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비행기 안에서 아와지섬을 만나다.

인천공항에서 간사이공항으로 가는 비행기 안. 연수 전에 읽어야 하는 책 ‘마을이 일자리를 디자인하다’를 비행기 안에서 훑어봤다. <아와지섬 일하는형태연구소> 프로젝트에 대한 기록과 활동가들의 생각을 담은 이 책에서 인상적인 구절을 사진으로 찍어두었다. 

“지역활성화란 무엇인가? 이 일을 하면서 결론이 조금씩 보인다. 지역의 인구가 증가하는 것? 사람들의 수입이 많아지는 것? 그럴지도 모르지만 이것만으로는 충분하지 않다. 결국 지역이 건강하다는 것은 그곳에 살고 있는 사람들이 그곳에 사는 것에 자부심을 갖는 것이다. 지역이 아무리 경제적으로 여유가 생긴다 하더라도 그곳에 사는 한 사람이 자부심을 갖지 못하면 그것은 잘못되었다고 생각해야 한다.”

‘자부심’이라는 단어가 눈에 들어온다. ‘자부심’의 전제는 ‘가치를 믿는다’이다. 내가 사는 지역의 가치를 모르면 자부심이 없고 불만이 쌓인다. 그 어떤 가치 있는 전략도 불만 앞에서는 무용지물이 된다. 하드웨어에 투자하는 개발 방식의 지역 활성화가 아니라 주민들의 믿음과 자부심으로 지역을 활성화하고자 한다면 사람의 마음을 움직여야 한다. 지역에 아무런 기대도 없었던 마음을 자부심으로 바꾸는 것이 곧 핵심 전략이다. 책을 넘기다보니 ‘행복’에 대한 활동가들의 생각도 엿볼 수 있었다.

“생각해야 하는 것은 행복의 형태다. 강의도, 연수회도, 상품개발도, 이벤트도 결국은 행복에 도달하기 위한 길잡이에 지나지 않는다. 후생노동성의 돈을 사용하기 때문에 고용창출은 염두에 두고 있었다. 그러나 그 이상으로 우리들은 이 섬에서 새로운 삶의 형태, 행복의 형태를 고민했다.”

<아와지섬 일하는형태연구소>는 이번 연수를 준비하면서 처음 들어봤다. 일하는 ‘형태’라는 말이 어색했지만 섬에서 일하는 방식, 다양한 직업들의 아이디어를 모으고 현실화시키는 방법을 연구하는 곳 정도로 예상했다. 어쩌면 딱히 새로울 것이 없는 연구다. 한국에서도 ‘세상을 바꾸는 천 개의 직업’이라는 책이 나오기도 했다. 그들이 연구했다는 일하는 방식이나 새로운 직업의 종류 탐색이 목적이었다면 인터넷 검색만으로도 충분했을 것이다. 그래서 정보와 아이디어 보다는 일하는 사람들의 태도와 그들의 철학에 더 관심을 가지고 있었다. 그래서였을까? 그들이 추진했던 사업의 목적이 궁극적으로 ‘행복’으로 귀결되어야 한다는 점을 자각하고 있었다는 것이 내심 마음에 들었다. 

<아와지섬 일하는형태연구소>를 거쳐 <하타라보지마협동조합>의 활동가들은 꽤 많은 연수 프로그램을 기획했다. 책에서 언급된 연수 프로그램만 봐도 <쓸만한 디자인 연구회>, <머물고 싶은 숙소 연구회>, <아와지섬의  바다를 보물로 만드는 연구회>, <밭일을 생각하는 연구회>, <목장 일을 생각하는 연구회> 등이었다. 이 외에도 13개의 연수프로그램이 더 있다고 한다. 

연수프로그램의 명칭을 ‘연구회’라고 한 것에서 이 연수는 교육이 아니라 커뮤니티를 지향한다는 느낌을 받았다. <머물고 싶은 숙소 만들기 강좌>가 아니라 <머물고 싶은 숙소 연구회>라고 한 것은 일방적인 주입식 교육이 아니라 참가자들이 스스로 생각을 확장하고, 토론하는 과정을 통해 해법을 찾아보자는 이유가 아니었을까? 나중에 다시 찾아보니 이 생각은 책에서도 잠깐 언급이 되어 있었다.  

“우리가 바라는 강사의 조건은 3가지였다. 전문직이어도 전체를 볼 수 있는 능력이 있고 10-12회  정도의 강좌를 구성할 것, 처음에 전체적인 강좌 내용은 생각해두지만 참가자에 따라 현장에서 내용을 유연하게 변경할 수 있을 것, 일방적으로 설명하는 것이 아니라 참가자와 함께 생각하고 문제를 발견하고 해결방법의 실마리를 제안할 수 있을 것”

비행기 안에서 읽은 책, <아와지섬 일하는형태연구소>에서 자부심과 행복, 커뮤니티라는 세 단어를 머리 속에 넣어 두고 드디어 일본 땅에 도착했다. 4박 5일이라는 일정 동안 보고 들은 것들 중에 기억에 남는 몇 가지 장면에 대한 회고로 에세이를 대신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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