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여기획(7) 광화문1번가 – 정책결정 과정의 결정권을 누구에게 줄 것인가?

2) 광화문1번가의 기획프로그램

가. 국민마이크

매주 토요일 저녁, 누구든지 공개적으로 마이크를 잡고 발언할 수 있는 국민마이크를 진행했다. 처음에는 홍보가 부족해서 참가자가 많지 않았지만 시간이 갈수록 참가자들이 늘어났다. 그래서 초기에 5분이었던 발언 시간을 3분으로 줄였지만 국민마이크는 3시간을 훌쩍 넘기기 일쑤였다.

사람들은 발언 시간을 맞추기 위해 사전에 리허설을 해오기도 하고, 단체 차원에서 기자회견을 하듯이 그 무대를 활용하기도 했다. 마이크를 잡는다는 행위가 얼마나 절실한 일인지 국민마이크 행사를 통해 알았다. 사람들은 자신의 이야기가 많이 퍼져나가기를 원했다. 단지 폐쇄된 공간에서 공무원들에게 이야기하는 것이 아니라 국민 전체에게 이야기하고 싶어했다. 또 자신의 이야기가 최고 권력자인 대통령에게 전달되기를 간절히 바랬다.

<광화문1번가>가 문닫는 마지막 날, 한 노인이 카메라를 보고 진지하게 이야기를 하고 있었다. 카메라는 마지막 날의 현장 모습을 풀샷으로 담기 위해 운영팀에서 세워둔 것이다. 그 노인은 국민마이크처럼 카메라를 보고 이야기를 하면 촬영이 되고, 이 발언이 정부에 전달된다고 생각했을 가능성이 크다. 얼핏 들으니 개인적인 이야기부터 사회가 얼마나 부패했는지에 대한 이야기까지 꽤 오랜 시간을 혼자 이야기를 하시는데 차마 “할아버지, 그 카메라는 그런 용도가 아니예요”라고 말하지 못했다.

국민마이크에 참여한 사람들은 현장에 언론사가 와있다는 사실을 알고 기자들을 의식했다. 그들 대부분은 50대 이상이었다. 그분들은 국가가 해결해줄 수 없다면 많은 국민들이라도 알아주기를, 국민들이 공감해줘서 그 이야기가 일파만파 퍼져가기를 기대한다. 그리고 언론이 그 역할을 할 수 있다고 믿는다. 우리는 그런 사람들의 목소리를 어떻게 무대로 올려놓을 것인가를 고민해야 한다. 그들은 SNS와 같은 뉴미디어에도 익숙하지 않은 사람들이다.

국민마이크를 진행하는 중간에 공동체미디어협의회와 국민마이크 프로그램을 협력할 기회가 있었다. 그래서 만들어진 것이 <국민마이크 in 지역>이다. 각 지역에서도 국민마이크를 자유롭게 열 수 있도록 했고, 운영 주체는 각 지역별 미디어센터가 맡도록 했다. <국민마이크 in 지역>은 20곳 이상에서 개최했는데 카메라와 마이크를 들고 찾아가는 국민마이크를 운영한 지역도 있었다. 찾아가는 민원실, 찾아가는 정책경청단이 이런 모습이 아닐까?

나. 열린포럼

열린포럼은 특정 주제를 정해놓고, 4~5명의 발표자가 구체적인 정책 제안을 하는 프로그램이다. 이를 위해 주제별 코디네이터를 섭외하고, 그들에게 발표자 섭외와 진행에 관한 자율권을 부여했다. 그렇게 해서 청년, 여성, 미디어, 모금, 평화 등을 주제로 한 열린포럼이 총 13차례 열렸다.

열린포럼의 가장 큰 특징은 포럼이 열리는 시간에 해당 주제를 담당하는 각 중앙부처의 국장급 공무원이 참석해서 전체 이야기를 다 듣고, 소통하는 것이었다. 한 분야에서 일을 10년 이상 해왔음에도 해당 정책을 담당하는 과장급 이상의 공무원을 한번도 만나지 못했다는 발표자가 있었다. 그동안 서류에 적혀진 몇 줄만으로 알던 이슈를 좀 더 상세하게 알게되었다고 한 중앙부처 국장도 있었다. 열린 포럼 직후, 공무원과 정책제안자들 간의 정책을 협의하는 회의체가 만들어졌다는 소식도 들려왔다.

