기업이나 프리랜서, 예술가, 사회적 기업 등을 준비하는 사람들이 많이 이용하고 있다. 운동조직도 단체가 독자적으로 힘겹게 사무실을 유지하는 대신 여러단체(오히려 활동분야가 다른), 활동가, 시민들이 함께 사회적 의제를 공유하는 공간을 유지/운영해보기를 제안한다. 공유 공간을 제안하는 이유는 단순하다. 우선 운동조직이 처한 재정 상황이 모두 만만치 않다. 인건비를 제외하더라도 임대료를 포함하여 사무실을 유지하는데 드는 제반 비용을 한 단체가 온전히 감당하기는 버거운게 현실이다. 단체 사무실을 유지하는데 들어가는 고정 비용을 줄여보자는데 현실적인 이유가 있다. 다음으로는 그 공유공간이 주 4일제와 마찬가지로 활동가의 근무환경을 바꾸고 조직문화를 바꾸는데 역할을 할 수 있기 때문이다. 운동조직과 비교할 수는 없겠지만, 몇몇 기업들은 직원들의 동선에 맞춰서 자연스럽게 모일 수 있는 곳에 스탠딩 테이블과 음료, 메모, 필기구 등을 구비해놓음으로써 회의시간을 줄이고 언제든지 직원들이 편하게 대화하면서 사업에 대해 의논할 수 있도록 근무 환경을 바꾸었다. 퇴근 시간에 맞춰 소등을 해버리는 기업도 있고, 아예 퇴근시간이 되면 책상을 위로 올려버리고 사무실을 텅 비도록 사무실 구조를 바꾼 기업도 있다. 이런 기업들이 기대하는 바는 근무시간의 단축이나 직원들의 휴식 그 자체가 아니다. 일하는 공간과 근무 환경을 바꿔서 소통을 촉진시키고, 조직 문화를 바꿔서 생산성을 높일 수 있다고 보기 때문이다. 우리가 주목해야 할 것은 단순히 사무실을 공유하는 것을 넘어서 새로운 근무환경을 조성하고, 그에 맞춰 보다 창의적이고 자유로운 조직문화를 만들어가고, 다양한 분야의 단체, 개인들과 교류하고 협력하면서 사회 변화를 이끌어낼 수 있는 새로운 에너지들을 만들어내자는데 있다.
원래 노동운동단체의 사무실었는데 노동운동이 지역과 시민속으로 들어가는 것이 중요하다는 고민과 토론속에서 사무실 공간을 지역주민들과 더 많은 시민들에게 개방.공유하고 새로운 운동적 실험을 위해 만든 카페봄봄 (사진출처 : http://kibounotane.org/?p=3785)
마지막으로 공간을 공유하는 것 뿐만 아니라 서로 공유할만한 자원들을 함께 조직화할 필요가 있다. 그 공유자원에는 물론 사람도 포함된다. 조직이 추구하는 사명과 비전, 핵심적인 가치를 실현하는데 필요한 사업적인 부분을 제외하고, 그러한 일들을 지원하는데 필요한 여러 자원들을 공유하는 것이다.
기본적으로는 공간, 사무비품, 책상, 의자, 복사기, 회의실, 편의시설, 인터넷전용선 등을 공유하고, 홈페이지 관리에서부터 인터넷 전략과 캠페인에 대해 적절한 조언을 해줄 사람을 공유한다. 회계나 회원관리, 사무관리 등 충분히 공유해도 괜찮을만한 것들은 모두 공유하면서 조직의 사명, 비전, 가치와 관련된 핵심 사업들은 독립성을 유지해나가는 것이다. 그리고 단체들의 핵심 사업과 관련해서는 각 단체들이 가지고 있는 장점들을 결합해서 이름뿐인 연대가 아니라 보다 효과적이고 실질적인 연대를 해나가면 어떨까? 물론 그 공유 공간은 열린 공간으로 운동조직의 활동가들뿐만 아니라 해당 의제에 관심 있는 시민활동가들이 자유롭게 드나들면서 서로 협력하는 곳이라면 더 좋다. 정치의제공유공간OOO, 경제의제공유공간OOO, 복지의제공유공간OOO 등등의 식으로 말이다. 시민활동가, 독립활동가들을 위한 지원조직을 구상하자. 최근 서울 지역만 봐도 서울시의 지원을 받는 중간지원조직들이 많아지면서 여러 단체를 대상으로 한 지원사업과 활동가 교육프로그램들을 선보이고 있다. 하지만 뭔가 허전하다. 여전히 재정은 지방자치단체에서 나오고 있고, 단체장이 누구냐에 따라 이후 상황은 불확실하기 때문이다. 지원 사업도 여전히 조직 중심적이고, 운동조직의 활동가 중심적이다. 그렇다면 앞선 글에서 언급한대로 운동조직에 몸담고 있지는 않지만 현재 독립적으로 활동하고 있는, 혹은 그러기를 희망하는 시민활동가들은 어떻게 할까? 혼자서 알아서 하면 될까? 그들의 역량과 에너지들을 굳이 한 곳으로 모아낼 필요는 없겠지만, 그들의 활동이 우리 사회에 긍정적 영향을 미칠 수 있도록 사람과 사람을 연결하고, 사람과 자원을 연결해주는 곳이 필요한 시점이다. 그것이 곧 새로운 풀뿌리운동 세력을, 새로운 시대의 활동가들을 서로 키워주고 연결시켜주는 일이라고 믿는다.  __ <각주플랜B 끝>

<시민운동플랜B>에 1년 6개월 동안 올라온 50여개 정도의 글을 보고 생각난 것들을 정리해봤습니다. 그 내용을  <풀뿌리자치연구소 이음>의 학습공유회 [우리 이대로 괜찮은걸까?]에서 발표를 한 적이 있습니다. 그 내용을 다시 재정리하여 나눠서 게재하려고 합니다. 그동안 플랜B에 올라왔던 글들 속에는 지금 시민운동에 대해 토론해볼만한 내용들이 고스란히 담겨 있었습니다. 그 글들을 인용하면서 떠올랐던 생각들을 정리했기 때문에 제목은 [각주플랜B]로 하려고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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