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원작과 결말이 다르고, 그래서 실망이라는 평도 많지만 호평도 꽤 있었던 영화. 삶에 대한 의욕과 미래에 대한 희망도 없는 도시, 그곳엔 자살을 도와주는 가게가 있다. 목줄, 면도칼, 독약 등 자살에 필요한 모든 것을 팔고 서비스하는 가게, 심지어 자살용품을 배달도 해준다. 3대째 이어져오고 있는 자살가게는 성황이다. 그런데 가게 주인에게 태어난 셋째 아이는 활달하고 웃음이 많고 매사에 긍정적이다. 그 아이로 인해서 생겨난 변화를 그린 영화다.
암울한 도시의 풍경, 사람들의 불안과 절망, 외로움이 자살가게를 중심으로 잘 드러난다. 화면은 우울하지만 그런 화면 속에 등장하는 사람들의 대화와 행동 속에서는 B급의 냄새가, 키치적 감수성이 잘 묻어나있다. 하지만 중반 이후부터 자연스럽지 못한 상태에서 확 분위기가 전환되는데서는 약간 당혹스럽기도 한 영화. 너무 교훈적으로 처리하려고 한 느낌도 들고. 그래도 그림 자체는 너무나 훌륭.
인상깊었던 부분 몇가지만.
- 파리의 거리, 공공장소에서 자살을 하면 벌금을 내야 한다. 죽었는데 벌금이 무슨 소용이냐고? 가족들에게 부과된다. 혹시나 자살을 시도하다가 몸만 상하고 실패하면? 당연히 벌금이 부과된다. 거리에서 자살하자 마자 경찰차가 온다. 그리고 죽은 자의 입에, 죽은 자의 손에 벌금딱지를 붙이고 가버린다. 그 모습을 보고 있자면 도시의 매정함같은 것이 느껴진다. 표정변화없는 경찰들.
- 뮤지컬적 요소들도 꽤 있다. 자살을 생각하는 사람들이 부르는 노래, 자살가게 주인이 부르는 노래, 자살을 막아보려고 나름 거대한 프로젝트를 준비중인 아이들이 부르는 노래 등등. 자살가게에서 독약을 하나 사서 자신의 집으로 향하면서 부르는 노래 “힘겨운 인생 계단도 이제 그만, 두려움도 죄책감도 이제 그만…”
- 자살가게 주인이 부르는 노래에는 이런 가사가 있다. “실패한 삶을 사셨습니까? 죽음만큼은 성공시켜드리죠”
- 자살가게 주인도 나름 괴로움이 있다. 사람의 죽음을 도와주는 사람의 마음이 편하지는 않을테니. 그의 대사 중에 이런 말이 나온다. 가게라면 단골도 있고 해야 즐거운데 이 자살가게에는 단골이 없다. 단골이 많다는건 자살가게의 존재 이유가 없는 것일테니. “자살가게의 단골손님”이라는 모티브로 뭔가 만들어봐도 좋겠다는 생각이 문든 들었다.
- 자살가게 주인 딸의 생일날, 축하(?)해야 할 자리에서 던져진 말, “살아갈 날이 1년 줄었잖아”….
결론은 좀 생뚱맞다. 셋째 아들의 엉뚱한 프로젝트로 가게 주인이 뭔가를 깨닫게 되고, 결정적으로 딸에게 사랑이 찾아오고 둘은 결혼을 하고 싶어 한다. 자살가게는 식당으로 변신한다. 자살할 도구를 사러 가게에 들렀다가 가게의 딸에 반한 한 청년의 말, “사랑만 하기에도 부족한 인생” 결국엔 사랑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