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이후 사회에 대한 생각을 담아내는 공론장

박근혜는 물러나야 한다. 시간이 문제일 뿐 결국 언젠가는 물러날 것이다. (1년을 기다려야 할지도 모르겠다.) 그럼 박근혜 이후의 사회는 괜찮을까? 진정 지금과는 다른 사회가 우리를 기다리고 있을까? 글쎄. 과연…… 이런 저런 생각을 하다가 지금은 이런 것도 필요하지 않을까 싶은 생각에 노트에 끄적여봤다. 박근혜 이후 사회에 대한 생각을 담아내는 열린공론장. (누구든지 만들면 된다.)

1.
결집된 힘을 보여줘야 할 때가 있다. 지금이 그 타이밍이다. 아마도 12일에 결집된 규모의 정점을 찍을 것 같다. 그런데 규모를 계속 키워가는 것은 쉽지 않다. 2008년, 촛불집회 때처럼 모든 역량이 결집된 집회가 끝나고, 규모가 축소되는 순간부터 일상의 힘도 따라 축소되고, 기득권들의 반격도 그때부터 시작되더라.

2.
한 장소에 수많은 사람들이 모여 집결된 힘을 보여줌과 동시에 분산되어 있지만 아주 넓게 연결된 일상의 힘, 연결된 생각의 힘, 연결된 지혜의 힘, 연결된 의사결정의 힘을 조금씩 키워나가는건 어떨까? 출발은 사람들끼리 언제 어디서나 둘러앉아서 대화를 시작하는 것이다. 그런 작지만 열린 모임들을 누구든지 시작하는 것이다. 그렇다면 한 곳에 모이지 않은 상태에서 분산되어 있지만 연결되어 있는 힘을 어떻게 보여줄까? 그리고 그 힘을 어떻게 함께 공유할까?

3.
공개하고, 공유하고, 참여하면서 서로 확인하는 것이 중요하다. 그런 열린 대화모임들이 전국 각지에서 때와 장소를 가리지 않고 진행되고 있음을 서로 알게 해주는 것, 그리고 그 행위가 꽤 의미 있는 흐름으로 함께 나아가고 있음을 서로 인정해주는 것이 필요하다. 사회 변화를 만들어내는 인식 공유의 3단계, “모두가 알고 있음을 모두가 알고 있다는 사실을 모두가 아는 단계”처럼 ‘내가 있는 곳에서 생겨난 열린 대화모임이 진행되고 있음을 서로 알고 있다는 사실을 서로가 아는 단계’까지 가볼 필요가 있다. 그래야 진짜 열린 공론장이 될 수 있다. 열린공론장을 만드는 것은 다른 말로 하면 전국민이 참여하는 거대한 의사결정과정을 설계하는 것이다.

4.
누가 요구하지 않더라도, 누구든지 박근혜 이후의 새로운 세상의 모습에 대해 이야기할 수 있는 열린 대화모임이 개방된 공간 곳곳에서 만들어지면 좋겠다. 매일매일 그곳에서는 참가자들이 스스로 제안한 주제의 대화와 토론 테이블이 만들어진다. 아무런 준비 없이 와도 참여하고 싶은 수다, 대화, 토론, 워크숍, 간담회, 집담회, 강연들이 곳곳에서 진행되고 있으니 마음에 드는 주제를 골라 참여하면 된다. 그리고 그 안에서 이야기한 내용들을 온라인으로 하나하나씩 공유해나간다. 이럴 때 나무위키같은 방식의 정책플랫폼이 있으면 좋으련만.

5.
서울의 광화문광장이나 광화문광장, 날씨가 추우니(거대한 텐트라도 칠 수 있으면 좋겠는데) 각 광역권별로 사람들이 쉽게 접근할 수 있는 곳에 오프라인 공론장을 하나씩 만들어보면 어떨까. 조직이나 단체, 공간 운영자라면 그런 환경을 제공하고, 주제별 대화/토론의 기획과 참여는 자발성에 맡긴다. 그 공간에는 시간과 공간을 구분해놓은 현황판과 포스티잇, 필기도구, 기록지 등이 있으면 된다. 현황판은 온라인과 연계한다. 규모가 있는 조직이라면 프로그램을 다 짜놓고 사람들에게 참여하라고 하는 것이 아니라 현황판의 빈 공간이 참가자들에 의해 채워질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주는 일에 주력한다.

6.
특정 공간을 넘어 전국으로! 만약 지역에 그런 공간이 없다면? 이 공론장의 대화/토론 현황판을 전국지도 위에 펼쳐놓으면 된다. 열린 공론장은 집, 카페, 술집, 회의실, 강당, 거리, 어느 곳이든 가능하다. 시간대도 내가 선택하면 되고, 주제도 내가 정하면 된다. 내 가까운 지인들과 이야기를 나누면 되고, 공개모집을 해도 된다. 그런 모임이 있다는 사실을 서로 공유하는 것이 중요하다.

7.
이런게 왜 필요하냐면…. 박근혜를 포함한 비선, 재벌, 새누리당, 기득권들끼리의 의사결정이 매우 잘못되었음을 확인하는 과정이 있어야 한다. 더 나아가 박근혜 이후 사회에 대해 제도 정치권들만의 협상으로 결정되는 것을 거부해야 한다. 지금은 거대한 국민적 의사결정과정을 만들어낼 필요가 있다. 아주 작은 열린 모임들을 서로 연결하고 진행상황을 공유하고, 대화/토론 내용을 정리/공유하면 그것이 곧 거대한 열린공론장이다.

8.
아주 촘촘한 지혜의 네트워크, 새로운 세상을 꿈꾸는 사람들의 연대, 새로운 사회운영체제에 관한 매뉴얼 등이 이 과정에서 만들어질 수 있었으면 좋겠다. 그렇게 해서 나온 여러가지 지혜들은 우리 모두의 것이다. 중앙은 없다. 내가 서있는 곳이 세상의 중앙이지 뭐.

9.
마지막으로 이런 과정에 적극 참여하고, 환경을 지원하고, 이 거대한 국민적 의사결정과정의 공론장 속에 나온 이야기들을 제대로 듣고 채택한 사람이 새로운 권력을 차지하기를 바란다. 그리고 권력 의지가 있는 사람들은 새로운 판 위에서 새로운 방식으로 경쟁하기를 바란다. 우리는 그런 권력을 함께 만들어갈 자격이 있는 시민이다.

“모든 권력은 국민으로부터 나온다.”는 “어떤 사회를 만들 것인지에 대한 의사결정은 국민이 한다”와 같은 의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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