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 걷고 싶게 만드는 도심의 거리

노마드마을에서 <아와지섬일하는형태연구소>와 <하타라보지마협동조합>의 이야기를 듣고 <엔피오아트센터>로 가는 길에 도심 속 거리 이야기를 들었다.

거리는 앞서 카페 앞 시골풍경처럼 정말 깨끗했다. 정갈한 음식을 차려놓고 손님을 기다리는 밥상과도 같았다. 거리에서 느낀 정갈하고 깨끗함은 사람이 거의 다니지 않는 한가함도 한 몫 했다. 만약 우리나라에 이런 거리가 있었다면 어땠을까? 아마도 도심 상권이 다 죽어가고 있다고, 외지 사람들을 오게 해서 지역경제를 활성화해야 하기 때문에 개발이 필요하다는 주장이 꽤 설득력을 가졌을 것이다. 

일본의 이 거리는 그런 논리로부터 어떻게 자유로울 수 있을까? 어쩌면 앞선 책에서 나온 ‘자부심’이라는 단어와 연관이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거리는 한가했지만 가게마다 자신의 색깔을 유지하고 있었다. 미장원과 이발소도 자세히 살펴봐야 그곳이 머리 자르는 곳인지 알 수 있을 정도였고, 많은 화분과 꽃들로 장식된 곳은 그곳이 집인지, 가게인지 구분할 수 없을 정도였다. 샌드위치 가게, 식당 등도 마찬가지였다. 어느 곳 하나 우리 가게로 오라는 호객행위나 화려한 간편도 없었다. 그래서였을까? 각자 자신의 가게를 알리고 손님을 끌어모으고 돈을 벌기 위해서 경쟁하기 보다는 정갈하고 깨끗한 이 거리 자체가 이들의 자부심은 아닐까라는 생각이 든 것이다. 

우리는 도시의 거리를 산책하러 오는 이유가 수많은 볼거리와 먹을거리 때문이라고 생각할지도 모르겠다. 경리단길이나 가루수길도 그렇고, 경주에서 잠시 들러본 황리단길도 걸어보면 그런 느낌이 든다. 연관성이라고는 찾아볼 수 없는 거리의 가게들은 서로 자신의 멋을 뽑내기 위해 치장한다. 사람들은 거기에 맞춰 걷는 것 자체를 즐기는 것이 아니라 가게 투어, 맛집 투어를 한다. 

그런 복잡한 거리를 걸어본 사람들은 알 것이다. 다시는 그 거리에 오지 않으리라는 것을. 대한민국 모든 국민들이 한 번씩 거쳐가고 나면 그 길은 한적해진다. 그리고 다른 길들이 또 생긴다. 사람들은 다시 새로운 길을 찾아 여행을 떠난다. 

이번 일본 연수를 하면서 매번 내가 살고 있는 지리산 산내마을을 생각했다. 산내는 산책하기 좋은 마을이다. 마을 뒷길, 둘레길, 실상사 뒷길까지 천천히 걸으면 자연의 소리가 들리면서 한적하니 참 좋다. 그런데 사람들이 가장 많이 찾는 거리인 대정삼거리부터 농협삼거리까지의 거리는 걷기 좋은 곳인가? 전혀 그렇지 않다. 차들과 오토바이는 쌩쌩 지나다니고 멋스러움은 전혀 없다. 만약 그 거리가 마을 사람들에게 자부심을 주는 곳으로, 친구들이 놀러왔을 때 함께 걸어보고 싶은 길이 되도록 하려면 무엇부터 해야 할까? 고민만 쌓여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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