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여기획(3) 참가자가 아니라 시민이 기획자가 되게하는 기획

인적 네트워크 중심으로 진행해왔던 소규모 씽크카페@대화모임을 널리 알릴 계기가 필요했다. 이럴 때는 규모가 큰 행사는 좋은 계기가 될 수 있다. 행사의 규모가 크면 사람들에게 회자될 가능성이 커지고 주목도가 높아진다. 기획자 중심의 소규모 인적 네트워크를 기반으로 진행했던 대화모임에 사회적 의미를 부여해주는 일이기도 하다.

이런 계기로 기획한 “씽크카페컨퍼런스@대화”는 소규모 대화모임에서 다룬 주제에 앞으로 지속적으로 대화모임을 진행하면 좋을만한 주제 15가지를 더해서 200명이 집단대화를 하는 행사였다. 이전 조직운동의 기준으로 보면 시민사회단체 내부에 있었던 사회복지위원회, 재벌개혁위원회 등 각종 정책위원회를 좀 더 세분화해서 시민들의 대화모임으로 발전시키기 위한 목적도 있었다.

2011년의 이 행사는 네 사람의 연사(신영복, 김여진, 박웅현, 조국)의 발표를 500명의 청중이 듣고, 그 중에서 200명이 따로 모여서 집단대화를 하는 방식의 컨퍼런스였다. 청중 500명 중 대화 참가자 200명을 따로 모집했는데 예상외로 집단대화 섹션까지 신청한 사람이 많았고 먼저 마감되었다. 이는 시민들이 온라인에서 뿐만 아니라 오프라인 공간에서도 스스로 주체가 되는 기획을 원한다는 사실을 깨닫게 된 계기가 되었다.

씽크카페컨퍼런스@대화 2부 대확섹션의 20가지 오픈테이블

씽크카페컨퍼런스@대화 후에 아쉬웠던 점은 대화 내용을 정리한 후 정책 과제로 만들어서 실제 정책을 입안하거나 실행하는 기관이나 단체, 정치권에 전달하지 못했다는 점이다. 이 컨퍼런스를 계기로 대화를 촉진하는 사람 뿐만 아니라 대화의 내용을 잘 기록하고 정리하는 사람도 필요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또 각 대화모임 주제별로 관련 단체를 연결시켜주거나 대화모임에서 만난 사람들이 지속적으로 모여서 이야기나눌 수 있게 도와주는 커뮤니티 전략도 필요했지만 실행하지는 못했다.

참가자가 아니라 시민이 기획자가 되게하는 기획이 필요하다
오픈컨퍼런스의 시작

“씽크카페컨퍼런스@대화”를 진행한 후 지역에서도 이와 비슷한 행사를 해보자는 제안이 많았다. 그러나 그걸 <더 체인지>가 다 할 수는 없었다. 그래서 어떻게 하면 이와 같은 대화모임을 <더체인지>가 주최하지 않더라도 누구든지 기획할 수 있고 특정한 지역과 특정한 날에만 개최하는 것이 아니라 공간과 시간의 경계를 허물고 전국화할 수 없을까를 고민했다.

이 때 떠올린 것이 <바 캠프> 방식의 언컨퍼런스였다. <바 캠프> 참가자들은 모두 본인이 이야기할 내용, 대화하고 싶은 주제, 발표할 자료 등을 사전에 준비해온다. <바 캠프>가 열리는 날, 행사장에 온 참가자들이 하는 첫번째 일은 시간과 공간이 구분된 스케쥴표에 포스트잇으로 스스로 주관하고 싶은 대화모임이나 발표모임의 주제를 적는 것이다.

바캠프의 참가자들이 만든 스케쥴표

스케줄표가 모두 꽉 채워진 후, 참가자들은 자발적으로 본인이 참가하고 싶은 대화 및 발표모임이 열리는 공간에 찾아가서 듣고 이야기를 나누고 그들만의 방식으로 기록하고 공유한다. 특정한 시간, 특정한 공간에서 참가자들의 주도 아래 자율적으로 이루어지는 <바 캠프>의 스케쥴표를 국내 지도 위에 펼친다고 상상을 해 본 후에 나온 기획이 바로 <오픈컨퍼런스>다.

오픈컨퍼런스는 정해진 기간 동안 장소와 시간에 구애받지 않고 누구든지 자기가 원하는 주제로 대화모임을 개최할 수 있는 방식의 열린 컨퍼런스다. 모임 개최자는 홈페이지에 프로그램을 등록한 후 오픈컨퍼런스 기간 동안 자율적으로 모임을 개최한다. 오픈컨퍼런스에서는 모임 개최자 모두가 주최자가 된다. 오픈컨퍼런스를 지원단체는 모임 개최자 워크숍을 개최하고, 공동 홍보물을 만들고, 공동 기록지를 제공한다.

많아지면 달라진다고 했다. 첫 해에 49개의 대화모임이 전국적으로 만들어졌는데 이 대화모임이 100개가 되고, 500개가 되면 정책화할만한 내용이 충분히 나올 수 있을 것이라 기대했다. 또 한 가지 주제, 예를 들어 교육, 자살문제, 에너지, 선거 등의 주제로 전국적인 오픈컨퍼런스를 연다면 좀 더 공유할만한 내용이 많지 않을까라는 기대를 품게한 기획이었다.

새로운 시민사회생태계를 위해 필요한 세 가지 역할
_ 씽크카페컨퍼런스와 오픈컨퍼런스에서 아쉬웠던 점

시민들은 자신의 생각을 여과없이 쏟아낸다. 대화하는 과정을 통해 생각이 발전해서 좋은 결론에 도달할 가능성도 높아진다. 그 과정에서 중요한 역할을 하는 사람들이 있다. 그들은 우리는 촉진자, 즉 퍼실리테이터라 부른다.

반면 시민들의 생각과 대화 내용을 잘 정리해서 전달해주는 역할을 하는 사람이 없었다. 단순 기록자가 아닌 시민들의 생각을 구조화하고 정책과 연결시킬 수 있는 역할을 하는 사람이 필요하다. 그런 역할은 누가 할 수 있을까? 퍼실리테이터처럼 체계적인 교육프로그램을 제공하고, 전문가를 양성하는 것도 대안이 될 수 있다. 하지만 더 좋은 방법은 이미 그러한 역할에 관심을 가지고 오랫동안 활동해온 사람들과 연결하는 것이다. 그 역할을 누가 잘 할 수 있을까? 기존의 시민사회단체 활동가들이 그런 역할은 잘 할 수 있지 않을까?

새로운 시민사회 생태계에는 세 가지 역할을 가진 사람들이 필요하다. ▲바로 생각의 주체, 즉 주권자로서의 시민들이다. ▲다음으로는 그러한 시민들을 모으고, 생각을 말하게 하고, 대화를 촉진하게 하고, 좋은 결론에 도달할 수 있도록 이끌어주는 사람, 그리고 그런 장을 기획하는 사람이다. ▲마지막으로는 그런 자리에서 나온 내용들을 잘 기록하고 정리해서 정책 과제로 만들어내고, 그것을 사회적 관심사로 부각시킬 수 있는 사람이나 조직이다. 이 세가지 역할을 하는 주체가 서로 협력할 때 시민사회는 더욱 풍성해질 것이다. (다음에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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