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진보초의 미래식당을 운영하고 있는 주인이 직접 쓴 책이다. 미래 식당은 매일 한 가지 음식(정식)만 제공하는 식당이다. 자리는 12개밖에 없다. 음식은 매일 바뀐다. 여기까지는 특별한 게 아니다. 이 식당은 ‘고바야시 세카이(주인장이자 저자)’ 혼자 일한다. 대신 50분 일손을 거들면 식권 한 장을 준다. 식권은 본인이 써도 되고, 다른 사람을 위해 기부해도 된다. 이러한 독특한 시스템으로 주목받아 2017년 <닛케이 우먼>의 ‘올해의 여성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고바야시’는 식당 운영의 모든 것을 공개하기로 마음 먹었다. 이 앞선 책 <미래 식당이 만들어지기까지>와 이 책 <당신의 보통에 맞추어드립니다>가 그 결과물이다.
진보초는 진보초등학교가 아니다. 달리 설명이 없으면 착각할 수 있는데 진보초는 도쿄의 한 지역 명칭이다. 헌책방이 모여있는 곳으로 유명하다.

제1장 미래식당으로 오세요
- 주문을 하고 1분 이내로 음식을 제공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보통 기다리는 시간 10분, 음식먹는 시간 10분, 이후 시간 10분. 평균 30분을 머무는데 기다리는 시간 10분을 최대한 0에 맞춰서 회전율을 높이는 방식이다.
- 식당의 월 매출과 원가를 블로그에 공개한다. 비법과 원가, 매출을 숨기는 것이 아니라 모두 공개하는 오픈소스형 식당을 실천하고 있는 셈이다. (고바야시는 전직이 시스템 엔지니어였다.) 원가비율이 30% 미만이어서 좋지 않은 식재료를 쓰지 않냐는 비판도 들었지만, 재고없이 모든 식재료를 활용하는 방식으로 하고 있기 때문에 그건 사실이 아니다.
- 손님에게서 메뉴를 고르는 즐거움을 빼앗았으니 그 즐거움을 뛰어넘는 장점을 제공해야 한다고 생각한 고바야시는 가게 자체에 대한 기대치, 브랜드를 높여야 한다고 말한다.
- 미래 식당 음식이라면 괜찮다는 생각이 자리잡고 있기 때문에 일반 식당에서는 너무 소박해 메뉴에 올리기 힘든 것도 내놓을 수 있다.
- 가게 규모도 중요하다. 12명이 앉을 수 있는 식당, 혼자서 감당할 수 있다. 단골손님과 그날 메뉴가 좋아 오는 손님만으로도 채산이 맞다.

제2장 손님이 일하는 한끼알바
- 한끼알바는 하루 50분 정도 식당 일을 도와주면 한끼 식사를 할 수 있다. 한끼알바는 신청하면 누구든지 할 수 있다. 식당경험이 없어도 된다. 단, 한 번이라도 손님으로 미래식당에 왔던 사람이어야 한다.
- 한끼알바가 해야 할 일은 아주 구체적으로 상세하게 적어놓은 매뉴얼이 있다.
- 한끼알바는 50분씩 하루 최대 7종류의 시간대로 나눠져 있다. 지금까지 한끼알바에 참여한 사람만 400여명 된다. 한끼알바의 80% 정도는 직장인이다.
- 한끼알바에게 한끼 식사를 대접하는게 손해라고 생각하기 쉬운데, 정식을 한국돈 9천원에 파는데, 1시간 시급이 1만원이고, 음식원가가 30%대라고 하면 분명 손해는 아니다.
- 한끼알바가 끝나고 나면 바로 손님이 된다. 신뢰의 관계구조. 이게 사실상 이 시스템의 핵심이다. 고바야시는 이것을 손님도 아닌, 종업원도 아닌 제3의 존재라고 생각한다.
- 한끼알바는 클라우드 리소스(Cloud resource) 방식이다. 업무를 세분화해서 참여하기 쉬운 구조를 만들고, 부담을 최대한 낮춰 결과적으로 많은 사람이 일할 수 있도록 하는 시스템이다.
- 가끔 도움이 되지 않는 사람, 맞지 않는 사람도 있지만 그들에게도 배울 수 있다는 사실을 잊지 않고 있다. 고바야시는 실수가 재발되는 것을 막기 위해 ‘초심자가 하기 쉬운 실수’를 모아 가이드를 만들었다.
- 한끼알바생은 낮에는 손님이지만 밤에는 동료가 된다. 한끼알바가 고정단골을 많이 만드는 가장 확실한 길이기도 한 셈이다.
- 매월 둘째 주 토요일 밤에는 ‘한끼알바 감사의 날’을 연다. 한 번이라도 한끼알바에 참여한 사람이라면 누구나 올 수 있고, 500엔을 내면 배부르게 먹을 수 있다. 한끼알바생들간의 관계가 형성되는 시간이기도 하다. 커뮤니티가 만들어지는 시간, 한 달에 한 번 개최되는 ‘한끼알바 감사의 날’이 그 시간이 딘다.
