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영리 시민사회단체, 중간지원조직, 사회적경제 기관에서 일하는 사람들의 마음에 생채기가 생기고 있다는 이야기를 자주 듣는다. 아무리 사소한 상처일지라도 반복되면 큰 병이 된다.
가장 많이 듣는 이야기 중 하나. 일은 많은데 이곳에서 성장할 기회라는 게 있는지 모르겠다는 말이다. 이 조직에 있어야 할 이유, 즉 동기부여가 전혀 되지 않는다고 한다. 그렇다고 매달 통장에 들어오는 월급이나 받고 다니자고 마음 먹기엔 턱없이 적은 돈.
아래의 실험을 한 번 생각해볼 필요가 있을 것 같다.

미국의 교육심리학자 ‘벤자민 블룸(Benjamin S. Bloom)’은 맨 처음 재능을 계발하도록 유도하는 것은 ‘동기’라고 했다. 유명 피아니스트와 테니스 선수 뒤에는 처음 만난 스승들이 큰 영향을 미쳤는데 그들은 흥미를 느끼게 하고 열심히 하도록 동기를 부여하는데 꽤 괜찮은 능력이 있었다는 사실을 다수의 인터뷰를 통해 밝혀낸 것이다.
이는 하버드대학 심리학자 ‘로버트 로젠탈(Robert Rosenthal)’이 1964년 한 초등학교에서 진행한 실험에서도 발견된 결과이다.
초등학생들을 대상으로 지능검사를 한 로젠탈 연구팀은 검사 후 교사에게 학생 일부의 명단을 전달했다. 그리고 이 학생들은 특별히 지능이 높으므로 성적이 오를 가능성이 크다고 했다. 실제로 1년쯤 후 그 학생들의 성적은 향상되었다.
하지만 그 명단에 적힌 학생들은 지능검사에 따른 결과가 아닌 그냥 무작위로 선정되었을 뿐이었다. 학생들의 지능이 높을 것이라는 교사의 기대가 실제로도 성적 향상으로 이어지게 했다는 것이다. 잠재력이 있고 지능이 높다고 믿은 교사들은 그 학생들에게 더 관심을 기울이고 더 자신감을 갖게 했다. 학생들은 그런 교사의 미묘한 기대를 빠르게 파악해냈다.
이제 막 비영리 시민사회단체에서, 중간지원조직에서, 사회적경제 영역에서 일을 시작한 사람들에게 역량 강화를 위한 교육에 집중하느라 혹시 놓치고 있는 것은 없는걸까? 우리는 사람의 재능을 찾고, 그 재능을 교육과 일을 통한 수련을 통해서 향상시켜보겠다는 유혹이 아닌 동기 부여에 얼마나 관심을 기울이고 있을까? 지금처럼 일하는 사람들의 불만이 계속 누적되고 있는 상황에서는 긍정적인 피드백, 믿음, 상호간의 신뢰, 기대하는게 있다는 신호 등이 무엇보다 중요할 것 같은데 말이다.
사람이 떠나는 이유는 동기 부여가 되지 않아서일텐데 지금은 너무 역량을 키워주는 것에만 집중하고 있다는 느낌이 든다. 사실 개인적으로 별 생각없이 써왔던 역량 강화라는 말에 대해서도 다른 시선에서 살펴봐야 할 것 같다. (참고로 이 실험 사례는 애덤 그랜트가 쓰고 생각연구소에 출판한 ‘기부앤테이크’라는 책에 나온 이야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