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노마드카페는 아와지섬 시골마을의 폐교된 초등학교를 개조해서 만든 곳이다. 카페의 앞 풍경은 한국의 여느 시골마을과 같은 분위기였지만 비닐멀칭과 쓰다 남은 비료푸대들로 뒤엉커 있는 한국의 시골 풍경과는 다르게 ‘깨끗하다’는 느낌이 단번에 들어왔다. 이 ‘깨끗함’은 뒤에 도심 산책에서도 똑같이 느꼈다.
노마드카페는 현재 아티스트들의 레지던스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으면서, 주말에는 카페로 이용하고 있다. 카페에는 그동안 <아와지섬일하는형태연구소>와 <하타라보지마 협동조합>이 개발하고 개선한 다양한 지역 상품들이 전시되어 있었다.
농사지을 때 쓰는 모자와 집에서 쓰는 빗자루에 현대적 감각을 입힌 상품, 쌀이나 차와 같은 지역 농산물의 포장지를 개선한 디자인 제품 등이 있었는데 그것 자체가 특이하거나 새롭지는 않았다. 하지만 협동조합 활동가들과 이야기를 나누면서 작업 과정의 차이점을 느낄 수 있었다.




“하나의 상품을 만들거나 개선할 때 지역 주민들에게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이 과정에 참여하는지를 설명해요. 모자 하나를 만드는데도 주민들의 의견을 듣는 사람, 기본 디자인을 하는 사람, 원단을 고르는 사람, 인터넷으로 홍보를 하는 사람, 최종 제품을 만드는 사람까지 꽤 많은 사람들이 제품을 개선하기 위해, 지역을 이해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는 사실을 알게 하는 것이 중요해요.”
최종 결과물도 중요하지만 과정을 중요하게 생각한다는 말이다. ‘과정의 중요성’은 지역 커뮤니티 내에서 관계를 맺거나 사업을 벌일 때 놓치지 말아야 하는 원칙이라고 머리로는 이해하지만 일을 수월하기 하기 위해서 우리는 종종 그것을 잊어버리거나 의도적으로 생략한다.
과정을 중요하게 생각한다는 것은 과정에 ‘사람의 이야기를 입힌다’는 말과도 같다. 활동가들이 준비해 준 점심 도시락에서도 그 점을 느낄 수 있었다. 본격적으로 <아와지섬 일하는형태연구소> 이야기를 듣기 전 제공된 도시락은 아와지섬에서 생산한 농산물로 마을에 살고 있는 셰프가 만들어줬는데 정갈한 느낌과 함께 정성스럽게 준비했다는 생각이 들게 했다. 도시락에 담긴 음식 하나하나를 설명해주는 모습 속에서도 ‘아, 이 사람들은 마을의 이야기를 들려주기 위해 도시락을 준비했구나’라는 생각이 들었다.

지리산에서 동료들과 했던 일들을 생각해봤다. 지리산에 놀러오거나 지리산이음의 이야기를 듣기 위해 오는 사람들에게 우리는 어떤 음식을 어떤 마음으로 대접했지? 주로 지역의 괜찮은 식당을 소개해주는 것으로 우리는 역할을 다 했다고 생각했다. 대부분은 맛있다고 했고, 다시 오고 싶다는 말을 해주었지만 그들이 먹는 음식을 통해 마을의 이야기를 구체적으로 들려주지는 못했던 것 같다. 그런데 도시락에 마을 이야기를 담다니. 만약 지리산에서 도시락을 준비한다면 무엇을 할 수 있을까? 준비한 사람들의 이야기도 담을 수 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