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여기획(5) 2017서울정책박람회 – 서울이 민주주의다

2) 2017년 – 서울이 민주주의다

2017년 서울시 정책박람회의 주제는 ‘서울이 민주주의다’였다. 지난 해 겨울부터 올해 초까지 전국 곳곳의 광장은 민주주의를 지키려는 시민들의 참여와 더 나은 사회를 만들어보자는 열망으로 가득찼다. 광장에서 우리는 세상을 보는 다양한 시선, 더 넓고 깊은 민주주의를 바라는 사람들의 마음과 만날 수 있었다. 그 마음들이 향한 곳은 결국 대한민국 헌법 1조였다.

대한민국은 민주공화국이다.
대한민국의 주권은 국민에게 있고, 모든 권력은 국민으로부터 나온다

결국 시민들은 헌법에 명시된 민주주의의 가치를 스스로 증명해냈다. 그리고 광장에서 다시 일상의 삶으로 돌아왔다. 이제 헌법 1조를 지키는 것을 넘어 민주주의의 가치를 더 발전시키고, 더 확산하고, 더 우리의 삶 속에 깊숙히 들어오게 해야 한다.

2017년 함께서울 정책박람회에서는 이러한 시대적 상황과 과제를 담고 싶었다. 정책박람회가 지향하는 더 많은 경청, 더 깊은 소통, 더 넓은 공유를 한 마디로 요약하자면 그것은 ‘더 깊은 민주주의’다. 그리고 ‘더 깊은 민주주의’란 시민들이 정책결정 과정에 좀 더 직접적으로 참여하는 것을 의미한다.

‘시민의 제안이 곧 정책이 되게 한다’는 정책박람회 취지를 시민의 입장에서 표현하면 “시민의 제안을 받아주세요.”가 된다. 지금까지 시민들이 모여서 대화하고 토론한 내용을 서울시에 전달하면 수용 여부는 서울시에서 결정해왔다. 시민들의 제안을 정책에 반영해보겠다는 서울시의 시도는 신선했고 의미있었다. 그것이 더 깊은 민주주의에 도달하는 첫 번째 단계이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아쉬운 게 있었다. 시민의 제안을 듣고 정책에 반영하는 것은 좋은 일이지만 시민들에게 결정권이 있었던 것은 아니다. 물론 시민의 제안을 정책에 반영하기 위해서는 예산과 법, 제도의 마련이 필수적이기 때문에 서울시의 의지만으로 해결할 수 없는 문제라는 점도 모두 인식하고 있다. 하지만 이 결정권의 문제는 예산과 제도화의 영역 안에 존재하는 문제가 아니라 서울시의 주인이 누구냐의 문제이자, 민주주의 문제이기도 하다.

조직화된 사람들은 집단의 힘을 이용할 수도 있지만 개인들은 중앙/지방정부의 결정을 그대로 수용할 수밖에 없었다. 제안을 정책화하기 어려운 이유들은 꽤 많다. 하지만 ‘현재 수준에서 수용 가능한 제안을 받아들인다’만으로는 더 깊은 민주주의에 도달할 수 없다. 행정 시스템이 혁신되거나 더 깊은 민주주의 절차가 제도화되지 않으면 선한 의지를 지닌 지방자치단체장과 공무원에 의지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정책을 수립하고 결정하는데 있어 시민의 목소리를 경청하고 소통하는 과정을 넘어 다음 단계로 가기 위해서는 무엇이 필요할까를 고민했다. 그 고민을 2017년 함께서울 정책박람회에 담고 싶었다. 그래서 올해 정책박람회는 시민들이 제안한 정책을 온라인 투표, 거리 투표, 현장 직접 투표로 시민들이 직접 결정하면 서울시는 100일 동안 그 결정을 전제로 구체적인 법과 제도, 예산을 따져서 정책화하고, 이를 시민들에게 보고하도록 했다. 지난 5년 동안의 정책박람회가 경청과 소통에 중점을 두었다면 이번 정책박람회는 직접 참여와 결정권의 보장에 중점을 두었다.

4-5년에 한 번씩 투표로 정치인과 단체장을 뽑고, 모든 권한을 위임해서 맡기는 민주주의가 아니라 일상적으로 우리의 삶을 좌우할 정책들을 제안하고, 투표하고, 그 투표 결과를 토대로 중앙/지방정부는 정책화한 후에 다시 시민들에게 보고하도록 하는 민주주의로 가야 한다. 중앙/지방 정부는 국민의 위임을 받은 일을 하는 곳이다. 국민의 목소리를 들어주는 것, 소통을 잘하는 것 정도로 만족해서는 안된다. 경청과 소통을 넘어 참여권와 정책 결정권을 시민들에게 돌려주는 시도가 필요하다.

작년에 향후 정책박람회 방향과 관련하여 여러 가지 제안을 했는데 그 중 가장 핵심적인 것은 바로 정책박람회에 선보이는 다양한 프로그램을 서울시가 스스로 기획하지 말고, 누구나가 참여해서 기획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하고 지원해야 한다는 점이었다. 그래야 정책박람회가 서울시의 행사로 그치는 것이 아니라 서울시민들이 자발적으로 참여하는 축제의 장이 될 수 있고, 정책공론장이 만들어질 수 있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이를 위해서는 운영 주체의 변화도 필요하다. 정책박람회가 서울 시민의 자발적 참여를 통해 정책 결정과정에서 민주주의를 경험하는 장, 다양한 정책들이 제안되고 토론되는 시민들의 정책공론장, 정책박람회의 모델이었던 스웨덴 알메달렌의 정치박람회처럼 정치축제의 장이 되기 위해서는 서울시가 아닌 서울시민이 주최하는 박람회, 민간주도의 박람회로 전환하는 것도 고려할 시점이 되었다.

“시장님, 우리의 제안을 받아주세요”라는 부탁이나 “우리의 제안을 수용해줘서 고맙습니다”라는 감사의 인사가 민주주의일 수는 없다. 단체장과 정책 담당 공무원의 선한 의지만으로 민주주의가 달성되는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시민들이 직접 정책의 시행여부를 결정하게 하는 직접 민주주의의 시도는 이제 시작되었다. 그 과정에서 권한을 행사한 시민들의 경험이 쌓일수록 민주주의는 더욱 성숙되고 더 넓고 깊게 뿌리내릴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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