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보사회 의제, 새롭게 정리하기

정보사회의 의제와 관련해서는 2001년에 함께하는 시민행동에서 총 10차례에 걸쳐 연속 토론회를 개최한 적이 있다. 아래 의제 10개를 살펴보면 알겠지만 어느것 하나 중요하지 않은 것이 없다. 이 의제들은 점점 세분화하거나 자가발전하여 스스로 진화하고 있다.

  • 디지털기술의 발전과 지적재산권
  • 정보사회에서의 정보불평등 해소
  • 전자정부 구현을 위한 방향과 과제
  • 프라이버시 보호를 위한 사회적 과제
  • 디지털 경제와 노동시장의 변화
  • 전자상거래와 소비자 권리의 확대
  • 인터넷 혁명과 참여민주주의
  • 정보사회의 도래와 평생 교육의 중요성
  • 인터넷과 새로운 문화 형성의 과제
  • 정보사회로의 전환과 시민운동

위와 같은 의제 중에서도 시민사회 영역에서 주요하게 관심을 가져왔던 주제는 프라이버시, 지적재산권, 정보불평등, 표현의 자유와 같은 주로 개인의 인권과 권리에 관한 것이었다. 최근에 정보사회와 IT기술의 새로운 의제가 무엇일까 생각해보았는데… 좀더 솔직히 이야기하면 내가 이 일을 한다고 했을 때 관심이 가는 곳이 무엇일까? 두서없이 떠오르는대로 정리해본다.

프라이버시권은 좀더 세분화하여 집중할 필요가 있을 것 같다. 6년 전에도 그랬지만 프라이버시 문제는 갈수록 심각해지면 심각해질 것이다. 좀 과장되게 이야기하면 IT기술이 발전 속도와 프라이버시의 침해 속도는 비례한다고 할 수 있다. 프라이버시에도 여러가지 영역이 있다. 전통적인 도/감청 이슈에서부터 작업장 감시, CCTV 문제 등까지…

하지만 이 중에서도 “기술과 프라이버시”라는 문제는 새롭게 집중해볼만한 과제이다. 특히나 무선인터넷, IPTV, RFID, 생체인식 등 관심을 가지고 살펴봐야 할 지점은 어마어마하게 방대하다.

지적재산권은 논쟁의 흐름을 좀 발전적으로 전환할 필요가 있다. 지적재산권 문제에 있어 현재 일반인들은 가해자고, 창작자는 피해자인 구도가 되어 있다. 지금의 창작자는 대표적으로 음악인, 영화인, 사진작가, 만화가, 소설가와 같은 문화예술계의 사람들이 있다. 하지만 전통적으로도 그랬지만 미디어의 발달로 창작은 이제 전문가만의 영역을 넘어서고 있다. 블로그로 대표되는 새로운 미디어의 출현은 일반인들을 창작자의 범위로 흡수통합하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논점의 하나는 창작자가 더 이상 전문가만은 아니라는 사실. 우리가 이제까지 창작자라고 치켜세웠던 그들도 대중들의 창작물들을 직/간접적으로 이용하고, 소유하는 시대가 되고 있다.  창작자의 범위가 넓어지고 피해자의 범위가 넓어질수록 지적재산권은 지금보다 훨씬 지식과 정보의 흐름을 방해하는 괴물이 될 가능성이 크다.

 다른 하나는 하늘 아래 새로운 것은 없다라는 말이 있듯이 창작과 지식, 정보라는 것이 어느 한 사람의 독창적인 머리에서 나오는 것이 아니라 인류 공동의 지식과 정보를 조합해서 나온다는 사실이다. 따라서 지적재산권은 정보 이용의 권리와 ‘창작자’의 권리라는 논점을 넘어서 누구든지 “창작”할 수 있는 권리로 논점을 전환하여 새롭게 법적, 제도적 방향을 정리해야 할 필요가 있을 것으로 생각된다. ( CCL 이 사실은 지적재산권을 자기 스스로 보호하는 취지가 아니라 정보의 자유로운 이용과 조합 등을 통해 새로운 것을 창조해내는 라이센스로서 가치를 말하고 있다고 본다)

정보불평등 혹은 정보소외의 문제는 연결 혹은 소통권으로 발전될 필요가 있다. 전통적으로 정보에 접근할 기회조차 박탈당하는 문제가 대두되어왔고, 이를 사람들은 정보로부터의 소외, 다른 말로 정보접근의 권리가 누구에게나 있어야 한다라고 이야기해왔다.

문제는 여전히 정보불평등라는 문제가 존재하긴 하지만 – 정보에 대한 접근권을 원천적으로 제한하는 문제, 고급정보에 대한 접근이 돈에 의해 좌우되는 문제 등 –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나는 정보의 양, 그리고 접근 혹은 접속기술의 발전으로 인해 정보불평등 문제를 약간은 다른 각도에서 볼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혼자 골방에 쳐박혀 인터넷으로 하루 종일 서핑을 한다고 정보접근의 권리가 완벽하게 보장된다고 할 수는 없다. 사이버 세상에서의 인간 소외는 정보에 접근하지 못하는 문제에서 발생하기 보다는 사이버 세상의 주류로부터 점점 연결고리가 끊어져가고 있는 사람들을 위한 연결될 수 있는 권리, 연결되어 있으나 소통하지 못하는 사람들을 위한 소통할 수 있는 권리를 새로운 권리의 개념으로 자리잡게 할 필요가 있을 것이다.

표현의 자유는 기업 혹은 국가권력과의 좀더 치열한 싸움이 필요하겠다는 생각이 든다. (이는 소통권과 관련이 있다) 이번 대통령 선거에서도 충분히 경험하고 있지만 권력을 쥐고 있는 자들의 “표현”을 자기 식대로 좋은 표현과 나쁜 표현으로 나누고, 나쁜 표현을 차단하려고 한다. 하지만 문제는 그 판단이 지극히 자의적이라는 것이고, 전통적인 ‘도덕’의 굴레에 갇혀 있다는 것이다. 우리의 입장에서 보기에는 그렇게 판단하는 집단 혹은 권력이 더욱더 나쁜 표현들을 하고 있는데 말이다. 그래, 이것은 분명 끈질기게 싸워야할 문제이다.

마지막으로 ‘IT기술의 사회적 책임‘에 대한 사회적 논의가 본격화되어야 한다. 생명공학이라는 기술이 개인과 사회에 미치는 영향력을 황우석 사태를 통해 보아왔듯이 생명공학의 사회적 책임에 관한 사회적 합의가 없는 상태에서 생명공학의 발전은 끊임없이 윤리성과 책임의 문제를 가져오게 된다. 그 이후에 어느 정도 사회적 논의들이 진행되긴 했지만.

생명공학과 마찬가지로 IT기술이라는 것이 사회에 미치는 영향력이 어마어마해졌다. 영향력은 지속적으로 확대될 것이다. 하지만 아직까지 IT기술의 사회적 책임에 관한 논의는 시민사회 내에서 아직 본격화되지 않고 있다. 이 문제는 IT기술 자체에 대한 사회적 책임 뿐만 아니라 필연적으로 IT기술자에 대한 사회적 책임 문제를 동반하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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