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년 전의 편지

7년 전에 이런 메일을 내가 보냈나보다. 친구가 메일함을 정리하다가 발견했다고 보내줬다. 당시 무슨 일이 있었던건지 구체적으로는 기억나지 않지만, 4명이 일을 도모하기로 했고 여러 사람들을 만나왔는데, 만나는 사람과 결합하는 사람이 늘어날수록 정체성의 혼란이 가중되는 상황이었던 것 같다. 뭔가 정리를 좀 해보자고 메일을 보냈겠지.

지금 네 사람은 각자의 일로 흩어져 있지만 하고자 했던 일들은 여전히 진행형이다. 7년 전에 ‘공간’과 ‘미디어’를 도구로 삼아서 사람들을 ‘연결’해서 사회에 어떤 울림을 주려고 했었는데 쉽진 않았다. 아무리 좋은 취지의 일이라도 적절한 시간, 사람, 역량이 결합되어야 실현 가능하다. 그래도 지금 읽어보니 그 미션이 내 머리 속에서 사라지지는 않은 듯. 지금 시점에 맞게 업데이트해야.


아침에 출근해서 몇자 적어봅니다.

#.
회의라고 하는 것이 그 자리에서의 맥락을 봐야 하는데 결과만 놓고 보면 분위기 파악이 쉽지는 않는거 같아요. 화요일 저녁에 OOO과 OOO로부터 전해들은 것만 놓고 봤을때 지금은 정리가 필요한 시점인거 같습니다.

서로 얼굴을 보지 않은 상태에서 공감대를 만들어간다는게 참 쉽지는 않습니다. 그러나 이 상황을 정리해내는 것 – 사람들에게 될 수 있다는 희망, 해보자는 의지 등 – 도 결국은 우리의 몫일테니까요. 모두가 전념할 수 있는 3월이 되면 상황이 좀 달라지겠지만 그 전에 온라인에서라도 이야기를 좀 많이 건넬 필요가 있을 듯 해요.

몇 달 전에 이야기를 나누었던 사람, 최근에 결합한 사람에 따라 다를테고, 누구로부터 이야기를 듣느냐에 따라 다를 것입니다. 자신이 이 조직에서 차지하는 위치, 하고자 하는 역할에 따라 각자 생각하는 바가 다르죠. 자연스러운 현상임을 인정하는 것이 일단 필요할 것 같고. 그 상태에서 서로간의 마음을 묶어내는 것은 결국 다시 이야기하지만 저희 네 사람의 몫일 수밖에 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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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국 조직의 정체성에 관한 이야기이고, 조직의 비전에 관한 이야기이고, 조직의 문화에 관한 이야기일 것 같습니다. 표현은 조금 다를 수 있지만 이건 일단 저희들은 공감대가 있는것이지요? 우리 서로 확인하는 차원에서 정리를 해보자면.

최근에 풀뿌리자치연구소 이음에서 낸 책 이름이 “모이고 떠들고 꿈꾸다 – 풀뿌리에서 시작하는 좋은 정치”입니다. 사람이 모여서 대화를 나누다 보면 가치 있는 일이 만들어지게 된다는 것을 저는 이상적으로, 경험적으로 믿고 있습니다. 그리고 지금 그게 아니면 세상에서 뭘 할 수 있겠어요? 똑똑한 사람들이 만들어낸 보고서 한 장으로, 이슈파이팅 한 번으로, 캠페인 한 번으로 세상을 바꿀 수 있는 시대가 아닙니다. 결국은 다시 사람으로 돌아가자는 겁니다. 다른 말로 하면 사람들이 있는 현장으로 들어가자는 겁니다.

저는 우리가 하고자 하는 일이 어쩌면 풀뿌리운동 차원에서 작은 지역에서 이루어졌던 일들을 사회 전체적으로 확장해보자는 것이라고도 생각합니다. 사람을 모이게 하고, 그 사람들이 서로 배우고, 느끼고, 이야기를 나누게 하고, 그렇게 하여 꿈을 가지게 하고, 일을 도모하게 하고…. 이런 과정을 거치면서 나오는 것이 곧 대안이고, 운동이고, 새로운 세력이 될거라는 믿음을 가지고 있습니다.

즉, 우리가 만들고자 하는 조직은 “대안(혹은 의제, 변화, 혁신)에 관한 연결망을 만드는 조직”인거죠. 그리고 우리는 “연결망을 만드는 일을 도와주는 사람”인거구요. 우리는 도움을 주는 도구로서 “공간”과 “미디어”를 생각한 겁니다. 때문에 우리 네 사람의 역할은 “사람들이 변화를 위한 연결망을 만드는 일을 어떻게 도와줄 것이냐?”로 귀결될 수 있습니다.

누구는 “혁신적인 공간의 운영”을 통해서 도와주고, 누구는 “미디어 플랫폼 운영”을 통해서 도와주고, 누구는 “프로그램의 기획과 코디”를 통해서 도와주고, 누구는 “이 세 가지가 정말 유기적으로 결합되어 힘을 발휘할 수 있는 내외부간의 통합솔루션”을 만들어내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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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는 그동안 나머지 세 분이 나누었던 이야기가 결국은 이런거라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이 점에 서로간에 공감대가 있다면 중심을 잡고 갔으면 좋겠습니다. 새로운 사람들이 오고 가면서 혼란이 있는 것은 당연한 것이지만 그게 우리의 중심을 흔드는 혼란이 되어서는 안될 것 같습니다. 혼란스러워 하는 사람들의 중심을 잡아주는 것도 결국은 우리의 역할인 셈이구요. 이 중심이 흔들리지 않아야 한다는 점을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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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는 사실 구체적인 사업 이야기는 3월부터 해도 충분하다고 생각했는데, 이 일에 결합한 여러 사람들이 구체적인 것을 보지 못해서 혼란스러워하는거 같으니 좀 빨리 이야기를 꺼내야 할 필요가 있을 것 같습니다. 시작해보도록 하죠. 아직 아무도 상근하지 않고, 각자 다른 일을 하면서 이 정도 왔으면 많이 온거라고 생각해요. 그리고 아무 것도 없는데 이 비전을 믿고 뛰어든 사람이 네 사람이나 있는데 그럼 일단 된거죠.

나중에 각자의 역할에 대해 함께 이야기하고 조정할 필요가 있겠지만 일단은 너무 고정하지 말고 이런 큰 틀에서 각자의 역할을 만들어갈 필요가 있을 것 같습니다. 그리고 우리 네 사람도 최소한 한가지 분야는 코디네이션한다는 마음도 가지고 일도 만들어보면 좋겠습니다. 도움을 주기 위해서는 스스로도 그 도움을 받는 사람의 위치에 있어봐야 하는 거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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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부터 다소 뜬금없지만 이 메일은 결국 이 모든 것들이 우리 네 사람의 몫이고, 여러 다양한 이야기들이 오고가는 것은 좋지만 중심을 잡아야 할 시점이라는 생각이 들어서 서로 확인하자는 차원에서 쓴거구요. 더불어 제 생각도 정리하고…… 화이팅.

2010.1.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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