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 지리산포럼 되돌아보기


지리산포럼 중 임순례 감독 강연
[후기] 지리산포럼2018 – 그 포럼에서 생긴 일

지리산포럼이 끝났다. 4년 전, 포럼을 처음 열었을 때는 교통과 숙박 등 모든 환경이 불편한 지리산 자락의 시골마을에 모여서 2박 3일 동안 우리 사회의 문제와 대안을 이야기하자는 데 올 사람이 있을까 걱정도 많았다. 그것도 유료포럼. 그래도 어찌어찌 100명이 모였고 그 이후에도 계속 100여명 이상이 참여하고 있다. 올해에는 130명 참가, 숙박인원 110명 정도.

원동력은 무엇일까? 아마 ‘지리산’이라는 이름과 지역이 주는 영향도 컸을 것이다. 현택의 말대로 40%쯤 될까? 무겁고 딱딱한 주제는 정해진 프로그램에 얽매이지 않는 자유로움과 격식없음으로 넘어보고자 했다. 무거운 내용을 가벼운 방식으로 균형을 맞춘다고나 할까. 참가자들이 원하면 즉석에서 프로그램도 바꾸고, 추가하고, 없애도 괜찮다고 생각했는데 아마도 그게 가능했던 것은 이 포럼을 기획안에 맞춰 평가하거나 눈에 보이는 성과를 요구하는 사람 혹은 기관이 없었기 때문이라고도 생각한다.

예를 들어, 작년에는 예정된 프로그램에 앞서 이렇게 좋은 날 꼭 실내에서 해야 하냐는 말에 그럼 밖으로 나가서 운동장 나무 밑에 앉아서 하시라고, 꼭 고정된 자리에 앉아서 이야기해야 하냐는 말에 그럼 그 팀은 실상사까지 산책하면서 이야기나누고 오시라고, 운영팀에서 정해준 장소가 아닌 둘레길 근처의 멋진 카페에 가서 이야기하고 싶다고 해서 그렇게 하시라고 했다. 심지어 프로그램 운영자와 참가자들이 쑥덕쑥덕하더니 우린 이야기는 이제 그만하고 놀러가기로 했습니다라고 하길래 그러시라고 했다.

지난 경험이 있는 분들이 이제는 운영진에게 물어보지도 않는다. 올해의 경우, 셋째날 오전 4곳의 주제발표 장소에 모여 이야기를 나눈 사람은 70명이었는데 점심에 식사를 한 사람은 110명이었다. 40명은 어디서 무엇을 한 것일까? 모르겠다. 대충 분위기 보니 이틀 간 숙소에서 만난 사람들과, 같이 온 일행들과, 전날 프로그램에서 이야기나눈 사람들과 놀거나 산책하거나 차를 마시거나 했을 것이다. 아니면 그냥 피곤해서 쉬었을 수도 있다. 뭐, 그럴 수도 있고 아닐 수도 있는데 그게 뭐가 중요하겠는가. 온 사람들이 자기가 원하는 방식대로 포럼에 참여했으면 된거지. 시간을 통제하거나 억지로 프로그램 틀에 가둘 생각이 아니라면, 애초에 통제할 수 없다면 그냥 그렇게 흘러가는대로 두는 게 맞다. 그리고 그걸 포럼의 중요한 컨셉으로 삼으면 된다.

3박 4일간의 정신 없는 시간이 지나고 참가자들이 다 돌아간 후, 지리산이음 식구들은 중국집에서 요리와 짬뽕, 짜장면을 먹으면서 포럼을 마무리했다. 포럼에 대한 아주 짤막한 이런 저런 이야기를 나누고 내년엔 어떻게 했으면 좋겠다는 정도의 생각을 아주 짧게 공유한 후 마무리했다. 아마도 다음주 주간회의 때 한차례 더 소회를 나누는 시간을 가질테지.

언컨퍼런스(Unconference)에 실패란 없다고 한다. 마찬가지로 지리산포럼에도 실패란 없다. 물론 성공도 없다(고 나는 생각한다.) 평가라는 틀과 성과라는 기준이 눈 앞에 있으면 거기에 맞추기 위해서 참가자들을 기획문서대로 이리저리 끌고 가게 된다. 2015년 첫 번째 포럼을 개최한 후 이 먼 곳까지 온 사람들이 원하는 게 진짜 무엇인지를 알고 그걸 아예 살리는 방향으로 포럼 컨셉을 정했던 것 같다.

중요한 것은 참가자들의 경험이고, 느낌이고, 교류이다. 대안은 발표와 프리젠테이션 파일에 있는 것이 아니라 각각의 사람들 마음 속에 각기 달리 존재한다. (그럼에도 내용의 깊이를 어떻게 정리하고 공유하고 확산할지는 항상 고민이다.) 종종 지리산포럼에서 만난 인연으로 뭔가 일을 도모하고 있다는 이야기도 들린다. 난 이런 격식없음과 자유로움, 실패와 성공으로 평가하지 않는 지리산포럼이 좋다.

4년만에 포럼 기간을 2박 3일에서 3박 4일로 하루를 늘렸다. 하루가 늘어나자 숙박과 식사 문제 등이 매우 복잡해졌다. 그리고 그 하루 차이가 몸을 힘들게 하긴 했다. 농담처럼 7일간 1,000명이 모이는 포럼이면 어떨까라고 했는데 저녁에 식사 자리에서 그런 이야기를 했다. 지리산 야영장 하나를 통채로 빌려서 텐트에서 자고, 숲 속에서 발표 듣고 대화하고, 중간에는 산책하고, 놀고 즐기고 어울리면 어떨까? 언젠가는 가능하겠지. (또또 일 끝나자마자 일 벌인다라고 하는 현택이 먼저 이야기를 꺼냈다.)

마지막 날까지 남은 사람들과 회고의 시간을 가지는데 뭔가 이야기해야 할 것 같아서 간단한 메모를 했다. 이번 포럼을 통해 나에게 생긴 질문은 이렇다.

1. 자유로움 속에서 질서(흐름)을 어떻게 만들어낼 것인가? 2. 격식없는 형식 속에 깊이 있는 내용을 어떻게 담아내고 기록하고 공유할 것인가? 3. 참가자가 스스로 기획하는 내용과 형식을 어떻게 더 늘릴 수 있을까? 4. 만약 1,000명이 일주일 간 모여서 사회를 이야기하는 포럼이라면 준비해야 할 건 무엇일까? 5. 지리산포럼은 결국 어디로 향해 가고 있는 것일까?

2018 – 작은 변화를 만드는 사람들 이야기.
2017 – 시민사회, 경계를 뛰어넘는 새로운 관계망으로.
2016 – 청년, 지리산에 모여 청년을 이야기하다.
2015 – 세상을 보는 색다른 생각, 지리산에 모이고 잇다.

** 지리산포럼의 처음부터 끝까지 함께 한 #임현택 #이창림 #오관영 #김빛찬누리 #하진용 #박정옥 고생많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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