열린포럼은 경청이 아니라 소통에 초점을 맞춘 행사였다. 공식 열린포럼 13차례, 중간중간에 약식 열린포럼 4차례, 몇 번의 정책간담회까지. 넓게 보면 시민사회와 정책공무원들 간의 정책 소통의 시간이었다. 열린 포럼은 긍정적인 피드백들을 많이 받았던 프로그램이었다.

반면 열린포럼이 진행되는 시간에 광화문 광장에서는 수십, 수백, 수천 명이 참석한 집회들이 계속 있었다. 마이크 소리가 섞이고, 구호와 주장, 이야기와 제안이 섞였다. 두가지 풍경을 보면서 여러가지 생각이 들었다. 두 가지 방식이 모두 공존해야 하는건 맞지만 계속 드는 질문은 우리는 왜 소통하고자 하는가, 궁극적인 목적에 도달하기 위해 선택할 수 있는 가장 좋은 소통의 방법은 무엇일까였다.

5. 마무리하며

2018년 5월, <광화문 1번가>는 외교부 1층에 국민소통공간이라는 이름으로 상설화되었다. 그리고 매달 민간과 정부가 함께 정책을 놓고 소통하는 열린소통포럼이 진행중이다. ‘국민인수위원회’라는 말이 처음 들었을 때가 2017년 3월이었고, 5월 9일에 대통령 선거가 있었다. 그리고 5월 25일, 광화문 1번가가 문을 열었다. 그로부터 50일 후 문을 닫았고, 또 50일이 지난 후 청와대에서 국민인수위원회 국민보고대회가 있었다. 광화문1번가는 100일 동안 열린 국민소통을 위한 온∙오프라인 플랫폼이었다. 광화문1번가라는 100일 동안의 플랫폼이 일회성 이벤트로 끝나지 않고 지속되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광화문1번가 – 국민참여와 정책소통이 활발히 이루어지려면

민원 그 자체의 해결도 중요하지만 그 민원이 발생하게 된 원인을 파악하고 근본적으로 해결해가는 과정을 민원처리시스템 안에서 공식화해야 한다. 즉, 민원을 제기한 한 사람의 문제를 해결해주는 것이 끝이어서는 안된다. 민원 해결의 최종 목표는 민원이 발생하게 된 근본 원인을 없애서 다시는 그런 민원이 발생하지 않도록 법과 제도 등을 개선하는 것이 되어야 한다. ‘해결’ 혹은 ‘처리’, ‘완료’라는 단어가 민원 관련 문서에 찍히는 순간 관심 밖으로 사라진다. 문제의 원인이 근본적으로 해소되기 전까지 민원은 처리 프로세스 내에서 계속 ‘미완료’ 상태로 남아 있어야 한다.

정책에 관한 국민의 생각을 정부가 듣고 수용해주겠다는 시혜적 방식이어서는 안된다. 정치인과 공무원, 전문가 집단으로만 이루어진 정책 생태계(라고 할 것도 없지만)에 국민의 생각을 어떻게 접목시킬 수 있을지 고민해야 한다. 또 완성된 정책을 내놓기 이전에 국민들과 소통하는 방법도 기존과는 전혀 다른 접근이 필요하다. 국민의 의사가 배제된 상태에서 거의 완성된 정책만을 발표하고 형식적으로 의견수렴하는 공청회를 중심으로 한 현재의 국민 의견 수렴 절차는 지금의 국민들이 수준과 달라진 정보-미디어 환경에 전혀 어울리지 않는다.

정책을 매개로 국민가 소통하는 진정한 모습은 무엇일까? 청와대 홈페이지에 대통령의 소소한 일상을 페이스북에 공개하는 것이 진정한 소통은 아닐 것이다. 댓글의 갯수와 좋아요의 수만큼 소통이 이루어지는 것도 아니다. 정보를 투명하게 공개하고 경청하는 것은 소통을 원활하게 하는 조건이지만 그것이 소통의 전부는 아니다. 정책 결정 과정에 국민의 참여를 촉진하는 것, 정책을 매개로 국민들과 소통하는 것은 결국 의사결정권의 문제이다. 결정권이 배제된 소통은 결국 시혜적일 수밖에 없다. 결정권을 단계적으로 국민들에게 넘겨준다는 차원에서 지금 시점에서 해야 할 것은 무엇인지를 검토해봐야 한다.

