푸드플랜에 대한 메모와 생각

아래 논문에서 밑줄 그은 곳과 메모한 내용을 정리한 것이다.

[논문] 푸드플랜 관점에서 본 서울시의 공공급식정책에 관한 분석
– 윤병선(건국대학교 교수), 송원규(건국대학교 박사수료)

푸드플랜(Food Plan)은 먹거리 종합계획 말한다. 최근 전국 여러 지역에서 푸드플랜 작업이 진행되고 있다. 푸드플랜은 먹거리 문제를 유통, 가공, 소비, 그리고 재활용 및 폐기를 순환적, 통합적으로 파악하는 것이 그 출발점이다. 먹거리 문제는 거대 농기업이 먹거리 체계의 주도권을 장악하면서 발생한다는 인식에서 비롯되었다. 이 과정에서 생산의 주체인 농민과 소비의 주체인 시민들이 주도권을 상실했다. 이런 문제를 극복하기 위한 고민이 담겨져 있는 것이 푸드플랜이다.

지역에서 필요로 하는 먹거리를 다른 지역으로부터 공급받는 구조가 고착화된 상황, 도시와 농촌의 양극화 심화, 1년에 1,000만원의 매출도 올리지 못하는 농가비율이 70%이고 우리나라 가구의 6% 정도는 경제적 이유로 먹거리 결핍을 경험하고 있는 상황, 소규모 생산농가와 먹거리 소외계층을 연결시키는 공적 개입이 필요하다는 인식도 푸드플랜에 대한 관심을 갖게 한 배경이다.

서울시 푸드플랜의 중요한 요소인 공적 조달체계가 안착되기 위해서는 1)공공급식과 학교 급식이 통합되어야 한다. 2)산지 생산자의 조직화가 밀도있게 진행되어야 한다. 3)자치구의 공공급식센터의 역할에 취약계층에 대한 지원사업이 더해져서 먹거리 기본권을 확보해야 한다. 

서울시의 푸드플랜은 도농상생의 관점에서도 중요한데 이렇게 될 수 있었던 이유에는 그동안 시민사회운동이 주도한 학교급식운동이 활발하게 전개되어 먹거리 문제에 대한 공적인 개입의 정당성이 확인되었기 때문이다.

학교급식운동이 서울시 푸드플랜에서 먹거리 문제에 대한 공적 개입의 정당성을 확인해주었다는 것은 꽤 주목할만한 이야기다. 정부와 지방자치단체의 정책이나 공공서비스가 현실화되고, 사회적 경제를 포함한 경제 주체들이 시장에서 다양한 비즈니스 기회를 가질 수 있게 된 기저에는 앞선 시기에 문제 제기와 비판 등을 통해 정책 당국자들과 싸우고 사회적 인식을 바꿔놓은 시민사회운동의 노력이 있었음을 인정해야 한다. 여전히 비판과 감시, 다소는 이상적으로 보일 수도 이는 대안 제시가 동시에 필요한 이유이다. 시민사회운동을 ‘대체’하는 운동을 통해 과거를 배제하면서 존재를 드러내는 것이 아니라, 시민사회운동과는 다른 관점과 방식을 드러내면서 서로 협력할 수 있는 존재가 되어야 한다.   

유럽 주요 도시도 푸드플랜을 시행하고 있다. 세계 각국에서 푸드플랜이 활성화되기 시작한 것은 2010년을 전후이다. 2007~2008년의 세계 식량위기를 통해 초국적 농식품복합체가 지배하는 세계농식품체계의 구조적 문제점이 명확해지자, 이에 대한 해결은 먹거리의 생산, 소비 사이의 물리적-사회적-심리적 거리를 축소시키는 것을 통해 가능하다고 인식한 것이다. 각 도시들의 푸드플랜은 아래와 같다.

  • 네델란드 암스테르담 : 암스테르담, 정원을 맛보다(2007), 먹거리와 암스테르담(2013)
  • 네델란드 로테르담 : 먹거리와 도시(2012)
  • 영국 런던 : 런던을 위한 건강하고 지속가능한 먹거리 – 시장의 먹거리 전략(2006)
  • 영국 브리스톨 : 브리스톨을 위한 지속가능한 먹거리 전략(2009)
  • 프랑스 렌 : 지역 먹거리 체계를 위한 렌 선언(2015)
  • 이탈리아 밀라노 : 밀라노 먹거리 정책(2014)

신자유주의 세계화와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로 인해 공적 영역의 사유화, 먹거리 복지 예산의 감축 등으로 줄어든 정부 영역을 시민사회의 새로운 먹거리 운동이 채우고 있다. 먹거리 정의(food justice), 식량주권(food sovereignty) 등 새로운 먹거리 패러다임을 바탕으로 ‘환경적으로 건강하고 사회적으로 평등한’ 지속가능한 먹거리 체계로의 근본적인 전환을 요구하는 이들 운동은 그동안 정부 권력에 저항했던 운동들과는 달리 먹거리 정책 수립에 대한 적극적 개입을 중요한 특징으로 한다. 

서울시는 ‘먹거리 기본조례’, ‘도농상생 공공급식 지원에 관한 조례’를 통해 제도적 근거를 마련하였다. 2016년 말 9개 광역시도와 업무협약을 통해 도농상생, 중소농 우선, 생태고려 등에 동의하는 지역이라면 협력이 가능하다는 푸드플랜의 지역성 근거를 마련했다. 지역에서 로컬푸드를 지향하는 생산자 조직과 서울시의 공공급식시설의 연계를 통해 관계의 시장을 형성하는 것을 지역성 강화로 보고 있다.

이 논문에서 중요하게 언급한 ‘도시(소비자)-농촌(생산자)의 협력을 통한 관계 회복 혹은 재연결(reconnection)‘은 향후 도농상생 혹은 먹거리 관련 여러 정책이나 사업에서 중요하게 다뤄져야 할 핵심 가치라고 생각이 든다. 또 현재는 학교급식과 공공급식을 중심으로 한 ‘공적조달체계’에 의존하고 있지만 장기적으로는 일종의 ‘공동체조달체계’로까지 발전될 필요가 있다. 학교와 공공시설을 먹거리의 최소한의 기본 소비지로 하면서, 먹거리를 매개로 한 도시-농촌 공동체 간의 관계 회복과 재연결이 푸드플랜의 핵심 목표 중 하나가 되어야 하지 않을까라는 생각이 든다. 다양한 공공기관이나 아파트 및 마을 공동체들과 생산자 공동체를 연결-중개해주는 지원체계도 마련할 필요도 있어보인다.

서울은 농산물을 거의 생산하지 않는 도시이고 농사를 지을 수 있는 토지도 거의 없다. 하지만 가장 많은 농산물을 소비하는 도시이다. 이 간극을 어떻게 줄일 것인가에 대한 고민이 필요하다. 푸드플랜에 있어서도 왜 서울은 먹거리를 전혀 생산하지 않는데 가장 많이 소비하는가? 농산물 생산과 유통, 소비, 재활용과 폐기의 과정에서 거대 도시로서의 서울의 책임은 무엇인가에 대한 질문해야 한다. 에너지를 생산하지 않으면서 에너지를 가장 많이 소비하는 도시 서울로서의 책임은 무엇인가라는 질문으로부터 원전 하나 줄이기 프로젝트가 탄생했듯이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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