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로스앤젤레스(LA) 카운티에는 창의적인 비영리 조직 리더들이 장기적인 안목으로 지역사회를 변화시키도록 돕는 특별한 재단이 있다. 바로 <더피 재단(Durfee Foundation)>이다. <더피 재단>은 1960년 설립 이후 60여 년간 ‘기회를 잡기 힘든 시기에 필요한 시간과 자원을 제공하는 것’을 핵심 가치로 삼아 왔다.
발명가와 교육자의 만남에서 시작된 재단
더피 재단은 도로시 더피 에이버리(Dorothy Durfee Avery)와 R. 스탠턴 에이버리(R. Stanton Avery) 부부가 설립했다. 스탠턴 에이버리는 세계 최초의 상업용 ‘자가 점착 라벨(self-adhesive label)’을 발명하고, 현재는 글로벌 기업이 된 Avery Dennison을 창립한 기업가였다. 사업 초기, 자금난을 겪던 그는 아내 도로시가 담보로 제공한 소액 대출 덕분에 회사를 시작할 수 있었다.
부인인 도로시는 교육자이자 사회 참여에 헌신한 사람으로, 부부는 기업 운영으로 번 돈을 지역사회와 함께 나누기 위해 재단 설립을 결심했다. 처음에 재단은 Avery Foundation이었다. 그러던 중 부인인 도로시가 1964년 사망했는데, 이를 추모하고 존경을 기리기 위해 1977년 재단 이름을 Durfee Foundation으로 변경했다.
미션과 비전 – 시간과 여유를 통한 변화를
<더피 재단>의 특히 LA 지역의 비영리 리더들을 지원하는데 주력하고 있다. 재단의 사명은 단순히 자금을 지원하는 것을 넘어, 비영리 리더들이 성찰하고 재충전하며 도전적인 아이디어를 탐구할 수 있는 시간과 기회를 제공하는 것이다. 이를 통해 지역사회와 사회 전반에 장기적이고 긍정적인 영향을 만들어내기 위해 활동한다.
재단의 명확하다. ‘지속 가능한 변화를 이끄는 창의적 리더십을 육성하고, 그 여정에 필요한 신뢰와 지원을 아끼지 않는 파트너가 되는 것’이다. 이런 사명을 사명과 비전을 가진 <더피 재단>은 LA 지역을 중심으로 다음과 같은 주요 프로그램을 운영해왔다.
(1) 비영리 조직 전 직원의 집단적 돌봄과 재충전을 지원하는 Lark Awards
Lark Award는 LA 지역에서 작고 커뮤니티 뿌리가 깊은 비영리 조직의 전 구성원의 ‘집단적 돌봄과 재충전(Collective Care & Renewal)’을 지원하는 프로그램으로, 비영리 조직 전 구성원들이 소진과 회복을 반복하는 현실을 바꾸기 위해 조직 스스로 구성원들의 웰빙을 스스로 설계하고 실행할 수 있도록 유연하게 자원을 제공한다.
지원금은 한 개 조직당 총 30,000달러씩, 총 15개 단체를 선정해서 지원한다. 지원금 사용처는 조직이 자율적으로 결정한다. 자금만 지원하는 것이 아니라 가이드이자 퍼실리테이터 역할을 하는 웰니스(wellness) 코치 지원, 웰빙 체크인 모임 참여가 포함된다.
Lark Award는 비영리의 번아웃은 개인의 문제가 아니라 비영리 섹터 전반의 지속가능성을 위협하는 구조적 과제라는 인식에서 출발했다. 그래서 이 프로그램은 조직 문화 차원의 집단적 돌봄 확산을 목표로 한다. LA 지역에 소재하고 있는 상근활동가 3인 이상, 설립 5년 이상, 연간 예산 200만 달러 미만의 비영리 단체가 신청가능하다. 물론 지역사회에서 리더십을 발휘한 성과가 있어야 하고, 집단적 돌봄 문화 개선 의지가 있어야 한다.
재단에서 지원한 30,000달러 지원금은 조직 구성원들이 함께 결정하며, 재단의 승인 없이 집행가능하다. 물론 구성원들의 돌봄과 휴식, 회복을 위한 분야나 활동에 한정한다. Larks Award 이름의 유래는 Community Health Councils의 설립자인 고(故) Lark Galloway-Gilliam의 유산을 기려 지어졌는데 Lark는 <더피 재단>의 안식년 프로그램 수혜자였다.