- 식당위생이 매우 중요하기 때문에 한끼알바생에게는 음식재료를 만지지 않게 한다. 칼을 잡을 수 없게 한다. 그 이유는 보건소에서 위생검사를 받아야만 요리를 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위생검사를 받고 오면 음식재료를 만질 수 있게 한다.
- 식당에는 최소한의 규치만 지킨다면 한끼알바생들에 의해 계속 진화한다. 그것이 좀좀 좋아지는 이 식당의 매력이기도 하다.
- 식당을 오픈하기 전, 고바야시가 생각한 미래식당의 비전은 “누구라도 받아들이고, 누구에게나 어울리는 장소”였다. 그리고 “돈이 없는 사람이 어떻게 마음 편하게 오도록 만들까?”를 고민한 결과 한끼알바 시스템이 만들어졌다.
제3장 누구나 공짜로, 무료식권
- 무료식권은 한끼알바를 한 사람이 다른 사람을 위해 두고 간 ‘한끼의 식사 쿠폰’과 같은 것이다. 식당 입구 벽에 무료식원이 붙어 있는데 누구나 사용할 수 있다.
- 무료식권은 손님에게 ‘어린이식당’이라는 비영리단체 이야기를 듣고 나서 생각했다.
- 아동의 빈곤문제 해결을 위해 노력하고 있는 민간 네트워크로 경제적으로 어려운 아이라면 누구라도 무료로 식사할 수 있도록 만든 곳이다.
- 해외에 있는 피자집 이야기도 영감을 줬다. 피자 한 조각을 1달러에 판매하는데 누군가가 돈을 더 내면 남은 분량을 포스트잇에 적어 벽에 붙여두고 그 포스트잇을 뗀 사람에게 피자를 무료로 준다.

- 도쿄의 ‘코하제 커피’는 음료 한 잔당 포인트가 쌓여 12포인트가 되면 그 포인트 카드가 ‘사랑전달카드’로 바뀌는 시스템을 운영한다. 사랑전달카드를 벽에 붙여 누군가에게 선물할 수 있다. 예를 들어 ‘도쿄에 처음 온 사람’과 같은 조건을 붙일 수 있다.
- 홋카이도 메밀국수집 ‘유이’는 선물하고 싶은 한 끼 식사비용을 자기가 대신 지불하면 무료로 먹을 수 있는 사람의 숫자가 가게 앞에 게시된다.
- 매일 무료식권을 쓰는 사람이 당연히 있다. 아니 있었다. 그게 마음에 걸렸지만 그게 마음에 걸린다면 무료식권의 본질이 아니라고 생각하면서 넘겼다. 도움이 필요한 사람이든 아니든 무료식권을 사용한 사람이 누구인지 판단하지 않고 묻지 않는다. 여전히 고바야시는 마음수양 중이다.
- 무료식권은 오직 한끼알바를 통해서만 나온다. 즉, 돈으로 구입하거나 선물할 수 없다.
- 무료식권을 제공하는 사람은 앞면에 예를 들어 “2월 4일 오전시간대”식으로 일한 날짜와 시간대를 쓴다. 그리고 다른 메시지는 자유다. 무료식권을 쓰는 사람 또한 뒷면에 사용한 날짜를 적는다. 이것은 무료식권 각각의 흔적을 따라갈 수 있게 해준다.
제4장 당신의 보통에 맞추는 맞춤반찬
- 미래식당에는 정식 외 다른 메뉴는 없다. 하지만 원하는 요리를 반찬 1개당 400엔에 주문할 수 있다. 재료를 고르거나 ‘따뜻한 것이 먹고 싶다’, ‘목이 좀 아프다’ 뭐 이런 주문이 가능하다. ‘초록의 아프리카를 테마로’와 같은 시적인 주문도 가능하다.
- 저자는 한때 편식이 심했는데 1년 내내 시리얼만 먹기도 했다. 본인에게는 ‘보통’의 식단이 다른 사람에게 놀라게 한다는 것을 깨닫자 마음이 불편했다. 그래서 그 사람의 보통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여주는 음식점이 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고, 맞춤반찬은 그 생각에서 탄생했다.
- 맞춤반찬은 바쁜 점심시간이 끝난 저녁의 조용한 시간대에 가능하다. 메뉴 대신 냉장고 안에 있는 재료를 적은 종이를 건넨다.
- 맞춤반찬은 재고손실을 절감한다. 냉장고에 남아 있는 음식재료를 알려주고 그 재료 안에서 음식을 주문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미래식당 음식재료 폐기율은 거의 0%에 달한다고 한다.