참여형 행사의 기획에 대해

참여형 행사에서 기획안대로 되는 일은 거의 없다. 기획안은 전체 흐름을 되돌아보게 하는 종이 문서일 뿐이다. 모든 새로운 일에는 매뉴얼이 없다. 과정 자체가 곧 매뉴얼이 될 뿐이다. 때로는 기획안에 담긴 내용이 일의 유연성을 방해할 때도 있다. 국민의 참여를 전제로 한 프로젝트 기획에서 디테일한 예측은 거의 불가능에 가깝다.

지금까지 기획한 참여형 프로젝트의 기획안은 아무리 많아도 5페이지를 넘기지 않았던 것 같다. 예를 들어 <광화문 1번가>의 경우 전체 취지와 방향에 덧붙여 국민마이크를 어떤 취지로 어떤 컨셉으로 진행한다거나 열린포럼은 어떤 취지로 어떤 방식으로 운영한다만 있었지 세부적인 실행계획안 같은 것은 없었다. 열린포럼의 주제과 코디네이터, 발표자들도 일주일 단위로 확정하고 넘어갈 때가 많았다. 대통령의 서재와 연계된 북콘서트, 국민의 라임과 같은 음악행사는 중간에 갑자기 기획된 프로그램이었다.

이런 상황에서 중요한 것은 무엇일까? 이런 프로젝트의 경우 현장의 반응에 대한 즉각적인 판단과 피드백, 개선을 중심으로 일을 할 수밖에 없다. 신속함, 유연함, 개선 중심. 참여형 프로젝트의 성패를 좌우하는 세 가지 요소라고 할 수 있다. 애초의 기획안과 달리 현장에서 참가자들의 상태를 보고 내용이 바뀔 수도 있다. 그 시점에 앞선 기획보다 더 좋은 방안이 생각날 수도 있다. 기획이 너무 꼼꼼하게 구조적으로 짜여 있으면 현장에서의 유연함을 발휘하기도 쉽지 않고, 그때그때 좋은 방향으로 개선시켜 나가기도 어렵다. 정해진 매뉴얼은 초보자에게는 도움이 되지만 경험자와 능숙자에게는 오히려 독이 될 수도 있다는 점을 명심해야 한다.

참여행 행사는 누군가를 주체로 만드는 과정이기도 하다. 그래서 그 행사를 기획하고 운영하는 참여하는 사람도 주체적이어야 한다. 조직도 상에 누가 최종결정권을 가지고 있는가라는 말은 사실 현장에서는 별 의미가 없다. 각자 끊임없이 판단하고 결정해야 하는 상황들이 생긴다. 결국 의사결정의 문제이다. 의사결정권을 되돌려주는 것이 국민들의 생각을 정책에 담기 위한 가장 중요한 가치이다. 그렇다면 그 기획을 하는 사람에게도 결정권이 충분히 있어야 한다. 행정과 함께 하는 일이 애초의 기획대로 안되거나, 실패하거나, 다시는 하고 싶지 않는 이유는 결국은 결정권의 문제일 확률이 크다.

앞에서도 이야기했지만 자치단체장이나 정치인, 행정부가 국민의 생각을 받아주겠다는 선한 의지만으로는 부족하다. 그것은 당연한 것이다. 국민이 나라의 주인이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우리는 실질적으로 국민의 생각을 반영하기 위한 제도와 시스템을 어떻게 만들 것인가에 관심을 가져아 한다. 물론 한꺼번에 이루어지는 것은 없다. 그래서 원탁토론이나 경청행사 등과 같은 이벤트성 행사도 나름대로 그 의미가 있다. 그리고 아무것도 시작하지 않은 상태에서는 그런 행사에 참여한 사람들의 경험이 쌓여가는게 좋다.

하지만 그것만으로 그쳐서는 안된다. 우리가 이런 일을 하는 이유는 개선하고자 함이다. 무엇이라도 하나씩 개선하고자, 다음 단계로 도약하는데 계단 하나 놓자는 것인지 좋은 기획을 보여주자는 것이 아니다. 항상 다음 단계를 생각해야 한다. 경청을 했다면? 소통을 했다면? 정책에 반영을 해줬다면? 그 다음 단계는 뭘까? 그것은 결국 정책결정 과정의 결정권을 누구에게 줄 것인가의 문제이다. 그 방향으로 잡고 나아가야 한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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