(2) 비영리 리더의 회복을 위한 안식년 프로그램(Sabbatical Program)
Sabbatical Program(안식년 프로그램)은 LA 지역 비영리 리더들이 소진되지 않고 장기적으로 활동할 수 있도록, 휴식을 통해 내면의 에너지와 영감을 회복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프로그램이다. 최대 6명의 비영리 조직 리더들에게 최소 3개월간의 휴식 기간 동안 60,000달러를 지원한다. 이 안식년 프로그램이 특별한 것은 리더가 속한 조직에게도 15,000달러를 지원하는 것이다. 이는 현직 리더가 자리를 비울 때 임시 리더를 위한 보상이자 구성원들의 전문성과 복지를 강화하기 위한 자금으로 활용된다.
재단의 안식년 프로그램에 참여한 사람은 사적인 성찰, 여행, 독서, 재충전의 시간에 전념하며, 조직 업무와 완전히 분리된 시간을 가질 수 있다. 기존 안식년 프로그램에 참여한 사람들과의 네트워크를 위해 수혜자는 반기별 점심 모임과 격년 리트릿에 초대되고, 서로 영역이 다른 분야의 리더들과 대화 프로그램에 참여한다. 또 리더가 부재한 시간에 해당 조직은 업무 이양, 2차 리더십 강화, 전문성 개발 등의 기회를 자연스럽게 가질 수 있다.
이 프로그램에 참여한 대다수의 리더들은 신체적 건강 회복, 리더십 자신감 회복, 일과 생활의 균형 등을 경험했다. 조사 결과 수혜자 중 91%가 지역 차원의 리더십에 집중하게 되었고, 연대의 폭이 증가했다고 답했다. 88%는 차기 리더 육성의 중요성을 인식했다.
(3) 비영리 리더에게 연구 기반의 시간과 자원을 제공하는 스탠턴 펠로우십(Stanton Fellowship)
Stanton Fellowship(스탠턴 펠로우십)은 LA 지역 사회의 변화와 문제 해결을 깊이 고민하도록 창의적이고 호기심많은 리더에게 연구 기반의 시간과 자원을 제공한다. 지원 규모는 2년간 최대 100,000달러를 지급한다. 이 기간 동안 리더들은 일상의 업무에서 벗아나 지역사회 조사, 정책 개발, 연구, 학습, 연수, 새로운 솔루션 실험 등을 진행할 수 있다. 펠로우에 선정된 리더는 재정지원과 함께 광범위한 네트워크와 자원에 접근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받는다. 기존 펠로우들간의 정기적인 만남, 현장 방문, 지역 전문가 소개, 교차 분야 학습을 중심으로 운영한다.
재단의 역사에서 알 수 있듯 스탠턴 펠로우십은 재단의 공동 창립자인 R. Stanton Avery의 이름을 기려 명명된 프로그램이다. 스탠턴 펠로우십의 성과를 측정하기 위한 조사 결과, 펠로우들 간의 연결이 111% 증가했고, 정보 교류도 285% 증가했으며, 서로 다른 분야의 동료들과의 새로운 협력 활동이 75% 늘어났다. 펠로우들의 혁신적인 아이디어와 새로운 관점을 가지게 되었는데, 89%는 새로운 접근 방식을 고려했고, 85%는 무제를 다른 시각으로 관찰하게 되었다. 또 82%는 새로운 인적 네트워크에 접근한 것으로 나타났다.
비영리 리더에게 휴식과 재충전을 위한 시간, 공간, 자원을 제공해온 후원자
<더피 재단>은 수십 년 동안 수백 명의 지역 사회 비영리 단체와 리더를 지원해 왔다. <더피 재단> 프로그램에 참여한 리더들은 재충전을 통해 조직 운영의 안정성을 높였고, 구성원들의 역량이 강화됐다. 스탠턴 펠로우십을 통해서는 공공정책, 교육, 환경 등 다양한 분야에서 실질적 변화를 이끄는 장기 프로젝트들이 탄생했다.
재단은 단기적인 성과에 목매지 않고 장기적 영향력을 중시하는 인내심 있는 투자자이자 지원자이다. 특히 재단이 강조한 ‘깊이 있는 사유와 재충전의 시간’은 지원자 개인뿐 아니라 그들이 속한 조직과 지역사회에까지 긍정적 파급 효과를 낳았다. <더피 재단>은 단순한 보조금 제공을 넘어, 활동가와 조직이 진정으로 숨 고르며 재충전할 수 있도록 신뢰를 바탕으로 지원한다는 점에서 ‘신뢰기반 필란트로피(Trust-Based Philanthropy)’의 철학을 실천해 온 대표적 사례라 할 수 있다.
참고자료
– 더피재단 홈페이지
– From Creative Disruption to Systems Change
– 휴식과 즐거움, 그리고 신뢰
– Lark Awards Nonprofit Well-being Toolkit
– What If: Insights from a Decade of Philanthropic R&D
– Do-It-Yourself Sabbatical Guide for Nonprofits, with Sample Policies
Choasin Blog 
댓글 남기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