- 하지만 이 때문에 유명한 회사 경영자가 맞춤반찬은 재고손실이 없는 비즈니스 모델이라고 칭찬을 한 후 비즈니스맨 같은 사람들이 맞춘반찬을 주문하고 사진만 찍고 가는 일도 벌어졌다. 고바야시는 맞춤반찬은 이런 목적이 아니라고 생각한다. 손님에게 만족스러운 체험을 하기 위해 돕는 것이지 재고를 없애는 목적도 아니고, 돈을 벌기 위한 목적도 아니다.
- 매일매일 바뀌는 반찬과 융통성 있는 시스템으로 식자재 제조업체나 농가 사람들과 협력이 늘어난다.
제5장 절반의 기부, 음료반입
- 미래식당에는 술과 음료를 가져와서 마음대로 마실 수 있다. 대신, 절반은 가게에 줘야 한다. 그리고 그 절반은 가게에 온 누구든지 마실 수 있다. 맥주를 2병 먹고 싶으면 4병을 가져와서 2병을 내놓는 방식이다.
- 음료 외에도 간단한 마른안주나 과자, 과일, 아이스크림 등도 받는다.
- 12개 자리밖에 없는 식당이라 손님 몇 명만 술을 가져와도 카운터 위는 금방 찬다. 건너편 손님이 가져온 와인을 마시면서 인사를 건넨다. 그게 음료반입의 매력이다.
- 이 시스템은 처음부터 시작된게 아니다. 손님들이 자꾸 선물을 가져와서 그걸 손님들과 나누다보니 생겨난 일이다. ‘이러한 선의를 시스템화할 수 없을까?’ 이 생각이 음료반입 시스템을 만들었다.
- 음료반입으로 생긴 손님의 이익을 가게가 돈으로 받는 것이 아니라 다른 손님에게 돌려주는 형태, 이것이 본질이다.
- 가게는 손해아니냐고 할 수 있지만 미래식당에는 원하는 음료를 마음대로 가져갈 수 있다는 입소문 효과와 돈이나 수고를 들이지 않고 손님에게 놀라운 경험, 좋은 관계의 경험을 제공하는 것이 곧 이익이다.
제6장 본 적도 없는 것을 만들어내는 힘
- 저자는 나선형 커뮤니케이션을 중요하게 생각한다. 나선형 커뮤니케이션은 누군가의 호의를 받았을 때 상대방에게 직접 은혜를 갚는 것이 아니라 다른 누군가에게 은혜를 갚는 베풂과 같은 것이다.
- 지나간 누군가를 상상하는 것은 소박하기 때문에 상상의 여백이 풍부한 커뮤니케이션 방식이라고 할 수 있다.
- 사람과 사람이 나선형으로 마주하는 형태, 다수가 아니라 당신에게 말을 거는 방식, 이런 이상을 풀어낸 결과가 곧 미래식당이 되었다.
- 사실 미래식당의 방식은 모두 옛날에 있었던 것이다. 옛날부터 있었던 개념을 현대의 사고방식과 감각에 맞는 모습으로 재구축한 것이다.
- 저자는 ‘그 자리의 성선설’을 신경쓴다. 언제나 성인군자로 착한 사람으로 살기는 어렵지만 최소한 미래식당에 있는 동안만은 착한 사람이었으면 좋겠다는 생각, 즉 착한 사람이 되기 쉬운 환경을 만드는 것이 시스템을 설계한 본인의 역할이라고 이야기한다.
제8장 과거를 바탕으로 다음 미래로
- 기존의 도덕관념에 얽매이지 않고 자유로운 발상으로 만든 것이 어쩌다 도덕적으로 옳다고 칭찬받고 있는 상황이 저자는 불편하다. 그래서 이 상황을 스스로 ‘우등생상’에 물들어버린 미래식당의 위기’라고 표현했다.
- 고바야시는 착하기(도덕적으로 옳기) 때문이 아니라, 선악을 뛰어넘는 본질 때문에 움직이는 가게로 남고 싶다. 그래서 2016년 3월, 새 서비스 ‘살롱18금’을 시작했다. 살롱18금은 18세 미만만 모이는 월 1회 모임이다.
- 살롱18금의 목표는 정신적 배고픔을 채워주는 장소다. 대신, 약자인 어린이/청소년에게 강자인 어른이 손을 내민다는 기존 도덕적인 기준에 선을 긋고 만든 모임이다.
- 고뱌야시가 미래식당을 구상할 때 떠올린 그림은 “여기 한 사람이 앉아있다. 조금 고독해 보이지만 여기에 잠시 함께하는 느낌”이었다.
- 미래 식당의 본질은 ‘누구라도 받아들이고, 누구에게나 어울리는 장소’라는 비전을 전파시키는 것이다. 이것은 반드시 음식점으로 전파되는 것을 의미하지 않는다. 2호점, 3호점이라는 형태의 수익증가로 인한 발전이 아니라 비전 공감으로 인한 세상의 변화, 이것이 미래식당이 목표로 하는 장래의 모습이다.
미래식당 홈페이지 : http://miraishokud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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